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27 조사실
장씨와 마주앉은 은석. 시간 확인하고, 그런 은석을 넘겨다보는 장씨
장씨 몇시간 남았어요?
은석 뭐가요?
장씨 임의동행요. 풀어줄 때 지난 것 같은데?
은석 임의 동행으로 오셨지만, 가정폭력으로 긴급체포 되셨습니다.
장씨 치.. 누가 신고를 했어, 죽기를 했어? 남의 집에 마음대로 쳐들어와서 뒤지는데, 그딴 사소한 거 하나 안 걸릴 인간이 어디있소?
은석 사소해요? 사람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는데, 그게 사소합니까?
장씨 걔는 원래 하루 종일 나자빠져있어요. 게을러 터져가지고.. 그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풀떼기도 아까워요.
은석 그래서 폭행하셨습니까?
장씨 폭행은 무슨? 쳐 자길래 일어나라고 툭툭 잠만 깨웠다니까.
은석성폭행 하셨죠?
장씨 성폭행 아니라구요. 걔가 먼저 내방에 들어와서 살살 꼬득여서, 둘이 좋아서 했어요. 물어봐요! 내가 영상도 보여줬잖아. 지가 나 좋다고 얘기하는거, 내가 다 찍어뒀어!
/INS/ 무표정한 여자, 스크린을 향해 글 읽듯이 또박또박
/아버지 많이 사랑해요. 너무 잘해주시고, 많이 감사합니다. 평생 같이 살고 싶어요/
은석 시킨 거잖아요.
장씨 뭘 시켜요? 뭐, 어디? 내가 써 줬다는 증거있어요?
은석 선생님이 써줬다고 말 한 적 없습니다.
장씨 .. 그러니까, 내말이 그말이라고. 종이도 없고, 써준 적도 없고!
은석 아이 방 문에 자물쇠가 달려있어요. 그것도 밖에서 잠그는 거. 왜 달았습니까?
장씨 애가 밤에 안 자고 돌아다녀서, 대문 열고 나가면 잃어버릴까봐 달았어요.
은석 성폭행하는 동안 아이가 나올까봐 달아놓은 거..
장씨 증거 가져와요! 난 성폭행같은 거 모르고, 우리가 나이 차이는 있어도, 남녀가 한집에 살다보니까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게 죄요? 내 말이 의심스러우면 걔한테 물어보라고요. 지가 좋아서 나랑 평생 같이 산다고 했어요.
은석 처음 성폭행 하신게 언제입니까?
장씨 안했다니까!!!
은석 아드님 살아계실 때 부터죠? (장씨 입 닫고) 그러면, 지금 아이가 쓰는 방이 원래 아드님 세식구가 살던 방이고, 거기 자물쇠 달아놓고 옆방에서 성폭행하셨어요? 아니면, 어차피 임종하시던 때라, 별 방해는 없었겠네요 (장씨 쳐다보면) 아드님 심정은 어땠을까요? (장씨 눈 피하고) 아파도 눈에는 감정 다 보이는데. 아드님 마지막 얼굴 본게 언제에요?
장씨언제건 한번은 봤겠지
은석 성폭행 후에, 전에? (장씨 묵묵부답) 아픈 아들, 들여다 본 적 없어요? 지은 죄가 있어서?
/INS/
조 팀장 (혼잣말) 묵비권가고... 죄 지은거는 안다 이거지.
은석 (장 답 없고) 임신 사실은 언제 알았습니까? (...) 병원 진료도 한번 안 갔어요. 본인 애라서 숨기려고 했습니까? (...) 출산이 가까워지면서, 폭행이 잦아졌죠? 심해지고.. 왜그랬어요? 유산 시키려고 일부러 배를 폭행했습니까?
장씨 내가 왜 때려요? 때린적 없어요. 엊그제가 처음이라니까요. 퍼질고 누워서 안 일어나길래 발로 툭툭 건드렸는데, 지가 벽에 박고 구르고 하면서 피 터진 거에요.
