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난임일기(1)
다시 쓰는 난임일기
-1-
우리가 난임이라고?
설마 했었다.
우리가 설마 난임일거라곤,
언론에서 난임부부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다른 세상 이야기라며 코웃음치던 시절,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 둘 시작해 모두 다 아이가 생겨도 내가 노력하면 생기겠지 라며 합리화했다.
임신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되는 줄 알았다.
2013년 11월 결혼한 우린,
결혼 7년 차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도 하고 열정적으로 놀았다. 이 짧은 인생 젊을 때 즐기지 언제 즐기냐며 남편과 여권이 마를세가 없을 정도로 놀았다. 신혼여행을 기점으로 해외여행 애호가가 되었을 정도니. 그때 블로그 시작했으면 인플루언서 되고도 남았을 텐데 아쉽네.^^;
이제 슬슬 준비해 볼까?
마음먹고 배테기도 해보고, 피임하지 않아도 임신되지 않았던 날도 의심 없었다.
우리가 설마 난임일거라곤,
끝까지 '그것'만은 피하고 싶어 산부인과에서 날짜를 받아와 숙제하듯 지냈던 지난날들,
매번 진한 두줄을 보이는 배테기가 임신테스트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하며 변기에 앉아서 혼자서 흐느끼며 반복되는 매달을 보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합격 성적표
"난 괜찮아요."
"요즘 뭐 아기가 꼭 있어야 하나요?"
지인의 출산 소식, 백일, 돌잔치에 빠짐없이 따라 다니며 쿨하게 축하해 줬다. 집에 와선 다른 사람들은 다 쉬운데 난 안될까라며 남편과 우울을 나눴던 지난날,
이 조그마한 훈장 산모수첩이 그렇게 간절할 수 없었다.
그 간절함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을때
에어컨 바람에 온몸이 시큰했던 여름,
몸에 칼 한번 대본적 없는
겁쟁이가 난임병원에 가게 되었다.
산부인과 문이 닳도록 다니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을걸. 하며 땅을 치며 후회도 했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 이런 상황은 나에 대한 원망으로 돌변했다.
인공수정 3번,
유산 1번,
자궁수술 1번,
시험관 4번,
약 2년간의 나의 성적표이다.
그렇게 4번을 마지막으로 남매둥이 쌍둥이를 임신하게 됐다. 나의 기록이 더 악조건에서 힘들게 준비하는 분들에겐 코웃음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안다."
당신의 매일 하루가 얼마나 말 못 하게 힘들지.
몸을 만들기 위해 영양제를 챙기고,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안 좋은 습관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사회적 시선, 듣지 않아도 될 위로,
그리고
매달 어김없이 마주하는 결과를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이는 잔혹한 순간까지
노력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생생하게 기억하는 난임생활의 조각들 그 매일의 고통은 잊히지가 않는다. 그리고 지워서도 안된다. 나의 아이들을 만난 소중한 여정이기도 하니,
귀하게 선물처럼 온 우리 아이들을 만나기까지 과정을 기록하며,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여정을 시작하거나, 또는 이 생활이 일상이 된 매일을 보내고 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아이를 준비하며 보낸 2년,
사계절 중 늘 겨울 속에서만 살았던 지난날,
그날의 기억들을
이제서야 남겨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다시 쓰는 난임일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