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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Jan 24. 2022

어린 연인

2022/  보다

2022 [ 보다]

1월 24일 월요일


어린 연인

그 애들을 본지 한 달째다.

어린 연인이다.

중학생 정도로 둘은 늘 함께다.

내가 일하는 상가 같은 층에 있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는듯한데 화장실 갈 때 종종 만난다.

남자애가 여자애의 어깨를 감싸고 여자애는 남자애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걷거나, 여자애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화장을 고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는 남자애를 본 적도 있다. 오늘은 네일아트 매장 앞에서 여자애가 턱을 괴고 보고 있고, 남자애가 뒤에서 안고 있었다. 여자애는 늘 무릎담요를 청바지 위에 두르고 있다. 베이지색 패딩에 흰색 셔츠, 청바지를 입었다. 오늘은 머리를 느슨하게 하나로 묶었는데 잘 어울렸다. 둘 다 어린 티가 남아 빼빼 마르고 풋풋하고 귀엽기만 하다.

무슨 말을 소곤거리는지 궁금하지만 그 애들의 얼굴 표정만 봐도 알 것 같다.

별다른 이야기야 하겠나 싶다. 가격표를 보고 있는 걸 보니, 그 얘기를 하면서 저렇게 소곤대나 보다.

무슨 말을 해도 즐거운 시절이니.

방학 내내 그 애들의 데이트 장면을  보게 될 것 같다.

둘이 싸워 여자애가 토라지고 남자애가 달래는 장면도 예쁠 것 같긴 하다.

-이런, 어린애들 둘을 바라보며 무슨 상상을 하는 거지.

그런데 그 애들이 내 눈에 이렇게 예쁜 건,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면서 데이트를 한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짠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방학을 꽤나 알차게 보내는 것 같다.

쉬는 시간을 하루 서너 번 갖는 것은 전혀 나무랄 일이 아니지 않은가.

아마도 싸운다면 독서실을 바꿀 거고 그러면 어린 연인의 모습은 다시 못 볼 테니 싸우지 말고

지금처럼 공부도 하고 데이트도 했으면 좋겠다. 겨울방학이 끝날 때까지.

"그대는 날마다 나아가오, 나도 나아갈 테니"

서로 나아가면서 공부하길 바란다.

그 애들이 설렘의 기운을 퍼트리고 지나간 복도를 걸으며

내게도 저렇게 예쁜 시절이 분명 있었을법한데... 아련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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