은석 새벽 3시에요? (...) 새벽 3시에 누워있는 며느리를 야구 방망이로 깨울 일이 뭐였습니까? (...) 이웃 주민들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댁에서 폭행 소리, 물건 부수는 소리, 아이 엄마의 비명 소리, 아이 엄마와 아이의 우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고. 총 4분께서 스무번 이상 들었다고 증언하셨습니다. 한두달 사이에 점점 횟수가 잦아졌고 소리도 커졌구요. 안방에 있던 야구 방망이, 거기에서 혈흔을 발견했습니다. 최소 2-3개월 오늘 새벽까지, 각기 다른 시기에 묻은 자국들입니다. 부러진 나머지 반쪽은 어디 있습니까? (...)
/INS/ 석호, 들어와 조 팀장 옆으로 서서 전화기 보여주고
석호 깨어났습니다. 증언 확보하고, 차형사에게도 문자 보냈습니다.
조팀장 (확인하고 안도) 됐어, 조금만 더 가자...
은석 (징... 문자 읽으며, 표정변화 없고) 며느님한테, 도망가거나 신고를 하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하셨죠? (장씨 놀라서 보면, 은석 정면으로 노려보고) 성관계를 거절하면 아이를 방에 가둬놓고 굶기셨구요. 아드님 살아계실 때부터 여러 차례. (장씨 돌아앉아 외면)
/INS/
조 팀장 썩을 놈
은석며느님과 아이에게,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보상 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INS/ 조 팀장, 석호 초초하게 기다리고..
장씨 (헛웃음) 치.. 보상같은 소리하고 있네. 지금까지 지들이 처먹은 밥이 얼만데? 그 그지 새끼들 나 아니면 벌써 길바닥에서 굶어 죽었어요. 내가 내 돈 주고 사다가, 비행기 태워서 여기까지 데리고 왔고, 여지껏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뭘 더 보상해?
은석 아이와 아이 엄마, 두 사람 모두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폭행에 의한 상처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충격이 크구요. 법적 보호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두 사람의 치료에 협조하시겠습니까?
장씨 그럴려면 나부터 풀어줘야지요. 합의를 보자 이거잖아요, 지금? 가정 폭력 한두번으로 합의하자면, 병원비 쯤이야 생각해봅시다.
/INS/ 조팀장 탄식, 석호 고개 돌리고
조팀장 틀렸어. 저 새끼 절대로 수술 동의 안할거야. 병원에서는 뭐래?
석호 일단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하고 있습니다만, 장기 안의 상처들은 아무래도 방법 없는 것 같습니다. 동의서만 가져오면 바로 수술 할 수 있도록 조치 해 놓겠답니다.
조팀장 DNA는?
석호 아직입니다. 아이 엄마에 대한 폭행과 성폭행에 대해서는 나왔는데, 사망한 신생아와의 유전자 대조는 국과수에서 진행 중입니다.
조팀장 혹시라도, 정말 친부가 아닐 확률이 있을까? 진짜로 만약에, 투병 중이던 남편 일 가능성은 없나? 다른 남자 친인척이나.. 삼촌? 남자 형제 없대?
석호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조팀장 자네는... 상황이 이런데 정말 DNA 결과 나올때까지 기다릴거야? 왜 이렇게 오래걸려, 빨리 해준다 그랬으면서.. (징.. 석호 문자확인 다시 심각)
조팀장뭐야?
석호 아이 엄마가 다시 의식을 잃었답니다. 바이탈도 약하고.. 오전 내내 고열이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긴 했는데, 아까 잠깐 의식이 있는 것 같다가..
조팀장 증언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을거고.. 나 같아도 정신줄 놓지, 얼마나 무섭겠냐.. (석호 눈치) ... 이 팀장.
석호 예
조팀장 ... (석호쪽으로 뒤돌아 마주보고) 이석호. 내가, 부탁 하나만 하자 (보면) .. 우리, 이번 딱 한번만.. 진우 믿고 가자. 나, 다 잡은거 놔주기 싫어. 특히 저 자식은 진짜 놔주기 싫다. 99프로 심증이어도, 지금은 그게 맞잖아. 나머지 1프로는 나중에 찾고.
