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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솔 SANSOL Mar 04. 2023

제 19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다녀와서

녹색 에너지의 진실과 다크 그린 에너지

사람들은 입을 모아 녹색 에너지는 화석에너지를 대체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 체계라 말한다. 속으로는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싶어 부모님이 산타클로스임을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척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 마냥 지속가능한 에너지라는 것을 믿었다. 

     

그러나 어디선가 계속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찝찝해. 아니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하지 않아? 화석 에너지에서 새로운 에너지로 대체되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생산과 소비를 야기하는 건 당연하잖아!’ 애써 무시했다.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저버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이 되던, 에너지는 하늘에서 비가 내리 듯 마법처럼 뾰로롱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햇빛, 물, 바람 등 자연의 힘을 에너지로 전환 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화석 연료 베이스 발전소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와 같은 숫자의 발전소 혹은 더 많은 발전소를 짓기 위해서 들이는 품이 정말 우리가 듣는 것만큼 친환경적일까? 끝없는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나 공학 분야의 기역자도 모르는 내가 그 진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에 그 진실을 한번 마주해보리라 다짐을 하고 있던 찰나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에서 ESG섹션이 눈에 들어왔다. ESG(Environmental, Soical and Governance 기업 활동에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담은 뜻)     


궁금했던 녹색 에너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이 눈에 띄었다. 보다 냉철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보여주는 <녹색과 거짓말>과 <다크 그린 에너지>를 보고 기업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제시하는 방법이 어떤 환경문제를 만들어 내는지와 수익을 앞세운 산업계의 힘에 의해 파괴되는 지역에 대한 실태를 알아보자. 

   

녹색과 거짓말(Bright Green Lies)

 줄리아 반스 Julia BARNES/Canada/2021/72분/다큐   

 

줄거리 영화 <녹색과 거짓말>은 책 ‘녹색과 거짓말(Bright Green Lies)’의 공동 저자 데릭 존슨, 리어 키스, 맥스 윌벗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환경파괴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해결책이자 대체재로 제시되는 ‘친환경’ 기술이 사실은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일 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 매우 해롭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태양력,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와 녹색소비자 운동이 생태학적 위기를 해결한다는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에게 지구를 해치는 산업들을 지지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된다며 경고하고 있다.     


 사막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태양광 패널에 쌓인 먼지

1. 태양광 에너지의 이면        

태양광 발전 설비는 보통 사막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모래나 먼지, 새똥 같은 오염물질이 쌓이기 쉽다. 이는 전력 출력 효율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패널 청소를 위해 다량의 물을 사용하여 청소를 해야 한다. 문제는 이미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사막 지역에서는 물을 조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패널은 실리콘 원료 채취 이후에 고온 공정을 통한 정제 작업을 거쳐 대형 강철관 위에 설치된다. 그냥 다른 산업에너지 생산시설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지구를 살리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화석 연료보다는 약간 낮은 탄소 발자국을 남기겠지만 원자재를 생산하는데 화석 연료가 들어가는 것은 동일하다. 패널 설치에 필요한 강철은 석탄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고 모든 원자재는 경유 트럭으로 운송 했을 것이다. 운송된 원자재는 화석 연료를 사용해 제련을 하고 아마도 화석 연료로 가동된 공장에서 조립을 했을 것이다. 조립이 완성 된 패널은 또 화석 연료를 사용한 운송 수단을 통해 전 세계로 팔려나갔을 것이다.    


      


규소를 탄소화합물로 환원하여 제조한 메탈실리콘을 주원료로 하여 수소, 염산 등과 반응시키고 제조된 혼합실란을 증류공정을 통해 고순도의 삼염화실란을 제조한다. 이를 다시 고온 상태에서 화학적 증착 반응시켜 고체상태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제조한다.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려면 순도가 매우 높은 실리콘이 필요하다. 순도가 99.999% 정도여야 하는데 그런 건 자연에서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최대한 순수한 실리콘 퇴적물을 찾아야 하는데 이건 주로 모래나 자갈 채취를 통해 얻는다. 고품질 실리콘에 대한 수요 때문에 중국에 있는 섬 몇 개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섬이 없어질 때까지 모래를 채취한 것이다. 비단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로 매우 파괴적이다.     

하지만 섬이 없어지고 파괴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 바오터우는 희토류 원소가 많은 대표적인 장소 중 한 곳이다. 이곳에는 127㎢의 인공 호수가 있는데 순수 실리콘을 얻기 위해 광물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제 찌꺼기를 흘려보내 만들어진 것이다. 오염된 물 덕분에 야생동물이 전혀 살고 있지 않는 황량한 땅이 되었다.     



