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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솔 SANSOL Dec 02. 2021

한 아이가 행동하는 사람이 되기까지

'지금 당장 기후정의'에 세계공동행동 집회에 참여하며

살면서 대한민국 세간을 떠들썩이게 만든 큰 사건들을 접했다. 전 국민은 작은촛불로 마음을 모아 뜻을 전했고 그 마음이 널리 퍼져 세상을 변화시켰다.그 대단한 확산에도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는데 말하기 매우 창피지만 바로 본인이다. 뉴스와 신문기사를 보며 속상하고 걱정했지만 그 마음은 잠시뿐이었다.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진심으로 공감하지 않았고, 행동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부끄러러워 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11월 6일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 집회’에 참여한 뒤, 가슴 속에 작은 불씨가 피어올랐다.


어려서부터 쓰레기 함부로 버리는 것을 싫어하던 아이는 자라면서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그 실체를 파헤쳐 알고 싶을 정도의 호기심은 아니었고 그럴 열의도 없었다. 쓰레기를 버리면 누군가 수거해갔고,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아이는 운명처럼 산악부라는 동아리를 통해 산을 만나고, 자연훼손과 자연보호 문제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는 막막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으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아이는 일단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노샴푸(Noshampoo)'를 시작했다. 단지 플라스틱 통에 담긴 샴푸를 샴푸비누로 바꾼 것뿐이었다. 하지만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폭풍우를 일으키듯 아이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태도와 시선이 바뀌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 세상이 쓰레기와 잠재적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숨이 턱 막혔다. 과연 ‘나 한 명 바뀐다고 세상이 바뀔까?’ 하는 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이는 마로니에 공원에 같은 마음으로 모인 참여자들에게 위로를 얻고 용기를 충전했다. 우리는 함께 종각까지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버스 승객, 차량운전자, 지나가는 행인, 식당이나 카페에서 유리창을 통해 행진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진실한 마음이 전달되길 바라며 플랜카드를 번쩍 들어 올리고 구호를 외치며 걸었다. 집회는 공동 퍼포먼스로 마무리했다. 키다리 건물이 가득한 도심 속,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바닥에 모두 함께 눕는 것이다. 아이는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이 동공 가득 담겼다. 아이는 생각했다. 회색 도시나, 초록 자연이나 누우면 결국 보이는 것은 같은 하늘이라고. 어디에 있든지 결국 같은 지구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차갑고 딱딱한 회색 콘크리트 밑 먼 옛날 존재했을 다양한 생명들이 나부터 변화하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아이는 한 사람이 되어 일어났고 비로서 행동하며 실천하는 삶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사진 ⓒ 노동과 세계 조연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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