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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5. 2024

황주리의 시간 여행『마이 러브 프루스트

[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 읽기]

화가 황주리 신작 소설 출간
신구상주의 화가이자 소설가의 ‘시간의 집’

화려한 원색 향연의 식물학 시리즈로 독보적 입지를 가진 화가 황주리의 신작 소설이 출간되었다. 우리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 『마이 러브 프루스트』(2024)이다.

황주리 신작 소설 "마이 러브 프루스트"

황주리 화가는 신구상주의 계열 화가로 인간 삶의 본질적인 인생 여정과 사랑의 풍경을 화면에  펼쳐 왔다. 화면에는 어릴 적 고흐를 좋아한 기억으로 활짝 핀 해바라기가 배치되고 그 안에는 인간의 내면 풍경 중 남녀노소를 초월해 모든 인간의 영원한 설렘, '사랑의 풍경'을 이야기하듯 표현한다.


황주리, 식물학,  acrylic on canvas, 2019

세상에 보이는 사물은 화가에게 그림을 그려 넣은 빈 캔버스가 되었고 그 중 대표작은 안경 시리즈, 돌시리즈, 의자, 목기, 시계, 라디오 등이 있고 이들은 사라지는 현재의 순간을 못 박아두는 ‘시간 채집’이다.


코비드 시기 인물들은 마스크를 쓰고 2020년 이후 3년 간의 사회적 모습으로 기록되었다. 미술이 주는 '시간 박제'이자 '영원성'이라고 할수 있다.


황주리, 안경에 관한 명상, 2004

꿈과 사랑에 대한 작품은 모든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밝은 원색은 넓은 상상력과 극도의 세련된 조합을 보여주며 흑백은 현대 사회와 문명에 대한 비판의 시각 언어로 보인다.


황주리 작가는 에세이집 『세월』, 『날씨가 좋아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그림 소설집 『그리고 사랑은』,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그리고 올해 『마이러브 프루스트』 등을 펴냈다. 


황주리, 자화상, acrylic on stone, 2023

타고난 문학적 감수성과 상상력의 소유자인 작가는 87년도에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2001년 테러로 무너진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바로 옆이 그녀의 작업실이었다. 처참한 현장의 기억 그 이후 20여 년이 지난 현재, 경험 속에서 본 사랑의 에피소드로 소설은 구성된다.


사랑했고 이별했고 아팠던 사랑의 순간은 섬세하게 붓질되어 소설 속에서 은유적 기법의 글로 삶의 가치를 되새김질한다. 깊숙하게 침잠되어 있는 상실과 죽음이 상속이라는 기제와 결합하는 현상이 잃어버린 시간의 정체를 지탱해 줄 수 있을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젊음, 사랑, 인생이라는 허송세월, 그게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의 정체이다.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감정 기하학은 섬세한 기억으로 피가 나지 않는 아픔으로 남는다. 무너지는 마음은 가파른 각도와 직선과 모서리의 날카로운 기억들로 남는다."


유학 이후 귀국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은 것은 오브제 수집과 여행이었다. 작업에 지칠 줄 몰랐고 타고난 관찰력과 예리한 시선은 작업과 하나가 되어 돌, 안경, 골동품 등 다양한 오브제로 그려졌다.


황주리, 자화상, 2022

화려한 작품 안에는 아름다움과 추함, 밝음과 어두움, 가벼움과 무거움, 희망과 절망, 모든 양면성이 각각의 ‘프레임’ 안에서 심리적 폐쇄성으로 드러난다. 안을 바라보는 시선과 밖을 바라보는 시선의 마주침, 그 어떠한 것도 보는 이의 자유이며 영원한 진행형이다.


황주리, 식물학, acrylic on canvas, 2017

 황주리작가에게 또다른 상상력의 도구였던 글쓰기는 늘 함께하는 친구였다. 


따뜻한 사랑으로 각인된 기억의 연금술, 일곱 색 무지개빛 사랑의 에피소드로 『마이 러브 프루스트』는 예측할수 없는 구조로 관조하듯 접근한다. 카페 프루스트, 마담 프루스트, 프루스트 책방, 프루스트 헤어, 프루스트 프루스트, 프루스트 의자 등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 소제목이 구성된다. 그러나 평범한 삶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이 말했듯, 황주리의 신간 『마이 러브 프루스트』 의 다소 냉소적 인생 무대를 바라보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것은 현재 지금여기의 삶의 소중함을 더욱 짙게 한다.


"죽음을 자주 떠올릴수록 남은 인생은 더욱 빛난다고."


https://youtu.be/_iyMn_pHBZk?si=vyX4bndlSYRKbE13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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