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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st Aug 05. 2024

학원 수업보다 썰이 왜 기억에 오래 남을까?

어린 시절의 기억은 조각의 파편처럼 흩어져있다.

마치 시간과 사건의 흐름을 벗어난, 깊은 꿈을 꾸었던 것처럼...


학원에 대한 내 첫 기억은 아마도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동네 영어학원에서 테스트를 잘 봤는지는 몰라도, 운 좋게 중학교 형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당시 영어 선생님은 매우 인상 깊었는데, 수업이 훌륭해서라기보다, 뭔가 도인과도 같은 독특한 아우라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덥수룩한 머리에 안경 그리고, 대학 캠퍼스 잔디에 앉아 하루 종일 철학 책을 읽으며 사색할 것 같은 외모였다.


자신이 어릴 적 미술시간에 도화지에 하늘을 색칠하는데, 자신은 보라색이 좋아서, 보라색으로 칠했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던 기억.. 점프를 하면 강의실 천장에 닿을까 말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점프를 했던 장면...이런 사소하지만, 수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장면들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내 머릿속에는 뚜렷이 박혀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강사들은 많은 시간을 강의 연구에 몰두하는데,

결국 학생들에게 남는 기억은 수업 외적인 것들이니 말이다.


과연 수업이라는 것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영업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보다가,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수업 또한, 수업의 내용보다는 누가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걸까?

아니면, 어차피 뭘 해도 고통스러운 공부시간이라면,

마음 맞는 선생님과 그 시간을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한 걸까?


하지만, 반대로 수업 내용이 기억나는 경우도 있었다.

고1 때 유일하게 다녔던, 그것도 1달 남짓 다녔던 학교 근처 학원에서의 영어수업이 그러했다. 가정법 수업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가정법 현재 = 현재의 반대]라는 내용을 배웠었다.내가 학원 자체를 원체 다니기 싫어하고, 독학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학원에 대한 경험이 적기에, 희소적인 느낌으로 기억을 하는 건지, 아니면, 그 선생님의 강의가 머리에 쏙쏙 박혀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인터넷 강의 중에는 '폴수학'의 극한 수업이 강렬했다. 무한대/무한대를 설명함에 있어, 수조원의 재산이 있어도, 무한대의 재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먼지와 같은 돈이라는 비유는 강렬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지난 기억들을 모두 돌이켜보면,

어쩌면, 좋은 강사는 수업이 기억나고,

아닌 강사는 기억날만한 수업이 없는 건 아닌지.......


오늘도 나의 수업은 아이들에게 먼 훗날 강렬하게 기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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