석호 그 1프로가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팀장 아니라면, 그땐 내가 나가서 사과할께. 감봉 떨어지면 감봉 받고, 옷 벗으라면 벗고. 저 새끼한테 무릎 꿇으라면 납작 꿇는다. 그깟 무릎이 문제야, 사람이 죽는데? 너한테 피해 안 가게 할 테니까, 한번만 수고해라.
석호 제 걱정하는 게 아닙니다. 만약, 아이의 친부로 몰았다가 저 사람이 아니라면, 자칫 과잉 수사나 인권 침해의 빌미를 주게 되고, 그러면 오히려 재판에서 형량을 적게 받게 될까봐, 그걸 우려하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는, 친부 의혹은 일단 빼고, 나머지 정황들만 가지고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조팀장 최고로 나쁜 놈을 만들어야돼. 민심은, 두 번, 세 번, 번복할수록 약빨이 떨어져. 한방에, 초장에 아주 악날한 개자식으로 만들어야, 보호자로서의 자격없고, 동의할 권한 없다... 우리가 필요한 건 딱 그거잖아. 피해자 살리는 거.
석호 임신한 며느리 폭행해서 유산 시켰다, 그 정도로도 사람들은 분노 할 겁니다.
조팀장 그 부분도 아직... 봐봐, 증거가 없는 건 마찬가지야. 저 자식 봐, 자백 안하잖아. 그러면 지 말대로, 때린 적도 없고, 때릴 이유도 없고, 불륜이지만 사랑해서 성관계 했고, 아이는 자연유산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혼자 된 며느리랑 손주 뒷바라지하는, 아들 잃은 불쌍한 노인네 될 수도 있어.
CUT TO 조사실 은석, 일어나 나오고
조팀장 뭐야? 못들었는데?
CUT TO 은석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고
은석 변호사 불러달랍니다. 시간 끌기에요.
조팀장 이런 씨.. (석호 한숨)
은석 변호사 쓰면 바로 피해자 상태 알게 될거고, 수술 동의를 미끼로 합의하려 들겁니다.
석호 국선이죠? (결심) 최대한 ... 천천히 오는 사람으로 알아봐주세요. 제일 약속 안 지키고, 많이 늦는 사람이요.
은석 얼마나 필요하세요?
석호 한시간 (눈도장. 나가고)
씬 28 D 서울 근교 주유소
(시환 차 서서히 세우고, 지율 눈 뜨고)
직원어서오십시오. 얼마 넣어드릴까요?
시환(돈 건네고) 2만원이요. 안에 혹시, 간단한 거, 앉아서 먹는 데 있어요?
직원 예. 들어가시면 왼편으로 스낵 바 준비되어 있습니다. 편의점에 있는 거는 다 있어요.
시환고맙습니다 (직원 주유시작) 선배님, 약 드셔야죠? 뭐 좀 먹고, 약 드시고 갈까요?
지율 (둘러보면 차들 많고) 어디에요?
시환 거의 다 왔어요. 한 2-30분이면 서울 가요.
지율(기지개, 시계보고) 한참 잔 거 같은데, 얼마 안 됐네요?
시환 잘 주무셨나보죠. 피곤하셔서..
지율 그러게요. 시환씨가 운전 너무 잘 해서.
시환 잘하죠. 싫은 사람만 골라서 막 갖다 들이박고.. (지율 웃음) 아우,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조 팀장님, 기브스 풀려면 오래 걸리시겠죠? 보통 한두달은 가던데.
지율 맨날 그러시잖아요, 자기는 늙어서 오래 걸린다고.
시환 보셨죠? 아주 그냥.. 나 볼 때 마다 자기 업으라고.. 언제 한번 진짜로 업어드리던지 해야지.
지율 ... 계단에서..
시환..! 아하.. 업고 굴러?
지율 손 딱 놓고..
시환 좋은 생각입니다. 먼저 굴리고 나는 손 딱 놓고, 옆으로 쌱.
