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래가 발단이었다. 청순함의 대명사로 불리던 어떤 여가수의 발라드 음악이었다. 차에서 듣던 누군가의 라디오 신청곡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남아서 잊히지가 않았다. 나는 이런 감정이 함부로 잊히도록 허락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나를 기쁘게 하는 대상이라면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말인가. 일상의 기쁨이 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작은 축복과도 같다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라 짐작하는 무언가 들은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애착이 가는 만큼 묘한 부담감도 함께 남겼다. 마음을 짓누르는 '약간의 고통'이 잇따르는 것이다.
마음이 번지게 내버려 둔 것은 의지라기 보단 이끌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버려 둔다 한들 커다란 위협을 줄 만큼 대단한 감정선상에 있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는 말의 의미를 처음 알게 되었던 날. 어쩌면 내가 믿었던 생각들은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겠구나 하며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다.
가끔씩 궁금하다. 혼자 있는 시간, 늦은 밤 또는 새벽이 오면. 그는 깨달을 수 있을까. 내가 얼마나 소중한 기억을 많이 주었는지. 다시없을지도 모를 충만한 감정을 주었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