바이오매스의 원료가 되는 나무 원목과 바이오매스 공장 광경

2.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이면        

‘바이오매스’란 자연에서 얻어진 에너지로 사용 가능한 식물, 동물, 미생물과 같은 모든 유기 물질의 중량을 뜻한다. 주로 나무를 건축자재로 만들어 내면서 남은 찌거기나 톱밥을 일정 크기로 분쇄하여 뭉쳐서 알갱이(펠릿)를 만들어 땔감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자투리 자재로 펠릿을 만드는 것보다 원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이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매년 재생가능 에너지가 몇 퍼센트 성장했다니 어쨌다니 떠벌인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은 재생가능 에너지 성장의 대부분은 풍력, 태양광 에너지가 아니라 바이오매스로 인한 것이란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오매스는 소각 행위를 일컫는 고상한 용어일 뿐이다. 바이오매스 관련 기업이 하는 일은 전 세계의 숲을 베고 불태우는 것이며 이것을 바이오매스, 재생가능 에너지 탄소 중립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곧 삼림 벌채라는 사실을 감추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오래된 숲에 있는 탄소는 나무속에 저장되고 흙 속과 나뭇가지 속에도 저장된다. 그렇게 탄소가 내부에 저장되어 대기 중으로 빠져나오지 않는다. 나무를 베면 저장된 탄소가 재배출 될 뿐만 아니라 흙을 건드리기 때문에 흙 속에 있던 탄소까지 배출될 뿐 아니라 전력 생산에 있어 석탄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바이오매스 산업을 탄소 중립이라고 부르기 위해선 부정직한 계산을 해야만 한다. 예컨대 유럽연합은 소각 시 배출되는 탄소를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한편, 그 탄소 발생에 대한 원료를 공급하는 미국의 숲들은 수확 시 배출되는 탄소를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이중으로 포함시킬 순 없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그래서 아예 빼버리고 탄소 중립이라고 한다. 하지만, 둘 중 하나는 계산에 포함시켜야 한다. 소각할 때 발생되는 탄소를 포함시키거나 벌목한 숲에 저장되어 있던 탄소를 포함시켜야 한다. 나무를 자르고 태우는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력 발전소의 댐과 죽은 물고기들

3. 수력에너지의 이면        

수력 발전소는 생각 이상으로 몹시 파괴적이다. 댐 아래 위치한 지역들과 위쪽에 있는 강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댐 때문에 이동 경로가 막힌 물고기가 죽고 수온도 올라간다. 댐이 탄소 중립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진작 거짓으로 판명 났다. 댐에서 메탄이 많이 나와 ‘메탄 폭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탄이 발생되는 이유는 저수지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주변 땅이 침수되는데 그러다가 숲이 침수되면 무산소 상태에서 부패가 이뤄지면서 메탄이 발생된다. 이는 전형적인 녹색 거짓말로 정부와 기업이 환경에 이롭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서 굉장히 해롭다고 한다.


미국 유타주의 빙엄 캐니언 광산(Bingham Canyon Mine,UT) ⓒ EYEEM

4. 풍력에너지의 이면

 빙엄 캐니언 광산은 전 세계 최대 구리 광산으로 100년간 운영되며 산 정상부터 깎아 내려오며 채굴을 했다. 이 광산은 지구상에 인간이 만든 가장 큰 구멍 중 하나다. 구리 생산은 녹색 기술을 위한 필수적 요소인데 풍력 발전기를 만들 때 많이 사용된다. 


스탠퍼드 대학 환경공학과 교수 마크 제이콥은 100% 재생가능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며 380만 대의 5㎿ 풍력 발전기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발전기 한 대가 5㎿ 짜리라고 쳤을 때 한 대 당 필요한 구리의 양이 450kg 정도 되니, 세계 최대 구리 광산 빙엄 캐니언 광산을 6년 풀가동해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마크 제이콥슨의 말대로 풍력 발전기 380만대를 건설하려면 24억 톤의 강철이 필요하고 190만 톤의 구리와 1억 3300만 톤의 복합섬유 자재가 필요하며 기반 구축을 위해 약 26억 톤의 콘크리트가 필요하다고 한다.             