(주유기 퉁 소리)
직원고객님, 2만원 주유 완료 되었습니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환 감사합니다... (서서히 스토어 앞으로 주차)
/디졸브, 주유소 스낵바/
컵라면 한개 뚜껑 눌러놓고, 과자, 바나나 우유, 아이스 커피
시환 문 형사님이 과자 말고 제대로 된 거 드시랬는데
지율 괜찮아요. 여기까지 안 보여요.
시환 (웃음, 과자 먹고, 전화 확인) 경기청 그 사람, 지금까지 연락도 한번 없네요. 아직 시작도 안 한거 아냐? 건들건들, 꼭 일 못해서 짤리게 생겼던데.. 관상이 딱 비리 경..찰.. 어...? 선배님.. 이거.. (폰 내밀고, 지율 보면) 우리 경찰서 맞죠? 기자 회견을 했다는데요? 뭐지?
지율 시간이... 벌써 끝났을 것 같은데요? 방송 올라온거 있나 찾아볼래요?
(시환 여기저기 뒤적거리고, 찾고)
씬 29 녹화 영상 / 뉴스
앵커 경찰 소식입니다. 서울 용산 경찰서는 조금 전 오후 1시 40분, 6개 방송사의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현재 수사중인 한 사건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진행 했습니다. 현장에 임수영 기자 나가있습니다. 임수영 기자, 소식 전해주시죠?
CUT TO
임수영 (뒷배경 모여있는 기자들 바쁘고) 예, 저는 지금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용산 경찰서 간담회장에 나와있습니다. 경찰 측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도 놀랍지만, 아직 끝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한 브리핑이기에, 기자단의 질문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INS/ 웅성웅성 기자들 질문, 후레쉬, 줄 맞춰 서있는 경찰들
가운데 단상에 이석호, 제복차림으로 질문 받고
CUT TO
앵커 저는 지금 정보가 전혀 없어서요, 무슨 일입니까?
CUT TO
임수영 용산 경찰서 외사 특별팀은, 오늘 새벽 효창동에 거주하는 64세 장모씨의 집을 기습 방문해, 장씨를 부녀자 감금, 성폭행,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장씨는 직계혈족의 배우자에 대한 상습 협박과 학대, 그리고 미취학 아동에 대한 학대 뿐 아니라, 태아 혹은 영아 살해와 사체 유기의 혐의까지 받고 있는데요, 현재 일부 폭행 혐의만 인정했을 뿐, 다른 모든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거나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외사 특별팀 이석호 경감의 발표 내용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INS/ 카메라 조명 환하고, 찰칵찰칵 셔터 소리
석호: 이번 사건은, 투병으로 숨져가는 자신의 친아들과 4살 손녀를 옆에 두고 벌어진, 전대미문의 추악한 패륜 범죄입니다. 어린 아이에게까지 감금과 학대를 반복하고도 모자라, 아이를 볼모로 자신의 비정상적인 성욕을 채워가는,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행위를 적발하였기에, 긴급체포 후 사후 영장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 펑펑펑)
CUT TO
임수영 올해 24살의 이주여성 H 씨는, 5년 전, 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장 씨의 아들과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2년 전, 후두암 선고를 받은 남편이 투병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30대 중반의 건장하던 남편은 반년만에 다시 뇌암 진단을 받고, 이후 거동조차 불편해졌습니다. 시아버지 장씨는, 아들의 병이 심해지자 며느리 H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씨는, 자신을 거절하는 H씨를 폭행하고, 아이를 옆방에 가두어 굶기거나 장시간 감금하는 방법으로 학대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이용해, 며느리를 자신의 성노예로 만들었고, 아들이 사망하던 지난 9월, 장씨는 며느리 H씨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INS/ 브리핑
석호 이웃 주민들께서 결정적인 제보를 해주셨습니다. 아들이 사망하던 전후로, 아이와 H 씨의 비명 소리나 울음 소리가 더 자주 들렸고, 특히 전과 다르게, H씨가 집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기자 현재 피해자의 건강 상태는 어떻습니까?
석호 인근 병원에서, 안전하게 치료받고 있습니다만, 부상 정도가 워낙 심하고, 또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어 몇차례 수술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임시 보호 시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소리 작아지고)
CUT TO
앵커임수영 기자, 오늘 새벽에 발견될 당시에도, 피해자가 심한 폭행을 당한 후 였다고 하는데, 자세한 정보 있습니까?
