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엠비뭐시기라는 저게 뭐꼬?"
"MBTI!"
"그래 그 엠비씬가 그게 도대체 뭐꼬"
"엠비씨가 아니라 엠비티아이!. 혈액형처럼 사람 성격 나눠서 말하는 거다. 그런 거 있다"
티브이를 보다 궁금해한 엄마의 질문에 몇 번인가 무심히 답했다.
그런 게 있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엄마는 아마 궁금했을 것이다. 엄마의 엠비뭐시기가 뭔지...
알고 싶으셨을 거지만 그걸 아는 게 굉장히 어려운 것이고, 돈이 드는 것이고,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하셨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줄 모르고 말이다.
"엠비티아이 저게 도대체 뭐꼬"
엄마가 또 티브이를 보다 엠비티아이를 궁금해하셨다.
"엄마. 한 번 해볼래?"
왠지 친절한 마음이 들었던 그날 나는 엄마에게 인터넷으로 엠비티아이 테스트를
연결해 드렸다.
한 줄 한 줄 아주 꼼꼼히 읽고 답하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누르는 거다. 그거 생각하고 고민하면 안 된다!"
했지만 엄마는 여전히 꼼꼼히
"일정을 미리 짠다? 그렇지 나는 그렇지"
혼잣말까지 해가며 답하고 계셨다.
한참을 정성을 들여 테스트를 한 결과 엄마의 MBTI는...
바로 'ISFJ'.
엄마의 정형화된 성격 유형을 처음으로 안 순간이다.
엄마는 자신의 성격결과를 읽으며 신기한 듯 몇 번이나 꼼꼼히 읽으셨다.
"엄마, 나중에 사람들한테 엄마 MBTI가 ISFJ라고 말해봐래이. 사람들이 그거 뭐꼬라고 할끼다.
아줌마들 사이에서 핵인싸가 되는기다"
핵인싸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를 엄마에게 핵인싸라는 말을 써가며
엄마의 '결과에 대한 '반응을 신기하게 지켜봤다.
하지만 사실은 낄낄대는 마음이 아니라 아려오는 마음이 컸다.
왜 엄마에게 무심했던 것일까. 엄마의 호기심을 왜 무시했을까.
왜 지금까지 난 엄마의 성격유형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MBTI도 궁금해했던 내가
왜 정작 내 가장 소중한 사람의 MBTI는 궁금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리고 엄마가 "그게 뭐꼬"라고 수십 번 외치는 의미가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의미를 왜 진즉에 몰랐던 것일까.
나의 어머니의 MBTI는 ISFJ. 수호자형.
엄마는 역시나 나의 수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