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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 Aug 02. 2024

심리학의 오점.

반려견을 하늘나라로 보내며.

 며칠 전 파파가 하늘나라로 갔다.

자식을 잃은 느낌이다.

(파파는 제가 키웠던 반려견으로, 6살 때 데리고 와서 원 주인이 지어준 이름을 그대로 썼어요.)


마지막 2년 동안은 파파를 키우느라, 1년은 병간호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파파 키우느라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자유롭게 다니지도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마디로, 내 삶도 제대로 못 살고 있는데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이 버거웠다.


내 삶도 제대로 못 산다는 것은 내게 사랑과 겸손과 같은 덕목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내게도 부족한 사랑을 많이 줄 수가 없었기에,

나는 파파에게 한 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파파의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내가 파파에게 얼마나 부족한 보호자였는지 새삼 느끼며, 파파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고 더 소중해졌다.


더 큰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를 무너지게 하고 슬프게 만든다.

항상 시간이 지나고 하는 후회는,

'왜 그때 더 사랑하고 이해하지 못했을까?' 이면서도

내 몸과 마음이 먼저고,  내 힘듦이 먼저인 나였다.


지금 나의 상태는 한없이 파파가 그립고,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것 같다. 아프다.


가지 위안이 되는 건, 더 이상 파파가 아프지 않고 힘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예수님과 성모님이 얼마나 아프고 힘드셨을지

다시 한번 조금이나마 느끼게 됐다는 것.


되돌아갈 수 있다면,

파파랑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온다면

내 자유 보다도 파파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내 작은 힘듦쯤이야 괜찮다.

파파와의 마지막 날들에서

기저귀 갈아주느라 거의 1년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한두 시간, 혹은 두세 시간마다 깼지만

그래도 좋았다.


김형석 교수님은 자녀를 키울 때가 몸은 힘드셨지만,

'사랑으로 하는 고생이 가장 행복하다.'라고 하셨다.

맞다.

사랑으로 하는 고생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나'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가장 불행한 것이다.

더 가져야 하고, 내가 더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도 없고,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

(반려동물과도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의 오점이라고 생각되는 한 가지는,

심리학에서는 나를 계속 보라고 한다.

신앙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해 고통받으시고,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보게 한다.


나를 보게 함은, 나를 성찰하면 좋은데

그 기준이 애매하다.

그런데 완전한 신의 빛 속에서는

내가 잘 보이게 된다.

환한 빛이 나를 비추면 나의 어두움이 환히 보이는데

나에겐 이것이 성찰인듯하다.



완전한 빛이 없이, 내 기준에서 인간적인 눈으로

나를 보았을 때 나의 상처들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러면

나에게 잘못한 주변사람, 그들의 말과 행동들이 떠오르고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상대방은 나를 존중해줘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그렇지 못했을 땐 화가 나게 되더라.

결국 관계가 망가진다.

모두가 다 '내'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신앙은 나를 버리고 낮추고, 신을 보게 한다.

나를 낮추고, 당신을 높여주면 서로가 서로에게 높아지면서 참 관계가 맺어지는데

말이 쉽지, 너무나도 어렵다.

하지만 이게 답이다.

내가 완전한 빛 앞에 작은 존재로 넙죽 엎드리면,

완전한 사랑의 빛을 받게 된다.

내가 진짜로 채워지는 순간이다.



진리의 계명들은 우리를 속박하는 듯 보이지만,

내가 나를 버리고 파파를 돌보는 것을 더 우선했을 때

훨씬 더 충만했듯이,

삶이 주는 것을 밀어내지 않고,

모든 것을 감사히 받아들여야 행복함을

파파는 나에게 깊이 깨우쳐주었다.


나에게 오는 상황의 좋고 싫음을

내 작은 생각으로 판단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이라고.

그것이 신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처음엔 파파가 선물이었다가

내가 힘들 땐 부담이었다가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다 감사한 거라고.



눈물로 후회해 봤자 지금은 소용도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할 것을

나약한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파파를 통해 알게 된 사랑은 철저한 희생이다.

내 것을 내어 놓는 것이다.

심리학에서의 사랑이 계속 나를 채우고, 결핍을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 또한 오류가 아닐까?

나의 편함, 시공간적 자유, 물질.. 그리고 나 자신 전체는 아니더라도 나의 많은 부분을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살과 피를 모두 내어주신 예수님이 사랑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그래서 참이다.


앞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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