CUT TO
임수영 그렇습니다. 은퇴 후, 인근 건물에서 경비일을 하는 장씨는, 새벽 6시 반, 비교적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하는데요, 오늘 새벽, 경찰이 장씨의 집에 도착한 시간은 그보다 조금 빠른, 새벽 6시였습니다. 이미 모든 확신과 증거를 가지고 있던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장씨를 집 밖으로 먼저 유인해 낸 후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장씨가 사용하는 안방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며느리 H씨를 발견합니다. 방 안에는 H씨를 폭행한 것으로 보이는 범행 도구들이 그대로 어질러져 있었구요, 방안 곳곳과 이불, 옷가지, 그리고 H씨의 온몸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폭행 흔적과 출혈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CUT TO
앵커 그런데 지금, 경찰하고 병원하고 약간의 이견이 좀 있다고 하네요? 무슨 일입니까?
CUT TO
임수영 대한민국의 오랜 관습법을 핑계로, 병원 측이 수술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여자의 산부인과 관련 수술은,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아닌, 남편 측, 즉, 시댁의 동의가 있어야한다는 병원 측의 낡은 규정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폭행과 성폭행, 임신, 그것도 모자라, 야구 방망이 등 도구까지 동원된 특수 폭행을 당해 온 H씨. 남편이 이미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법적인 보호자는 시아버지 장씨입니다. 그러나 장씨는 보호는 커녕, H씨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자, 이를 강제로 중단시키기 위해, 만삭이던 지난 달까지, 이미 쓰러져있는 H씨의 복부를 발로 짓밟는 등, 고문에 가까운 엽기행각을 벌여왔습니다.
경찰은, 이런 장기간의 폭행에 의해 태아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병원 측에서도 산모의 자궁과 나팔관, 그리고 소장의 일부가 파열되어 상당부분 괴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담당 의료진은, 최대한 빨리, 자궁 적출 수술을 시행해야하며, 더 이상의 장기 손상을 막기위해서는 괴사 부위를 잘라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이 시점에서 병원 측이, 수술 불가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관습법상, 혼인한 가임기 여성의 자궁 적출은, 시댁 측 직계 성인 가족의 동의가 없이는 시행될 수 없다는 관례 때문인데요, 경찰 측 주장을 들어보겠습니다.
/INS/
석호 절대적으로, 응급 수술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수개월간의 학대와 고문에 의해, 이미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특히 복부의 장기 손상에 의한 치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 입원 치료 중임에도 불구하고, 감염에 의한 고열과 고통으로,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측이, 법적인 보호자, 혹은 관습적 시댁 어른의 동의가 있다없다를 따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수술로 인해 가임기 여성이 더 이상 출산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댁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그게 도대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 시기를 놓치면 피해자는 앞으로, 평생을 큰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그런 고통스러운 평생 조차, 아예 누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숨고르고) 4살 난 아이가 있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 이 힘없는 여성의 목숨이, 가해자 가족을 위한 출산 능력보다 훨씬 소중하다는 걸, 병원 측에서도 아셨으면 합니다.
기자들 (와글와글) 어느 병원입니까? 공개하실 수 있습니까? 인근이라고 하셨죠? 용산구 관내에 입니까? ** 병원 입니까? 다른 병원으로 옮길 가능성은요?
CUT TO
앵커 (모니터 보며) 아, 이거 시청자 게시판에 벌써 어느 병원이다 의견들이 마구 쏟아지네요. 그러나 시청자 여러분, 심한 말씀이나 추측은 삼가해 주시구요, 병원 관계자 여러분, 이 방송 보시고, 우리의 그 말도 안되는 부끄러운 관습, 그리고 환자의 목숨보다 미래의 출산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오명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절대 오해겠죠. 오해이기를 바랍니다. 현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병원’에서 그럴 일은 없을겁니다.
