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를 타고>(1952)
동명의 영화 제목이자 노래 제목인 <Singin' in the Rain>은 비가 오는 날이면 옛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로 현재까지 사랑을 받는 곡이다. 본 작은 무언극에서 유성 영화로 변혁을 꾀하는 할리우드 영화사의 행보를 다룬다. 1920년대 영화사에서 벌어지는 변혁의 바람을 경쾌한 탭댄스와 신나는 뮤지컬로 소개한다. 관객에게 낭만과 감성을 자극하며 70년이 된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작품이자 유쾌한 사료(史料)를 남긴 고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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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은 시종일관 웃음과 긍정이 끊이지 않는다. 주인공 돈 록우드(진 켈리)는 초반부, 자신이 잃지 않은 건 품위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플래시백으로 보이는 돈과 코즈모(도널리 오코너)의 만남부터 이들이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은 품위와 거리가 멀다. 학구열 높은 학교도 다니지 않았고, 떠돌이 탭댄스 공연과 스턴트맨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돈 록우드는 지위에서 오는 기품의 품위보다 긍정이나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같은 인격적 가치의 품위를 보인다. ‘Singin' in the Rain’에서 비를 맞으며 읊는 노래 가사는 돈의 성격과 작품을 관통한다. 뮤지컬 장르지만 소극적 요소가 가미되어 과장된 행동과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로 웃음을 야기한다. 또한, 경쾌한 리듬 속에서 선보이는 ‘Singin' in the Rain’, ‘Make ’Em Laugh’, ‘Good morning’ 등의 노래와 합에 짜인 춤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음악과 볼거리를 선사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1920년대는 할리우드의 황금기였다. 더불어 유성 영화 시대로 넘어가는 변혁의 바람이 찾아오며 무언극에 특화된 배우나 시스템 체계는 시대의 잔당으로 도태된다. 기계 문명의 발전으로 영화사는 더 이상 외모와 연기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노래까지 소화할 줄 아는 배우들을 원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른 발음 교정 지도사나 음악, 오디오 편집을 다루는 사람들이 등장하며 한 단계 진화하는 영화사 흐름을 보여준다. 돈의 상대역인 린다 라몬트(진 헤이근)는 무언극에 특화된 배우지만, 자신의 인기와 명예를 지키고자 캐시를 이용한다. 린다가 마치 악역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모습은 악의보다 영화사에서 도태되기 싫은 생존 의지가 더 크게 다가온다. 자신이 이곳에 남아 있으면 인기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돈 록우드와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혁의 바람은 차갑고 냉정하다. 변화하는 사회와 함께 인간도 변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진심과 사랑이 있다면 냉혹한 사회에서도 행복하고, 품위를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