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분양권 거래는 단순해서 한 달 안에 잔금까지 모두 완료했다.
중도금 대출 승계를 위해 지정 은행인 하나은행에 갔다. 은행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1시간 넘게 수십 장의 서류에 서명을 하고 도장을 찍었다. 손가락 여기저기에 다홍색의 인주가 묻었다.
뒤에 대기 중인 사람들 중에서 부동산 봉투 들고 있는 사람들도 앞으로 한 시간은 도장만 찍어야 할 것이다. 옆 창구에서도 같은 아파트 분양권 거래를 처리하는 것 같다. 숫자와 금액 소리가 귀에 훅 들어왔다.
헉. 나보다 천 만원 싸게 산 거 같다. 이런. 자세히 들어보니 같은 동인데 조금 아래층이다.
‘그래, 고층이면 원래 더 비싼 법이지.’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슬쩍 보니 계약한 달이 5월이었다. 다행이다. 5월이면 프리미엄이 더 쌌을 텐데 나랑 천 만원 차이면 내가 잘 산 거다.
‘그럼 그렇지, 내가 잘 산 거야.’
이제 중도금 대출까지 합치면 총 대출이 11억이 넘었다. 이상하다. 부동산 투자를 하면 할수록 대출은 점점 늘어났다. 홍제동 아파트 살 때 대출 1억으로 시작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대출은 11억이 넘었다.
누군가 부채도 자산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11억 부채는 좀 부담스러웠다. 내가 망하면 하나은행, SC은행, 삼성물산도 같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책임감까지 들었다.
은행을 나와서 테헤란로에 있는 삼성물산 사무실로 갔다. 아파트 공급계약서 원본 뒷면의 명의변경 내역에 인적사항을 미리 적어 두었다. 여기에 삼성물산 직인을 받았다. 한 번 찍었는데 깨끗하게 안 나와서 그 옆에 다시 찍었다.
이제 래미안에서도 우리가 집주인인걸 알게 된 것이다. 우리가 바로 강남아파트 집주인이라고!
마지막으로 일원동 재건축 조합 사무실에 가서 명의변경 신고를 마쳤다. 역시 공급계약서 뒷면에 재건축 조합 도장도 받았다. 공급계약서 사본을 하나은행 대출 담당자에게 다시 제출하는 것으로 모든 과정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