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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영 Feb 14. 2024

5. 안효율적인 고군분투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은  37일째이다.


아주 오랜만에 오후 10시까지 야근을 했다.

6시 이후에 잠깐 저녁을 먹고 들어오긴 했지만,

13시간을 일한 건가?

내가 맡은 업무를 나 혼자 해내야 하는 업무라

오히려 일에 시간을 온종일 투자해도 사실 그렇게 시간이 아깝지는 않은 건 사실이다.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게 매일매일 일하고 있다. 가끔 괴롭고 힘들긴 하지만 분명 몰입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내일까지는 반드시 결재문서를 완성해야 되므로 집에서도 일할 수 있게 메일로 일거리를 보내놨다...

이렇게까지 해야 된다고?

그동안 퇴근시간을 항상 넘어서 일하고 설연휴 전날도 오후 7시까지 일했는데 말이다 ㅎㅎ

그래도 해야지.

오후 1시부터는 초조하기까지 했다. 완성도 있게 해야 하는 일인 데다가 생각해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나는 선임들이 주로 맡는 업무자리에 최연소 막내로 꾸역꾸역 (원치도 않게) 들어온 자리고, 제로베이스인 포지션이라 아는 게 없어서 모르는 게 없었다. 오늘 안에 정말 해야 할 일들을 다 할 수 있는 건지, 처음 시작할 땐 똑똑하게 최종 결과물에 신경 쏟자고 다짐해 놓고 난 그동안 뭘 한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번 달 내가 맡은 케이스는 2개였는데 빠른 진도를 위해서 일단 그중 하나를 오늘 결재라인으로  들이밀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제 꽤 완성도 있게 다듬었다고 생각했는데ㅋㅋ 법률 검토받으며 우후죽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아, 역시 겸손하게 사는 게 미덕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 잘한다는 소리에 우쭐하지 말자, 남의 평가에 하하호호뉴뉴 하지 말자고 다짐한 지 1년 정도 되었다. 그전까지는 일 잘한다는 소리가 듣고 싶었고 그게 영광인 줄 알았지. 물론 일을 못한다는 소리보다는 일 잘한다는 소리가 누구나 기분 좋겠지만, 그걸 위해 기분을 내맡기거나 인생을 허비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뭐가 중요하다면 돈이 중요하다 돈이!

돈 주면 일하고, 안 주면 안 한다. 이게 심플한 나의 지론이다.


그래서 요즘 평소에 일할 땐 하지도 않던 앓는 소리인 짜증난다와 하기 싫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면서도 계속 일하는 이유다ㅋㅋ 게다가 힘들다고 하기 싫은 척하면서 내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야 티를 내며 은근하게 몰래 몰입을 즐기고 있다.  참으로 피학적이다.


일 잘한다 소리 듣고 싶어 증후군이 내 일 어렵지 증후군으로 옮겨온 것 같기도 하고..


하.. 아직도 집에 가서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믿기지가 않는다. 밤 11시, 집에 가는 퇴근.. 아니, 안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오랜만에 팝콘과 어릴 적 좋아했던 아침햇살을 한 병 샀다. 같이 먹으면서 일해야지ㅎㅎ 이러려고 돈 벌지!!

내일도 땡기는 맛있는 거 사 먹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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