풍력발전기 근처로 날아다니는 새들

캘리포니아의 베이 에어리어(Bay Area) 인군에 최초의 대규모 풍력 발전 시설이 건설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곳을 ‘새 믹서기’라고 부른다. 새가 하도 많이 죽기 때문이다. 풍력 발전 시설은 지리적으로 바람의 흐름이 좋은 곳에 설치하고 새들 또한 바람의 흐름을 타며 날다보니 생태학적으로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 뿐 아니라 박쥐도 많이 죽는다. 풍력 터빈 날이 움직이고 있을 때 박쥐가 그 주변으로 날아가면 터빈 날의 앞쪽과 뒤쪽에 발생되는 엄청나게 큰 압력차로 인해서 박쥐의 폐가 터져버리는 것이다. 새와 박쥐에게 주는 피해만 생각해도 풍력 에너지를 지지하면 안되는 이유가 명확하다.     


감상평

‘내가 죽음을 연료 삼아 삼고 있는 줄 몰랐어.’ 최근에 관람한 국립극단 <기후비상사태 : 리허설>의 한 대사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해온 화석연료는 사실 아주 오래전 지구에 살았던 유기체 즉 공룡, 식물 등의 잔해로 아주 긴 세월이 흘러 그들의 죽음이 새로운 형태의 물질이 된 것이다. 든든한 대안이라고 믿어왔던 그린 에너지들의 실상을 보며 속된 말로 ‘현타’가 왔다. 수많은 풀, 나무, 동물, 곤충, 대지, 물의 생명과 사람의 건강을 연료로 삼는다는 사실은 화석 에너지나 그린에너지나 피차일반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그린 에너지들이 가진 어두운 이면을 보여 준다. 대신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방면의 해결책이 나오지만, 필자가 생각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어떤 형태의 에너지, 물질이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기의 터빈 등이 나무에 열매가 맺히듯 생기는 것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곁에 에너지가 도달하는지 크게 와 닿지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 우리가 구세주라 믿는 그린 에너지의 실태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크 그린 에너지(The Dark Side of Green Energies) 

장루이 페레즈(JJean-Louis PÉREZ), 기욤 피트롱(Guillaume PITRON)/France/2020/54분/다큐        

광산 채굴 과정 ⓒ다크 그린 에너지

줄거리 : 에너지 전환은 거대한 그린 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뜻함)이다. 깨끗한 척하지만, 공해를 재배치했을 뿐 실제론 더럽다. 영토, 지형, 주민 건강, 동식물, 모든 것이 희생당한다.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약속이 환상에 불과한다면 어떨까? 녹색 기술이 내놓는 해답이 화석연료가 일으킨 폐해보다 해롭다면 믿을 것인가? 전 세계 지도자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들은 왜 친환경 기술에 대한 진실을 숨기려 하는 것일까?     

 

충전중인 전기차 ⓒunsplash

1. 희토류와 전기차 

유기농 식품 구매가 책임 있고 멋져 보이듯 다들 ‘깨끗한’ 차를 원하는 데 그게 바로 전기차다. 자동차 생산업체는 전기차는 장점만 있다고 한다. 환경을 보호하는데다가 일자리까지 창출하니 이는 기술적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들도 안다. 전기차는 자신들의 말처럼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전기차에서 화석 연료는 제외되었지만 다른 필수 원료인 희토류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희토류에서 나오는 유로퓸, 사마륨, 가돌리늄 등 독성이 강한 희귀 금속은 그 물리적, 화학적 특징으로 전기차를 달리게 한다. 물론 석유 연료 차에서도 이미 모든 부품에 들어간다. 예를 들면, 세륨(cerium)은 차 전면 유리에서 자외선을 걸러준다. 유로퓨(Europium)과 테르븀(Indium) 덕에 각종 스크린에 빨강, 파랑이 뜬다. 그런데 전기 차에서 희토류는 한 층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오디뮴(Neodymium)은 자석 원료인데 이 자석들이 전기 모터에 쓰여 전기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바꾸고 그래서 차가 앞으로 나가게 된다. 배터리는 차의 심장이고 차량 무게 절반을 차지하기에 희토류 없이는 기능하지 못한다. 최대 자율성을 위해 전기 차 배터리는 코발트, 흑연, 가볍고 에너지 저장과 배출의 역할을 하는 리튬 등이 필요한데 모두 희토류에서 얻는다. 그렇게 자동차 산업은 완벽하게 이런 희귀 원료에 의존하게 되었다.      


흑연으로 까매진 손 ⓒ다크 그린 에너지

2.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채굴 산업.

