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재밌다. 글도 글인데 사유와 깊이가 남다르다. 언어 다루는 직업군 특유의 바이브랄까. 그래서 시원시원한 소설가나 편집자가 쓰는 글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글 만지는 사람들은 성향 차이가 있을 뿐 결은 비스무리한 듯하다.
다만 우리는 각자 다른 언어와 세상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번역은 오로지 번역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 번역가적 사고는 그래서, 나나 당신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계속 은근슬쩍 외쳐대는 이 책은 굉장히 귀따갑다(?) 그렇기에 여러 지점에서 웃음 짓거나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했지만.
언어는 여러 요소를 지닌다. 여러 갈래의 비언어적 요소, 모호하기 그지없는 뉘앙스, 직접적으로 나오는 말까지 그것들은 한데 모여 세상을 이루고 또다른 여러 언어와 충돌한다. 다국 언어와 마주하는 게 일상인 오늘,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세상을 감각하는 데 번역가적 사고는 굉장하리만치 근사한 사유 방법이다. 그러다 보니 언어가 이루는 세상을 향하는 시선은 넓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조금 괴팍하고 가벼울지라도? 오히려 이 편이 인간미 있고 좋기도 하다.
이 직업은 자신이 드러나면 안 된다는 점에서 편집자와 비슷하다. 본인 재량으로 작품의 맛을 더 살릴 수 있다는 것 역시 편집자와 결을 같이 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도...(?) 그래서 책장 넘기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글 만지는 사람은 대체로 경쾌하면서도 간결하게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내니까. 건조하기만 한 내 글에 담아내고 싶은 것들이다.
지난 한 주간 출퇴근 시간을 책임져준 이 번역가에게 감사하다. 아침에는 뇌를 깨워주고 저녁에는 번잡한 생각을 정리해주느라, 고생 많았다고. 이 책에는 그런 힘이 있다고,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