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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영 Jul 16. 2022

정리와의 사투 : 정리를 못하는 사람들

뭐 내가 특출나게 잘하는 게 있냐만은

그나마 뛰어난 분야가 있는가하면

가장 취약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리이다.


한없이 늘어나기만 하는 것 같은 물건들.

언제 그 자리에 두었는 지 알 수 없는 시공간을 떠난 무의미한 무언가들.


바쁘다는 핑계로 분리수거도 늘 미루다보니 쌓이기 일쑤다.


뭐가 그리 바쁜가?

돈벌기 바쁘긴 하다.

코로나 걸린 후로는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이게 핑계거리가 되나?

정리와의 사투이다.


오늘 거의 한달만에 거실을 정리해본다.


나는 혼자 살기 때문에 분명 거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나이고

내 물건이고, 내 쓰레기이고, 내 행동의 결과이다.

그런데 치울 때는 마치 남이 이렇게 어질러둔 듯한 기묘하게 낯선 느낌이 든다.


왜 나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건가.


분명 깨끗한 상태로 시작을 했다.

요즘은 무작위하게 물건을 들이지 않았다.

나름 심사숙고하여 물건을 골랐다.

이번달 내가 집에 들인거라곤 책 한권과 상처났을 때 응급처치용품들, 작은 소품을 담을 파우치밖에 없다.


흠..지난달에 옷을 좀 많이 사긴 했네? 집에서 편하게 입을 옷이랑 밖에서 편하게 입을 외출복, 운동할 때 입을 옷 9벌 정도 샀나. 샌들과 한번도 신지 않은 뮬운동화도 샀구나. 여름이니까 그럴수 있지..(정말?)

그러고보니 우리집에서 나간 물건은 없구나. 지난달도, 이번달도.

참 끼고 사는 성격이긴하다.


그래도 작은 집에서 살 때는 종종 옷은 정리해서 나눔하거나 비웠는데 말이다.

지금은 넓은 붙박이장 덕분에 옷이 늘어나도 티가 안난다.


나는 정리에너지가 매우 부족하다.

정리가 내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제일 벗어난다.

다른 것에 능력 있으면 이 정도 능력쯤은 없어도 괜찮은거 아니야?

정리를 못하는 사람들을 일렬로 모아본다면 그래도 나는 중간쯤 되지않아?

그래도 몰아서는 하니까 말이야ㅎㅎ

돈을 충분히 더 번다면 내 공간 정리정돈은 그에 걸맞는 능력있는 분들께 맡기고 싶다.

지금의 나는 집에서 밥먹을 기운조차도 없다. 왜 그런걸까..?

퇴근하고 집에 오면 누워서 유튜브 보고 자기 바쁘다.

정리 유튜브를 보면 이 정리 못하는 습관이 나아질까?

사실 정리는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거다.

나한테 안중요하게 느껴지니까.


이 공간에 누가 온다고 하면 또 부리나케 보이는 부분만 열심히 치우겠지.

작은 방은 완전 창고 같은데 말이다.

누군가랑 함께 살면 좀 나아지려나..


이런 글을 쓴다고해서

막~ 정리를 잘하고 싶다거나

와~ 이제 정리를 잘해야지! 라는 기운이 샘솟는 건 아니다.

적당히 어질러진 내 공간이 아늑하다.

지금의 이 목적이 없는 물건들이 복닥복닥한 공간을 누가 만든 건지 어리둥절 하지만 내 눈에는 거슬리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래도 에너지가 있는 날은 몰아서 깨끗한 상태로 싹 밀어버린다. 이때가 더 쾌감이 든다. 그 느낌에 중독되버린걸까.

우리 가족들은 정말 깨끗하고 미니멀한데..난 다른건 잘하는 대신 정리에 신경쓰는 부분이 고장났나보다.

갈수록 나아질 줄 알았는데, 어릴땐 정말 공간 깔끔하게 꾸미는 루틴이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공부와 취업에 집중하면서 그 능력을 잃었고,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 기능은 아예 작동이 안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난 내가 내 공간 정리에 덤덤 성질을 가진 사람일뿐 그렇게 악질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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