두 달 전쯤 하교한 아이가 작년 #빌리엘리어트로 상을 탄 학교 선배가 홍보영상에 나왔다며 이번엔 #뮤지컬 마틸다 에 출연한다고 들떠서 들려줬다. 학교 공식 유튜브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뮤지컬 연습 영상이 짧게 갈무리되었는데 그걸 보고는 뮤지컬을 보러 가고 싶다고 부탁했다. 지금껏 본 뮤지컬은 할머니랑 함께 갔던 어린이 뮤지컬 #까투리 뿐이니 어른들을 주관객으로 하는 뮤지컬은 처음인 것이다.
뮤지컬이 뭔지도 모를 텐데 태어나 처음으로 흥분해 보고 싶다는 부탁을 하니 나도 덩달아 흥분됐다. 잠깐 예매사이트를 뒤져보니 VIP석은 15만 원 R석은 13만 원이나 했다. L사 재직 시절 문화이벤트 담당이라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가끔 초대권 받아 무료 관람하곤 했었는데 아 그리운 옛날이여~
예매 전에 잠깐 당근 마켓을 검색하니 초대권을 저렴하게 파는 글 몇 개가 보여 접선을 시도했다. 비록 공연일 선착순으로 자리를 배정해주는 티켓이었지만 R석 2장에 15만 원으로 합의하고 득템! 드디어 공연 날이 다가왔다.
자차로 90분이나 가야하는 꽤 먼 공연장이었지만 뮤지컬의 OST를 들으며 뮤지컬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으니 눈 깜짝할 사이 공연장에 도착했다. 사실 공연 날 아침 1호에게 어려운 수학시험이 있어 기출문제를 미리 풀어보고, 시험장에 다녀온지라 아이는 도착 전 30분은 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에게 지루할 수도 있을 뮤지컬일 텐데 참 잘되었다. 오늘 본 #KMA는 어른인 내게도 꽤 어려운 문제가 많아 딱 2개를 아이에게 요청했다. 이미 다 아는 문제라도 실수가 없는지 두세 번 검수할 것 시험시간에 최대한 끝까지 남아 풀다가 나올 것 1학기에는 20분 만에 시험장을 박차고 나오더니 1년이 흘렀다고 2배인 40분을 채워 나왔다. 점수는 보나 마나 겠지만 어려운 시험을 쳐주고 내 요청사항을 이행해준 아이가 기특했다. 고사장 밖에서 나와 함께 1호를 기다리며 고생한 2호와 함께 근처 중국집에 갔다. 계란 프라이가 올라간 볶음밥과 옛날 짜장면 딱 2 접시
작고 단란했지만 아이들이 그릇 바닥이 보이도록 싹싹 비어주었고 맛도 기대 이상이었다.
초대권으로 받아 가거나 회사 계열사에서 하는 뮤지컬은 늘 40% 할인을 당연히 받아 교양을 쌓는데 의의를 뒀다. 물론 즐겁고 근사한 경험이었지만 8살이 된 아이와 첫 뮤지컬 공연이라니 마음이 막 두근두근하고 새로웠다. 의미 있는 공연을 보기 위해 #뮤지컬 마틸다를 검색해 티저 예고편을 관람했다. 다행히 넷플릭스에 #영화 마틸다 가 제공돼 있어서 1호 2호와 함께 시청하며 줄거리를 익혔다. 아직 나이가 차지 못해 아쉽게 함께하지 못하는 2호도 흥미롭게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실제 뮤지컬은 어떨지 더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뮤지컬에 진심인 팬들은 오늘 우리가 했던 것처럼 관람하겠지? 아이에게 의미 있으라고 한 행동이었지만 이렇게 공연 전에 미리 캐스팅을 확인하고 줄거리를 익혀서 간 적은 처음이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뮤지컬 내용이 쏙쏙 잘 이해되었고 마틸다를 연기할 주연배우가 얼마나 그동안 연습했을지 1호보다 겨우 1살 많은 아이가 어떻게 공연 2시간을 보낼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람했다. 아이 덕에공연예절을 배우게 되는구나! 역시나 1부가 끝날 무렵 예상한대로 아이가 졸리다고 했지만 배우들의 고음과 현란한 무대 조명이 관객석을 강타하니 아이는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숨죽여 관람하게 되는 마틸다!
부당한 현실에 용기 있게 대응하는 마틸다를 보니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응원을 하게 된다. 아이의 요청으로 보게 된 8살 인생 첫 뮤지컬인데 정말 잘 고른 것 같다. 졸지 않고 2부까지 끝까지 바른 자세로 관람한 아이를 끝없이 칭찬하며 이런 공연 알게 해 줘서 고맙다고 추켜세워주었다.
저녁 7시 공연이라 집에 도착해 씻고 자려고 누우니 어느덧 10시 반이다. 1호가 보자고 해서 보러 간 공연인데 왜 때문에 내가 더 행복하지?
공연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당근 마켓으로 #원서 마틸다를 검색하고 있는 나... 새벽에 깨 공연 후기를 작성하고 있는 나
또 보러 가고 싶어 캐스팅을 검색해보는 나... 물어내!!! 아들
12월 2일에 영화화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마틸다를 잊지 않고 보기 위해 일정에 저장했다.
언제 크려나 했던 아이들이 이렇게나 커서 함께 외식하고 수학시험도 치고, 뮤지컬도 보다니 참 감개무량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