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소재 갤러리 올미아트스페이스는 11월 개인전으로 프랑스 작가 '까미 메르껑델리' 초대전을 열고있다. 작가 까미 메르껑델리는 한국문화에 푹 빠진 화가이다. k컬처가 세계 도처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지금, 서양의 작가가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제는 보편화된 문화적 현상이다. 그러나 작가는 정선이나 김홍도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이 아닌 우리나라 서민들이 좋아했던 '민화'에 빠졌다. 그것도 서양에는 없는 '책거리'에 매료되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잘 안다고 하지만 그녀의 우리미술 사랑을 보면 갑자기 부끄러워 진다. 동서양 문화의 융합을 작품의 주된 주제로 삼고 있는 작가를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인사동의 올미아트스페이스 갤러리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돕기 위해 그의 남편 박우정 사진작가와 함께 했다.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유럽에서 제일 큰 귀스타브 루씨 암센터 안에 소화과가 있습니다. 병원이 워낙 크다보니, 그 안에 교육시스템이 있는데 거기에서 미술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소아과 환자들을 위한 미술교육을 맡은 미술교사입니다. 화가로 활동을 많이 해서 프랑스와 다른 외국에서도 많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난 과정이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우리는 발렁스 미술학교 출신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에꼴 드 보자르'를 미술학교라고 하는데, 미술전공자들은 거의 에꼴 드 보자르 출신입니다. 에꼴 드 보자르는 프랑스의 주요 대도시에 다 있습니다. 20개 이상 될 겁니다. 나는 발렁스에 있는 에꼴 드 보자르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그 학교에서는 전공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요, 모든 것을 다 배워요. 남편과는 7살 차이가 나는데 1학년때 남편이 저에게 프로포즈를 했어요. 남편은 사진을 택했고 저는 미술을 한 것이지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저의 작품은 모두 카메라로 촬영을 해서 인화를 하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작품들입니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집니다. 남편이 촬영한 사진 위에 제가 그림을 그리는 작품이 있고, 우리 부부가 콜라보 하면서 우리 모습을 함께 촬영하고 그위에 작업한 것이 있습니다. 작품 책거리는 제가 직접 사진을 찍고 출력을 해서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작업한 작품입니다.
유럽에서 사진 인화지를 이용하는 작품은 많고요,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원래 인터넷에서 초상화를 출력해서 그 위에 작업을 많이 했어요. 주로 고전적인 위인들을... 그러다가 남편을 만나며 같이 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 사람은 부패하는 모습이고, 그 속에 자연은 생기발랄하게 다시 성장하는것으로 인간과 자연을 대비시킨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저편에 죽음이 존재하지 않나요? 저는 동양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사람은 죽어가지만 자연은 돌고 돈다는 윤회 이야기에 관심이 많이 가더군요. 두개골을 그림에 넣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유럽은 정물화에서 해골을 많이 넣는데. 삶이라 하지만 언젠가 다가오는 죽음을 상기시키기 위해 두개골을 오브제로 사용했습니다.그 두개골 위에 식물의 생동감을 표현해서 인간의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일부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지요.
작가는 동양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요?
동양의 모든 것이 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 옵니다. 남편의 영향인지 몰라도 한국미술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한국 미술의 원천은 저와 같은 외국인이 보기에는 '자유로운 상상력'입니다.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사람들은 상상력이 무척 자유롭습니다. 한국인들은 그것을 잘 모르는데 저와 같은 유럽인이 보면 작품속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이 느껴집니다. 한국 작가도 좋아합니다. 김수자, 이배 등의 작가를 좋아합니다.
「책거리」는 한국적인 작품인데 그것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는 「책거리」라는 화제는 없습니다. 그냥 유럽의 정물화는 사물을 그리는 것 밖에 없어요. 과일이나 다른 오브제를 배경 위에 놓고 그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책거리는 표현이 매우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처음에 책거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뉘어진 공간에 다양한 소품이 있다는 것이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책장에 놓인 소품의 표현방식이 너무 자유롭기도 하고요. 정물화의 일종인 한국의 책거리는 공간 배치라든지 그런것들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줍니다. 공간 배치를 탄력적으로 하니 작가의 상상력이 무궁하게 뻗어 가는 것이지요. 유럽사람들이 보면 매우 특이한 지점입니다. 유럽의 정물은 그냥 사물을 표현하는데 급급해요. 한국의 책거리는 작품을 배열하고 배치하는 부분이 유럽인들의 모습에는 무척 개성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민화에도 관심이 많이 가더군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가요?
제가 지금껏 해온 정물쪽으로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사진을 이용해서요. 그래서 작품에서 서양문화와 동양문화를 융합시키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의 민화 '책거리'는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 인터뷰 < 뉴스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