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사빠의 첫 브런치 일지
2022년 2월 3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2021년, 40대가 되어서야 여성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을 마쳤는데 그 후 1년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20대에 페미니즘에 눈을 뜬 후 20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공부를 한 것이다. 논문도 이론보다는 나처럼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썼다. 비혼의 20대 여성들도 만났고 결혼 이후 페미니스트가 된 여성들도 만났다. 여성주의의 관점으로 결혼, 부부, 육아를 비롯한 일상을 살펴보고 재해석해 보고 싶었다. 나에게 여성주의는 중요한 기준이자 삶의 화두였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주의자로서의 삶과 생활을 중간 정리해 보고 싶기도 했다. 이런 내용들을 주요한 주제와 소재로 삼을 작정이었다.
브런치에 검색하여 통과한 분들이 올려놓은 작가되는 방법과 팁을 찾아 몇 편 읽었다.
작가 소개와 활동 계획을 미리 글자 수에 맞추어 쓰고 가다듬었다. 관심 있는 몇 가지 주제와 소재거리를 정해 보고 작가 소개와 활동 계획에 반영해 썼다. 작가의 서랍에는 글을 한두 편만 넣어도 되지만 서너 편 넣어두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따라 했다. 다행히도 한 번에 통과되었다. 2022년 2월 3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4일 만에 브런치가 폭발했다!
첫 글을 올린 것은 2022년 3월 1일이다. 처음 활동 계획에 썼던 대로 ‘방구석 페미니스트의 어쩌다 결혼’ 매거진을 떡 하니 만들어 놓고 글은 마음대로 썼다. (네네. 저는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하지 않는 P입니다.) ‘작가의 서랍’에 넣어 두었던 세 편이 있으니 그것들을 다듬어 올렸다.
글을 따로 쓸 시간이 없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전철에서 브런치를 열고 글을 썼다. ‘발행’하지 않고 ‘저장’만 할 수 있어 유용했다. 3월 3일. 그날도 전철에서 ‘결혼 후 아이 낳지 않고 버티기’라는 글 올리기를 ‘완수’하고 출근도 무사히 했다.
3월 4일. 글을 올린 다음 날이었는데, 브런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람이 계속 오더니 조회수가 엄청난 속도로 1000개 단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온종일 알람이 울렸고 24시간도 되기 전에 1만 명을 돌파해 버렸다.
- ??? 이게 무슨 일이지?
당시는 어리바리했던(개점 휴업 상태로 3년이 지난 지금도 어리바리합니다만) 브런치 작가 초반이라, 브런치 시스템을 몰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날 퇴근하고 나서야 ‘통계’를 열게 되었던 것 같다. 유입 경로가 ‘다음’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익숙한 건 작심삼일
여전히 무슨 일인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하는 것은 확실히 동기 부여가 되었다. ‘작심삼일형 인간’에게 4일 만에 일어난 ‘조회수 폭발 사건’은 한 번 더 작심삼일을 하게 해 주었다. 신이 나 달리기 선수가 된 듯 글을 썼다. 아직 작가는 아니었고 그냥 초단거리 달리기 선수. 당시 며칠 ‘조증’ 상태였던 것 같다. 조회수가 폭발하니 구독자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글을 쓸 소재들이 떠오르는 시기였다. 초반 11일 동안 10편의 글을 올렸다. 그럼에도 사이사이 주제를 벗어난 글도 막 썼다.
브런치 연쇄 폭발 사건
브런치는 3월 11일에도 폭발했고 3월 17일에도, 3월 22일에도 폭발했다. 3월 17일 즈음에는 ‘유입 경로’가 ‘다음’이라고 표기된 것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다음 앱의 ‘홈&쿠킹’ 카테고리의 메인에 글이 걸렸다는 뜻이었다. 이 때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몇 번 캡처해 두었다. 다음 앱의 메인에 글이 걸려 노출 빈도가 높아지고 노출이 되니 클릭해 들어와 읽은 사람들이 많아진 거였다. 그저 평범한 글이었는데 운이 너무 좋았다. (운이 좋았는데 그저 이게 무슨 일이지, 하면서 그것을 걷어찼다.)
구독자 100명이 넘었는데
3월 11일까지 딱 열흘 정도 매일 글을 쓰고 나니 회사가 가장 바쁜 시기가 되어 연이어 주말 출근이 있었다. 바로 타협을 했다. 그 이후의 열흘쯤 되는 3월 22일까지는 2-3일 간격으로 글을 발행했다. 그 동안 글이 계속 폭발한 건 정말 ‘운’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되었다. 브런치에 일종의 ‘신입 작가 우대 정책’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와 비슷하게 글쓰기 초반에 다음 메인에 올랐다는 경험담도 꽤 많았고 일종의 브런치 작가 정책인 듯하다는 추측성 글들도 있었다.
3월 22일, 글을 올린지 22일 만에 구독자가 100명이 되었다.
3월 22일 이후에 글을 쓰는 주기는 완전 파괴되었다. 더 뜸하게 썼고 더 자유롭게 썼다. 일주일에 한 번, 이틀에 한 번, 삼 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 이건 그냥 제멋대로 썼다고 할 수밖에 없다. 확인해 보니 6월까지는 어찌어찌 주 1회 썼고, 7월에 한 편, 8월에 한 편 쓴 후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 상태로 3년이 지났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