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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LOH Oct 04. 2020

문장 수집가의 콘텐츠 영수증

9월 5주 차 - Content Receipt

2020/09/28 - 2020/10/04

≡ 9월 5주 차, 일상을 구하는 작은 히어로들

콘텐츠에는 링크로 지름길을 열어두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이 글에서 새로운 취향을 알아가실 수 있기를 바라며.




 요즘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상상을 해본다.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 조금씩 삶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은 악들과 싸워나가다 보면, 그게 모여 언젠가는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은 싸움을 이겨내고 승리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해보니 되더라고, 동성애자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동화 속 공주님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아니더라도, 레즈비언 할머니 부부는 드디어 건강보험료를 낼 수 있게 됐다는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 김규진 -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는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관찰하고 뜯어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들의 인생에 감도 놓고 배도 놓고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딱 그 정도의 거리를 둔 관심. 그래서 동성애에도 큰 관심이 없습니다. 더 이기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이 어떤 고통에 놓여있건 또 어떤 사랑을 하건 전혀요. 모두 그들의 몫이니까요.

 내 사랑은 누군가의 찬성이 필요하고, 존재는 차별해 마땅하다는 거대 권력의 얘기를 마주하노라면 아무리 긍정적인 나라도 기운이 쭉 빠졌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그들에게 응원을 더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사랑이 존중받는 세상이 왔으면 바라게 되었어요. '김규진'이라는 작은 히어로를 만났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을 어떻게 한 줄로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정해보았습니다. 명랑 레즈비언의 결혼 성공기.

제 머릿속에서 동성애는 가시밭길입니다. 이 책의 작가님의 일상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불참하는 결혼식을 하고, 타인의 편견에 맞서야 하고, 부당한 처사에 놓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시선을 그대로 마주해야 하고. 그런 막막한 이야기를 이렇게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결국 그들은 결혼을 했고, 꼭 맞춘듯한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큰 용기를 줄 수 있는 멋진 선례가 되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참 무미건조하면서, 유쾌합니다. 가장 많이 웃었던 부분들.

#제삿날, 부모님한테 고백하기 좋은 날
 내 결론은 설날, 즉 제삿날이었다. 조상님들을 추모하는 대의를 앞두고 있는 데다 큰집에 다 같이 모여 있는 환경상 나를 내쫓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괜히 큰소리를 내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녀의 성 정체성을 알기라도 했다간 오히려 아빠가 불효를 저지르는 일이 될 터였다. 뜨거움으로 뜨거움으로 다스리는 이열치열과 같이 보수성으로 보수성을 다스리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지금 돌이켜봐도 참으로 절묘한 수다.
#결혼이라는 야망
 2018년 기준 미혼 인구의 30.2%만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고, 이는 2010년의 55.6% 대비 거의 절반 수준이다. 반토막이라니! 이게 내 담당 제품에 대한 긍정 인식률이라고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날 수치다.
 이렇듯 변화하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혼인 수호자들은 바로 동성애자들이다. 미혼으로 남을 완벽한 핑계를 버리고 한 사람과 살고 싶어 하다니, 세간이 생각하는 문란한 이미지와는 조금 괴리가 있다. 적어도 내 주변의 동성애자들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결혼에 집착했다.


 적어도 나는 그들에게 사람들이 보내는 편견의 눈에,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응원을 더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그들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나, 허가가 없이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가끔 도무지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대만은 동성 결혼 법제화를 했고 중국에서도 동성 부부에 대한 대기업 광고가 송출된다는데, 한국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법안이 올라온다든지 하는 날 말이다. 하지만 두려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례들을 믿는다.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사회는 변한다. 앞으로도 조금 더 나를 믿고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야겠다.





샌드위치는 제대로 된 식사 시간을 마련하기에 마땅치 않은 바쁜 일상의 작은 휴식처였으며 든든한 끼니가 되어왔다.

≡ 주혜림 - 영화 속 샌드위치 도감

 이 책은 '샌드위치'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샌드위치'에 관한 다소 마니악 한 수집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해외 영화 속에 등장하는 70가지 샌드위치와 70가지의 이야기를 수집해서 엮어냈습니다.

 책은 샌드위치의 이름 - 영화 제목 - 영화에 대한 설명 - 샌드위치가 나온 장면으로 구성됩니다. 영화를 이렇게 큐레이션 할 수도 있구나 하면서 콘셉트에 1차로 감탄했습니다. 저는 전지적 샌드위치의 시선에서 영화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본 영화도 다소 새롭게 다가왔고. 보지 못한 영화들을 메모장에 적어두었습니다.

 70가지 이야기에서 샌드위치는 만남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갈등의 해소가 되기도 하고, 이별의 선물이 되기도 하고, 주인공의 바쁜 삶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관점이 아주 재미있었던 책입니다.

 #UE12 를 통해 구매하여, 이후 구매처를 알릴 수 없어 참 아쉬운 재미있는 책입니다.





엄마가 사라졌다. 오빠들은 도움도 안 된다. 명색이 홈즈인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혼자 길을 나설 수밖에. 추리력 장착하고, 미스터리 해결 준비 완료. 게임은 시작됐다. 

