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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정콩두유 Mar 14. 2023

어느 워킹맘의 시일야방성대곡

-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란 ‘이날에 목놓아 크게 우노라’라는 의미다.


    1970년 대생 100만 명

    1980년 대생 86만 명

    1990년 대생 65만 명

    2000년 대생 64만 명

    2010년 대생 47만 명

    2020년 대생 25만 명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에도 아이러니하게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기는 더욱 녹녹치 않은 시대를 살아온 것 같다.

  아이 키우며 일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일 중에서 가장 극적으로 주저앉아 뭉크의 그림처럼 절규했던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나의 두 아이 중 둘째는 2010년생 그러니까 우리나라 인구가 64만 명에서 10년만에 47만 명으로 17만명이 줄어들었던 해에 나는 일하면서 그것도 둘째를 출산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둘째가 유치원에 갈 무렵 우리는 신도시에 살고 있었다. 유치원이 많지 않아 나는 나름 검색을 하여 무려 7곳에 지원을 하였다. 아이 수에 비해 유치원 수가 적었던 건지 대부분 추첨으로 유치원을 지원하는 상황이었다. 설마 7곳 중에 하나는 붙겠지 했는데 어이없게도 7곳이 전부 다 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말 아무 곳도 붙지 못했다.

  당시에는 맞벌이 가정에 가산점이 주어진다거나 어떤 우선권 같은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린이집, 유치원 전부 모든 곳에서 다 떨어지고 결국 40분 거리의 멀리 떨어진 유치원에 한 달 정도 보내다가 아이가 녹초가 돼서 오는 것을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이 난관을 어떻게 하나, 내가 아무 생각 없었나 보다’


  그날 밤 나는 자책하기에 바빴다. 울고만 싶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가정 어린이집은 졸업을 한 상태였고 이젠 제법 형아가 돼서 유치원을 다녀야 할 그 시기에 직장은 한창 바빴고 그야말로 시일야방성대곡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어디 나의 문제인가? 세월이 지나 생각해 보면 그건 절대 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운이 좋아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는 과연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엄마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도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능할 때 출산율은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감히 외치고 싶다.

  결국 나는 집 앞 상가에 있는 영어유치원 프렌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하는 비교적 저렴한 영어유치원에서 본의아니게 영유를 시작했다. 커리큘럼을 본 것도 아니고 영어교육에 대한 그 어떤 철학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서는 더더욱아니었다. 가깝고 인원수도 많지 않아서 더군다나 내가 출근할 8시부터 받아준다고 하여 단지 그런 이유로 영어유치원을 보내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텅빈 교실에 작은 아이를 두고 돌아서는 엄마의 마음은 아리다.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나 스스로 이런 자문을 수도없이 했던것 같다.


그날로부터 10년 과연 그렇다면 지금은 얼마나 좋아졌을까?

  얼마 전 아들을 키우는 친한 직장 후배가 얼굴이 하얗게 돼서 나를 찾았다. 워킹맘으로서 학교에 케어를 더 받고자 사립초에 넣었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사립초에 붙어서 너무 좋아했던 후배라서 난 그녀가 학원 문제로 고민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방과후 수업에 모두 떨어지고 아이가 2시에 귀가한다 해서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친정 부모님도 바빠지는 상황에서 정말 난감한 일이었다. 공립초만 방과 후가 추첨인가 싶었는데 사립초 방과 후도 추첨이었던 것이다.

방과 후 추첨이 다 떨어지면 이제 아이에게 맞는 학원을 그것도 사립초와 집을 연결해 줄 적당한 학원을 검색해야 하는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약 10년 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인구 절벽의 시대에 아이를 낳고 회사를 다니는 엄마는 10년전이나 마찬가지로 오늘날도 육아 문제를 홀로 고민하고 있었다.

  살면서 한 번도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국회의원이 되거나 교육부 장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다. 어쩌면 가장 큰 것은 돈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인구가 이렇게 급감하는 마당에 ‘과연 우리에게 미래가 있나?’ 그런 심각성에 대해 누구도 진심을 갖고 제도적 개선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1,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모든 어린이들이 원하면 집 가까이에서 다닐 수 있어야 한다.

2. 초등학교 등교 시간은 직장 출근 시간보다 적어도 1시간 빨라야 한다.

  -아침 돌봄은 가벼운 아침 운동 후 아침 독서 시간을 갖는다.

  - 회사의 탄력 근무가 보편화되어야 한다.

3. 녹색 어머니회가 아니라 녹색 학부모 회로 모든 장비, 호칭을 바꿔야 하며 어머니가 아니라 다른 인력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4. 방과후 수업은 추첨이 아니라 원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5. 저녁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은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6. 돌봄은 단지 케어 만이 아니라 학교 숙제와 운동, 놀이를 할 수 있고 간식 등이 적절히 제공돼야 할 것이다.

7. 방학 중에 학교에서 하는 운동이나 돌봄 특강도 원하는 학생이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두 아이를 공립 초등학교에 보내며 아쉬웠던 일들을 대략 적어 보았다. 왜 아이들이 받아야 할 혜택은 많은 경우 추첨으로 이루어지고 왜 우리나라 엄마들은 추첨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초조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어쩌면 오늘도 나처럼 나의 후배처럼 여기저기 다 떨어지고 자신을 자책하는 엄마들에게 난 도닥도닥 말해주고 싶다. 절대 당신 때문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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