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글을 쓰는 나에게 힘이 들어갔다. 기준도 없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겠다는 변명만 늘어놓다 보니 어느덧 글을 쓰는 법을 잃어버렸다. 잊은 게 아니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잃어버렸다.
나는 살아오며 이런 식으로 잃어버린 것이 많은 사람인데, 글을 쓰는 것마저 잃어버린 내가 한심해서 또 글을 쓰지 못했다. 변명의 연속성이 얼마나 비겁한 행동인지, 회피하는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 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도대체 어떤 글을 쓰고 싶은 것일까?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보다 하기 싫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었던 나의 회피성이 이 생각에서 발화했다.
알맹이는 없이 겉멋만 가득한 글, 진정성이 없는데 진정성을 찾는 글, 고집스러운 글, 나의 생각을 오히려 송두리째 앗아가는 글, 그리고 오랜만에 쓰는 글. 피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제외시키니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글, 찰나의 순간을 지탱해 주는 글, 따뜻하게 안아주고, 들어주고, 괜찮다고 끊임없이 말해줄 수 있는 글.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쓰고 싶은 글을 쓰지 못했던 순간들을 생각해 보면 나는 글을 쓰는 기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의 폭이 넓은 것도 아니라 나 자신이 글을 쓰기에 부족한 사람이란 생각을 늘 가졌던 것 같다. 이러한 나의 부족함이 여태 내 발목을 잡고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은 내 오만이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글을 쓰는 기술을, 어려운 단어들을, 유명한 작가들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는 단어가 많지 않아도, 아는 작가가 몇 없어도, 나는 글을 쓰는 게 좋고, 누군가는 글을 읽는다. 단순한 원인과 결과, 이유와 목적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쓸 것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한 줄에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미 나는 글을 쓰며 위로와 위안을 받고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한,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나뿐만이 아닌 그 누군가를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