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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Nov 13. 2023

개원 5주차

처음 개원에서는, 이 낯선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대부분은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었을 것이다. 무리를 해서 개원을 했는데 운영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나라면 이런 진료를 받고 싶을 텐데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꾸렸다. 혼자서는 잘 알기 어렵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보니 내게 이런 면이 있구나. 왜 그럴까. 한 번쯤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곳. 그래서 나는 환자분이 어떻게 자랐고, 유년 시절은 어떻고, 나의 가족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약제로 운영되고 진료시간이 비교적 넉넉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어떤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분들도 있다. 누군가 나에 대해 물어서 대답하는 과정이 불편하게, 일종의 침범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때로 궁금했다. 내가 받고 싶은 이 진료를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좋아할까. 혹시 나만 취향이 독특해서, 굳이 이상한 결정을 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아무도 나를 몰라서 그대로 잊히면, 그래서 큰 빚을 안고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나의 걱정은, 어떤 흐름을 읽지 못하고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외롭게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그래도 간간이 진료를 하고 있다. 진료를 하다 보니, 아 내가 이걸 하고 싶어서 개원을 결심했지 싶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운영과 관련된 불안, 걱정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다행히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으니 나머지 일들은 좀 나중에 신경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병원을 안정적으로 찾아주시는 분들도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운영 걱정, 생존 걱정은 좀 내려놓고 진료에 좀 더 마음을 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적당한 생각도 든다. 

 진료가 없는 시간에 초기엔 아무것도 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래도 이제는 간간이 음악을 듣고, 글을 쓸 생각도 한다. 병원이 청결한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병원이 다소 건조해서 분무기로 식물들에 물을 준다. 

나와 간호사 선생님은 식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창문 옆의 여인초가 너무 강한 빛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지. 잎이 말리는 이유가 뭘지. 병원의 바람은 식물에게 적당한지. 식물들은 느리게 반응하고, 그래서 바로바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꾸준한 은근한 관심을 두고 있다. 병원을 식물 가꾸듯 운영하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모호한, 비유적인 말은 좀처럼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대체 식물 가꾸듯 병원을 운영하라는 것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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