전 세계 희토류 주요 생산지 중국은 흑연의 70%를 채굴한다. 중국 북단에 있는 헤이룽장성은 흑연의 대표적 생산지 중 하나다. 거대 굴착기를 동원해 얼마나 산을 깎았는지 지하 수면까지 드러냈다. 흑연은 낡은 공장에서 제련을 통해 생산되고 신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가전제품 등에 쓰인다. 흑연 가루가 심하게 날리지만 노동자들은 보호 장구도 거의 없는 환경에서 일한다. 그들은 흑연 때문에 규폐증(먼지가 폐에 쌓여 흉터가 생기며 딱딱하게 굳는 병)에 걸릴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일한다.     


흑연 잔여물은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도 퍼졌다. 원래는 농지였던 곳들 모두 독성이 있는 흑연이 거대한 카펫처럼 뒤덮었고 식물들이 모두 병들었다. 하지만 공해로 인한 피해 이야기는 금기다. 부당함을 피력했다간 수갑을 채워서 데려간다고 한다. 농부들은 무책임한 기업과 정부에 화가 나지만 힘이 없다.     

 

기업들의 행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폐수, 폐가스 및 기타 폐기물을 정화해 배출하는 대신 그냥 몰래 버린다. 특히 정화처리는 정부가 요구할 때만 하고 돌아서면 다시 불볍 폐기물 투기를 재개한다. 이런 무책임한 기업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의 바우터우시의 대규모 산업도시에는 폐수로 거대한 인공 호수가 생겼다. 이 시커먼 물에는 불소나 수은등 각종 산과 금속이 가득하다. 폐수는 토양에 침투하여 지하수를 오염 시킬 것이고 이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한다면 골다공증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것이다.     


북부 칠레 추키카마타 광산

3. 희소자원이 되어가는 구리와 물 부족        

전기차는 일반 석유 연료 차와 비교했을 때 4배에 달하는 약 80kg의 구리가 들어간다. 화석연료를 전기로 전환하려면 구리가 많이 들기 때문에 녹색 기술 생산업체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금속이다. 풍력 터빈도 구리가 많이 필요하다. 전선을 감고 조립하고 전류를 목적지로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많아지는 프랑스 파리에 전기차를 달리게 하려면 충전소를 사방에 지어야 하니 파리 전체에 구리 전선을 둘러야 한다. 설마 싶겠지만 지금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류가 태초부터 지금까지 사용한 구리의 채굴량 말하자면 8~10억 톤을 생산했다. 그런데 현재 성장률로 계속하면 30년 만에 그만큼을 더 생산해야 한다. 인류가 태초부터 생산한 양을 30년 안에 더 생산해야 하는 것이다.     


북부 칠레 추키카마타 광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노천 구리 광산이다. 이 광산은 국영 광산이고 지름 4km 깊이 800m 이상인 푹 패인 거대한 구멍. 전세계 수요가 늘어나면서 작업자와 기계수도 늘어난다. 전 세계 구리 매장량의 13%가 추키카마타에 있다. 그러나 암석을 깊이 파면 팔수록 매장된 구리는 적어진다. 지금 속도로 보면 구리는 이미 희소자원이 되었고 구리 공급 문제가 몇 년 안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칠레에서는 구리 채굴이 심각한 폭포 효과를 낳는다. 구리채굴과 제련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여 추키카마타 광산은 초당 물을 2000L 가까이 소비한다. 그런데 일부 사막 지역에는 500년가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심각한 기후 재난 속에도 인구의 약10%가 구리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광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대놓고 고발할 사람은 소수다. 채굴의 악영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추키카마타 광산에서 남서쪽으로 4시간 차를 몰면 안토파가스타가 나오는데 구리는 이곳에서 4대륙으로 수출된다. 트럭, 기차, 배 등 수송 수단이 퍼뜨린 중금속 입자로 인해 안토파가스타 주민들은 광산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도 암 관련 질병으로 고통을 겪는다. 구리 산업 때문에 인구 10% 이상이 암으로 고통 받는 것이다.     


감상평

얼마 전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다들 기후위기 시대에 문제가 심각하다고들 말하지만 사실 크게 와 닿지 않고 별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속상한 말이지만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는 모는 물건들은 모두 우리가 두발로 서 있는 이 땅의 광산에서 채굴된 원료로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무지에서 발생한다고 느꼈다. 이 영화를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광산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 살아가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지켜보니 그 문제의 심각성과 현실감이 생상하게 전달됐다. 이런 영화들이 환경영화제에서만 상영될 것이 아니라, 상업 영화관 및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교육적 자료로 쓰여야 한다고 믿는다.     

폐기물 처리 방법이 확실하지도 않고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는 상황에서 자연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기술과 에너지 도입이 과연 올바를까? 전기차, 풍력 발전기, 태양광 에너지가 생산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이는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로 다가오는지 유기적인 관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천천히 곱씹어 보며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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