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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라 Feb 06. 2024

내가 나를 설득하기까지

다시 쓰는 난임일기 (2)


다시 쓰는 난임일기

-2-



내가 나를 설득하기까지








나이에 맞게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입학했다. 여자는 적당히 대학 나와서 결혼하면 된다는 부모님의 가치관을 따라 적당한 곳에 들어갔고 졸업했다. 당연히 관련 학과를 나오면 그쪽으로만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뒤도 안돌아 보고 관련 기관에 취업했다. 




결혼도 30살 넘기면 안 된다는 말을 잘 따라 29살 되던 해 11월에 결혼했다. 착한 딸이었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멍청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 말에 의견을 내세울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인생그래프를 난 고스란히 따라왔던 거다. 나와 같은 시대를 겪었던 분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까?

진로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30대 결혼 후에 온 사춘기 때문에 지독하게 괴로웠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닌 살아지는 대로 살았던 삶이 부끄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습, 자아정체성이 취약하면 나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는데 나의 이야기였다. 



무슨 오래된 허물을 벗어 버리는 마냥 다 바꿨다.


모든 중심은 내가 하고 싶은 것 우선시했다.

충분히 고민 후 하고 싶은 직무의 직장으로,  가방, 옷 등 괜찮은 거 하나로 사계절을 보냈던 내가 날 위해 소비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끝까지 미루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결혼하면 신혼 1년 정도 즐기다가 애를 낳아야 한다는 그런 어른들의 이야기에 반항하고 싶었는지도. 30대 이후 새로 얻은 나의 인생을 즐겨야 했다.


임신만큼은 원할 때 하고 싶었으니까.






일도하고 공부도 하던 욕심많은 시절



원하는 공부, 직장, 직무를 위해 그렇게 애써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행복했었다. 내가 인생의 주인이 된 기분은 난 쪽팔리게도 30살이 넘어서 느껴봤던 거다. 그렇게 난 삶의 중심에 서고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애썼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엄마가 되려는 준비 과정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과정을 겪지 않았으면 아이들에게 나와 같은 삶을 살게 했을 테니, 





새 볼펜을 꺼내 잉크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끝까지 쓰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몇 개의 볼펜을 다 썼는지 모르겠다. 내 안의 것들을 다 꺼내 쓰고 개운함 삶이 느껴졌을 때 



서른 살 중반,

마음먹었다.


자 아가야 이제 내게로 와봐! 

두 팔 벌려 환영해 줄게.


.


.


응?




로또 오천 원도 쉽게 되지 않던 나의 운이었다.

매번 쉽게 되는 일이 없었던 나의 매일이 임신이라는 주제에도 역시나 적용이 되었다. 



새 볼펜을 꺼내 들었다.


몇 개나 다 쓰고 버려야 될지 모르는 과정


내가 

나를 설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처럼,


임신이 되는 과정 또한 멀고 험할 거란 걸 

시작하기 전부터 알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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