≡ 넷플릭스 - 에놀라 홈즈

이 영화는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Enola Holmes)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에놀라의 철자를 거꾸로 배열하면, 홀로(Alone)가 됩니다. 

영화는 '어떤 사람이 되어도 괜찮다'라고 말하며 자유롭고 씩씩하게 에놀라를 키운 '엄마'가 사라지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름처럼 에놀라는 혼자 남겨지게 되었죠. 

 역시나 괴팍하게 등장하는 마이크로프트는 에놀라를 기숙학교에 보내려고 하고 셜록은 엄마의 실종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 에놀라가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줍니다.


 미란다 이후로 너무 오랜만이었어요, 이런 연출. 우리의 씩씩한 에놀라는 언제든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황당해하거나, 설명을 하거나, 양해를 구하죠. 그게 참 너무 사랑스러워서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장치였습니다.


 그리고, 눈이 즐거워지는 캐스팅. 셜록 역에 슈퍼맨 '헨리 카빌',  도망자 후작 듀크스 베리 역에 '루이스 패트리지'. 


 엄마를 찾아서 떠난 모험에서 자신을 찾아나가기 시작합니다. 스포가 될 것 같아 쓰지 못한 멋진 문장들이 한 가득입니다. 씩씩한 에놀라의 모험에 함께 해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저는 부산시 동구 초량 2동 415번지 7통 3반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직업을 가수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 나훈아 -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노 개런티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된 대한민국 어게인을 보았습니다. 가수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그것을 선하게 베풀 줄 아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가수들이라고 하면 저는 꿈을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난세의 영웅은 개인이라는 생각이 더 견고해졌습니다. 누군가를 바꾸는 것은 결국 개인이라는 것.


 더불어 이런 기획을 하시는 분들을 마음 깊이 존경합니다. 누구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눈에 보이는 결과로 꺼내놓는 일은 매번 참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프닝과 교차 편집이 참 좋았습니다.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나오는 공감과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 무대가 저분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가장 큰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이 가장 값진 위로가 아닐까.


할머니와 함께 추석 프로그램을 볼 때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에게 늘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 "남자도 아니다."


 나훈아 님을 보며 그 말을 온전히 이해했습니다. 배를 타고 무대로 등장하고, 코로나는 불 지르고, 무대에서 옷을 갈아입고, 타락 천사가 되고, 노 개런티로 무대에 선 신념 있고 본업 잘하는 70대 현역 남자 가수. 실제 콘서트에서는 더 멋있다고 하니, 할머니의 연륜이 담긴 높은 안목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아직 50년은 이르다.





≡ 문명 특급 - 숨듣명 콘서트

'숨어 듣는 명곡'을 처음 듣는 분들이 계실 테니까 설명을 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TV판이기 때문에 좀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해서요!

라고 처음부터 설명해주는 재재. 공중파 감이야.

 '숨어 듣는 명곡'은 남들과는 같이 들을 수 없는 대놓고 듣기에는 조금 창피스러운 혼자 있을 때만 남 몰래 꺼내 듣는 희대의 명곡들입니다. 다소 뿅뿅뿡빵거리는 비트, 의미 없이 반복되는 가사들, 중독성 있는 안무들이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숨어 듣는 명곡, 저에게는 만만하니와 시끄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안무까지 쉬워서 노래방 필수 곡이었습니다. 무대를 가득 채울 만큼 멤버 수가 많았는데, 둘만 무대에 선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이상했습니다. 새삼 '현상 유지'는 참 어려운 일이구나.

 딱 10대 때 나온 노래들이라 친구들과 카톡으로 신나게 추억여행을 달렸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결국 노래방도 못 가게 하는 코로나를 욕하며 끝났지만요. 코로나가 끝나면 노래방으로 달려가 반드시 티아라 메들리를 부를 거예요.

[속보] 재재, 만만하니 킬링 파트 불러···환호

그런데, 재재가 제일 신났는데요.







Bambyeol's Comment.

추석 연휴 5일. 정확히 25캔의 캔맥주를 마셨고, 9번의 산책을 했고, 유튜브에서 10분짜리 콘텐츠를 연달아 보고는 6시간 정도 반성을 했으며, 50시간을 잤습니다. 게으름을 설명해보았습니다.

 죄책감은 크지만 충만한 추석 연휴였습니다. 다음 주는 조금 더 건강한 콘텐츠를 보고 느끼리라 다짐해봅니다.


10월 2주 차 - 소비 예정 리스트

① 마크 오스본 : 어린 왕자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영화, 영화의 설명 중 '모두를 꿈꾸게 하는 가슴 벅찬 모험'이라는 말에 홀린 듯 리스트에 넣습니다.

② 미키 코이치로 :식물도감

마지막 이별의 음식이 된 샌드위치, 사연이 궁금해졌습니다. 

③ 알고리즘과 그날의 기분에 맡기도록 합니다.

콘텐츠를 보다가 샛길로 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주는 계획을 세우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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