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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 Aire Oct 07. 2020

강남아파트 그녀는 한 살 연상이었다

<제35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회사 탕비실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신 후, 삼송 분양권 투자의 달인인 그 개발자 친구를 불렀다.


“나도 방금 분양권 계약했어. 이따가 밤에 계약서 쓰러 가.”

“어디?”

“강남! 이거 너도 사라.”

“강남? 어딘데? 얼만데?”

“잠실 아파트보다 1억밖에 안 비싸. 지하철 역세권에 학군이 좋은 동네야.”

“중도금 대출은 나오고?”

“일반 분양자가 이미 받아 놓은 중도금 대출은 승계 가능하고, 잔금 때 전세 구해서 보증금으로 갚으면 될 거 같아.”


그로부터 2시간 후, 이 친구도 같은 아파트 26평 분양권 계약에 성공했다.




2017년 6월 1일 밤 11시 매도인이 나타났다. 방금 막 퇴근을 하고 온 듯한 차림으로 도도하게 부동산에 들어왔다. 미혼 싱글인 그녀는 나보다 한 살 많았다. 혹시나 해서 넣어본 청약인데 추첨으로 당첨이 됐다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뽑기에 당첨된 것이다. 아, 부럽다.


혹시 500만원이라도 깎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굽실굽실 엎드려 있었다.


“사모님, 축하드려요.”

“사모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사모님 같은 미인이 이렇게 당첨도 되시고 얼마나 좋으세요?”


실패. 안 먹힌다. 눈치 없는 부동산 사장님은 옆에서 매도인을 거들고 있다.


“아이고, 그렇게 더 깎아달라고 하시면 안 돼요. 그랬으면 여기 사모님은 오늘 계약하러 나오시지도 않았어요.”


분양권 양도세는 50%이다. 내가 건네는 프리미엄 1억 8,000만원 중에 9,000만원은 세금으로 내고, 그녀는 나머지 9,000만원을 갖게 되리라. 청약 한 방으로 한 순간에 9,000만원을 번 것이다.


반면에 나는 지난 7년간 강북과 수도권 아파트 투자를 통해 번 수익을 한 순간에 바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눈 앞에서 현금이 오가는 것이 아니라 계좌이체를 통한 거래이기 때문에 프리미엄 지불에 대한 감각이 무디게 느껴졌다.


마치 당근마켓 직거래 같고, 11번가에서 인터넷 쇼핑하는 느낌이었다. 한 달 이자 70만원만 더 내면 10억, 20억의 꿈과 희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1박 2일에 걸친 이번 계약이 우리의 조기은퇴에 어떤 결정적인 영향을 줄지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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