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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영 Jan 23. 2024

3. 신비한 빛깔의 연어 요리

 아름다운 색을 가진 연어회.

 싱싱한 속살을 가진 모둠회 중에서도 가장 진하고 눈에 띄는 색을 가진 연어회. 비타민처럼 상큼하고 부드러운 오렌지빛이다. 컬러로 음식의 순위를 부여한다면 연어회의 산뜻하고 생생한 빛깔은 당연 1위일 것이다.     

 회사에서 1년에 한 번 지원해주는 종합검진 날이다. 새벽부터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으로 찾은 건강검진 전용 병원은 서울 중심에 있는 아주 큰 건물의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한다. 많은 사람이 나처럼 반쯤 감은 눈으로 1번 기초검사부터 9번 치과 검진 코너까지 병동 코너를 한 칸씩 돌며 온몸의 CT도 찍고 초음파도 찍는다. 12시간 금식을 해서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1번으로 가세요,”, “2번은 대기가 기니까 8번 영상촬영부터 먼저 다녀오세요,”지시에 따라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병동을 떠돈다. 다시 8번부터 7번, 6번, 5번 항목 검사를 받으러 이동하다 보니 바다에서 강을 거스르는 연어가 떠오른다.     


 연어, 다음 대를 잇기 위해 소금기 가득한 파도 치는 바다에서부터 태어났던 민물로 과감하게 이동을 한다. 노래 가사처럼 거꾸로 오르는 연어들의 회귀능력은 그들의 유전자에 저장된 신비하고도 강력한 생명력 그 자체이다. 나는 지금 건강한 육체로 남은 인생을 잘살기 위해서, 어쩌면 자연을 거스른 채 (건강검진 병동과 주어진 수명을) 거꾸로 오르고 있다.      


 나는 연어회를 정말 사랑한다. 연속 4일간 연어 초밥과 연어회를 먹은 날도 있다. 내가 분명 어제도 연어를 먹었다고 했는데, 오늘도 괜찮냐는 말을 3일 동안 들었지만 나는 전혀 상관없었다. 생연어라면 괜찮다. 연어회는 콜드푸드여서 좋다. 어떤 조리도 필요하지 않고 바로 입으로 가져가 먹을 수 있다. 초록, 보라색의 야채를 흰쌀밥에 쏟아붓고 연어회와 함께 초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훌륭한 비빔밥이 된다. 간을 안 한 생연어회를 한입 크기로 썰어 와사비 한알이랑 동그랗게 만든 밥 위에 같이 얹어 먹으면 연어 초밥이 된다. 여기에 달콤한 간장소스가 베인 양파 조림을 올리면 색다르게 맛있는 연어 초밥 완성이다. 연어 비빔밥에서 흰쌀밥을 현미나 콩으로 바꾸고, 다른 소스를 넣으면 연어 샐러드가 되고, 여기에 빵과 곁들이면 샐몬 샌드위치도 된다. 어떤 요리도 신비한 빛깔의 생연어회를 넣으면 한 단계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연어회는 고소하다. 특유의 맛과 향이 있다. 아무것도 찍어 먹지 않아도 고유의 맛 덕분에 풍부한 美味를 느낄 수 있다. 연어 속살의 색감 덕분에 먹는 재미가 더해진다. 온실에서 곱게 자란 부드러운 꽃잎이 가진 것 같은 연주황색에 마블링처럼 깊숙이 박힌 흰 무늬를 띄고 있다. 맛과 색의 두 가지 매력이 나를 즉각적으로 기분 좋게 해준다. 조금은 경쾌한 음악이 들리는 것 같다. 그 리듬과 음계는 좀 더 발랄한 클래식에 가깝다.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같은 음악은 아니다. 대신 이 노래의 가사를 함께 먹는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서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여러 갈래 중 만약에 이 길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돌아서 갈 수밖에 없는 꼬부라진 길 일지라도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저 넓은 꽃밭에 누워서 난 쉴 수 있겠지     

여러 갈래 중 만약에 이 길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막막한 어둠으로 

별빛조차 없는 길 일 지라도

포기할 순 없는 거야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뜨겁게 날 위해 부서진 햇살을 보겠지     

그래도 나에겐 너무나도 많은 축복이란 걸 알아

수없이 많은 걸어가야 할 내 앞길이 있지 않나

그래 다시 가다 보면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어느 날 그 모든 일들을 감사해야 하겠지     


 노을 져 가는 가을 하늘처럼 아름답게, 원래 주어진 삶보다는 살짝 희망을 가지고 좀 더 길고 건강하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지. 예쁘고 맛있는 연어를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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