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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RI May 29. 2021

이름 없는 디자이너여도 괜찮아

ep.4 낯선 눈동자와 중국의 회식문화

분명, 중국 식목일인 청명절에 신입직원 환영회 겸 워크숍으로 라오산이라는 관광지에 간다고 들었다. 찾아보니 경관이 수려한 산이라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산에 올랐다. 동기 친구와 등산화가 없다는 걱정 섞인 대화를 하며... 둘  설레는 마음을 감출  없었다.

기대와 달리 등산로를 10분쯤 오르자 이사님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며 발걸음을 돌리셨다.. 아직 산의 형태도 보지 못했는걸..? 아무도 아쉬움 없이 발걸음을 돌리는 것을 보니 이미 익숙한 듯 보였다.


‘어찌 됐건 덕분에 칭다오의 관광지에 와봤네...’


빨간 등이 양쪽으로 달린 으리으리한 음식점에 도착하니, 다들 제자리를 아는 듯 붉고 둥근 회전식 테이블에 척척 자리를 찾아 앉았다.


“전체 회식은 처음이지? 중국 회식 문화중에 한 가지 한국이랑 다른 게 있어~ 오늘 많이 경험하게 될 거야”

이사님의 의미심장한 말의 뜻을 이해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국 생산반장이 다가와 나에게 맥주를 권하며 중국어로 한참을 웃으며 말했다.


“중국은 아랫사람이 높은 사람을 찾아가 술을 권하는 게 예의라 환영인사를 하는 거야 , 허허허”


“00, 중국에선 무조건 원샷이야. 그래서 잔이 한국보다 작은 거야, 허허허

이사님은 이 상황이 재밌으신지 웃으며 계속 설명해주셨다.. 어찌나 친절하신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녹색 칭다오 병들이 도미노처럼 내 잔에 쏟아져 내렸다. 출렁이는 잔은 잔잔해질 시간 없이 건배로 이어졌고, 나는 의지와 상관없이 그 술을 넘겨내는 고행을 이어갔다.


중국은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큰 물고기를 상에 올린다고 했다. 테이블 가운데 머리가 나보다 큰 물고기가 불쌍한 듯 나를 계속 쳐다보았다.

‘뭘 봐... 너도 뭐 다를 거 없는 처지 아니니...?’


사람들이 점점 줄어가는 것인지 늘어가는 것인지 시야가 흐려지고 잠시 후 눈을 뜨니 기숙사 침대 위에 놓여있다. 기억이라고는 넘쳐 오르던 맥주 거품과 그 뒤로 나를 노려보던 거대 물고기의 눈동자뿐...

그것이 나의 첫 회식의 강렬한 기억의 파편이었다.

숙소를 둘러보니, 입사동기는 바닥을 기어 다녔고 강아지는 소파에 엎드려 한숨을 쉬었다. 한심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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