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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위해

'나'는 누구인가?

by Juma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시작했던 것들이 나를 짓누르는 날들이 있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력감이 나를 집어삼킬 때면 어김없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논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나'를 파헤치고 있다. (그래야만 살 것 같다.)


자식으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괜찮은 반려자로서, 누군가의 친구로서인 나는 과연 나일까? 만약 이런 타이틀이 없다면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내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 왔던 나를 나타내는 명함들이 싫지는 않다. 다만 그 명함들을 싸그리 모아 불태워버리면 과연 '나'는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점은 있다. 돌고 돌아 결국 하나의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나'는 누구인가? 무얼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 내 존재의 쓸모는 무엇일까.


사실 쓸모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쓸모를 증명하고자 해서 오히려 반감이 생긴달까. 타인에게는 그런 잣대가 무의미하다 여기면서도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길 바라는 모순 또한 반감이 생긴다.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 그날을 위해 나를 지칭하는 것들을 하나씩 덜어내보려 한다. 포기하거나 버리는 것이 아닌 덜어내기.


아무것도 아닌 나를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끊임없이 증명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쉼을 주고 싶다. 아직은 단단하지 못한 내가 쓰는 이 글이 언젠가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을 나중의 나에게 자양분이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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