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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라 Feb 06. 2024

난임병원 문턱을 넘다

다시 쓰는 난임일기 (3)




다시 쓰는 난임일기

-3-



난임병원 첫 문턱을 넘다.





난임병원에 가기로 결심했지만,

기관을 선택하는 것도 참 고민스러웠다.

메이저 여러 곳을 비교해 봤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았기에 타인의 평가, 소문으로만 고르기도 난감. 결국, 집 근처에 있는 브랜드 기관을 선택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난 똑같이 이곳을 선택했을 것 같다. 



왜냐고? 집에서 가까웠으니까. 



내게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에게도 일순위는 집 가까운 곳 이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매번 남편과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시술 후에 홀로 귀가하는 길은 몸도 마음도 처량했다. 


일반적으로 난임검사 시기는 임신을 시도한지 1년이 지나도 결과가 없을 때 진행하는데, 만 35세 이상은 6개월이 지나도 생기지 않는다면 의료진을 만나는 게 좋다고 한다.



난 결혼 7년 차지만 본격적으로 임신을 시도한지 1년 만에 찾게 되었다.


초기 난임검사를 위해 생리 시작 2-4일째에 맞춰 예약했다. 당일 아침 남편과 무슨 면접을 보는 마냥 잘 차려입고, 거실 소파에 앉아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들처럼 의지를 다졌다. 그때의 온몸에 느껴지던 기분은 아직 생생하다.


아이가 간절했던 남편이 베란다에 하나둘씩 사다 모으며 가꿨던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남편을 생각하니 더 커지는 부담감. 아직 결과는 안 나왔지만 나 때문인 것 마냥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시험관까진 가진 않겠지?'





현관 자동문이 딱 열린 순간, 



'어머?'



이거 뭔  도떼기 시장. 

앉을 곳도 찾기 힘들 정도. 

이렇게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조한 출산율은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예약을 하고 방문했지만 선생님을 만나기까지 1시간 정도 더 대기했다.

여기가 블루오션 시장이구나, 산부인과 지원율이 낮다고 들었는데 이젠 아니겠다는 둥 남편과 별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시간 보냈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 작성했던 문진은 내 셀프 성적표를 써내는 기분. 결혼 기간, 유산 경험, 피임 여부, 생리주기 등 꼼꼼하게 체크하기.



"난임 가능성이 있겠네요."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의 첫 대답, 결혼 7년 차까지 아무 일 없던 우리 둘 사이를 의심 없이 이야기해 주셨고 우리 부부도 끄덕끄덕,

해야 될 것들을 설명해 주시는데 벌써부터 천 길 만길. 여성은 혈액, 호르몬 수치, 자궁, 난소 초음파, 그리고 공포의 나팔관 조영술, 남성은 피검사, 정자 수 운동성, 모양 평가하는 정액검사까지 해야 될 것들 투성.


나팔관 조영술은 생리 시작 7일-11일째 진행해야 하기에 이것 빼고 가능했는데, 개수만 많지, 초음파와 피검사가 전부였다. 



남편의 정액검사 후기가 궁금했는데


작은방에 들어가면 므흣한 영상을 보고 셀프로 그것을 작은 통에 담아 제출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통이 작아서 잘 맞춰서(?) 담기 어려웠다는 그의 경험담(키득)


검사 일정 때문에 다음 달부터 임신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 방문한 달부터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나의 결심이 무색하게 시술까지의 길은 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 달만 미뤄지는 건데 그때는 한 달 한 달이 너무 아깝고 안타까웠다. 1년에 12번 밖에 시도하지 못하기에.



특히나 난임판정을 받아야 보건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에 차근차근 진행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받아든 진료카드를 신분증에 붙이며,


휴. 한 달이나 또 기다려야 하는구나. 한숨을 내쉬었다. 나의 몸의 스케줄이 규칙적으로 잘 움직일 수 있게 잘 돌봐주는 것, 그게 지금으로써는 최선이었다.




일주일 뒤에 있을 나팔관조영술 걱정에 잠 못 이룰 날들이나 걱정해야지. 



이로써 난임병원 첫 문턱,

드디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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