(생각) 이런 말도 안되는 관례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게, 참 당황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어느 병원인지, 많이 궁금해지는데,이런 사례도 일종의 치료 거부 아닌가요? 관련자 여러분, 그리고 전문가 여러분들이 조금만 더 신경써 주신다면, 옳은 결정 내리시고 한시라도 서둘러서, 피해자가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니면 시청자 여러분들의 말씀대로, 그런 조항 없는 다른 병원으로 한시라도 빨리 옮기고, 지금 수술을 거부하고 있는 그 곳은 그게 따른, 적법한, 제대로 된 제재를 받아야겠죠. 서둘러 결정을 해 주시고, 피해자 분, 꼭 회복하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남은 수사에 협조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씬 30
핸드폰 창, 사람들 문자, 병원 욕, 장씨 욕, 그와중에 이석호 미모평
씬 31 경찰서. 티비 뉴스
경찰1 야아, 역시 이쁜 놈만 밀어주는구나. 강진우 죽 쒀서 개 줬네
경찰3 그러게 말입니다. 좀 너무 한 것 같은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경찰2 왜? 너도 개발바닥에 공로가 있다 그거야?
경찰3 있지요, 개 따라 다니면서 어디 사는지, 그거 다 제가 한 건데.. 강 형사님 잠복하실 때, 그 차 조수석에도 딱 같이 앉아서 용의자 살피고.. 할 거 다 했습니다
경찰1 차를 잘못 탔잖아. 다음에는 이석호 팀장 차를 타. 그래야 브리핑 할 때 뒷배경으로라도 잠깐 서 있지
경찰3 줄을 잘 서야 된다는 게 이건가 봐요. 강 형사님이 메인인줄 알았는데.
경찰2 같이 일하는 데 무슨 메인이고 아니고가 있어? 이건 외사팀 사건이니까, 이 팀장님이 나오는 거지.
경찰3 한 거 하나도 없으면서..
경찰1에이그, 에이그.. 너도 개발바닥 따라다닌 거 말고는 없어. 고거 코딱지만큼 했다고 생색은..
경찰3 저말고, 강 형사님 말입니다. 제보받고, 탐문하고, 밤새 잠복에 검거까지.. 혼자 다 했잖아요. 근데 공은 싹! 이석호 팀장님이 가져가고..
경찰2 티비 나왔다고 고생한게 없어지냐. 우리가 알아주면 됐지.
경찰1 오오.. 다 컸다?
경찰2 헤.. 여기도 조직이고, 모든 조직에는 정치가 있습니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높은 분들 머릿속에는 뭔가 다른 게 있어서 이렇게 하시는 거라 믿습니다.
경찰3 꿍꿍이요?
경찰2 계획! 계획이 다 있다고.
경찰1 계획은 무슨 계획? 강진우는 현장 뛰잖아. 뉴스에 얼굴 팔리면 다음에는 어떻게 잠복할라고? 그런거는, 평생 책상에만 앉아있는 윗대가리들이 하는거야.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경찰3 그래도 저는 강 형사님이 빽에 밀린 거 같아서 좀 기분이 그렇습니다.
경찰1 시끄러. 일이나 해. 빽은 무슨 빽.. 각자 밥그릇이 다른거지
경찰3 빽이나 밥그릇이나.. (경찰 1 찌릿)
씬 32 서장실. 소파에 앉은 조팀장 폰 보며 미소
조팀장 역시.. 요즘 애들은 요즘 방식을 알아. 진우 말대로, 아주 잘 돌아갑니다?
서장 여론몰이지. 우리때도 그랬는데, 요새는 왜이렇게 빠르고, 무서워.
조팀장 크흐흐.. 이거 봐요, 여기 누가 글 올렸는데.. “요즘 경감은 얼굴로 뽑나요? 서장님은 어떻게 생겼을까 한번 보고 싶어요..” 크크크.. 이석호가 나서길 잘 했지. 벌써 절반은 먹고 들어가네.
서장 ... 잘되야지.
조팀장 왜? 뭐 걱정있어?
서장 만약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DNA 결과 안 기다리고 일단 질러버린게 좀...
조팀장 에이, 확실하다니까. 절차상, 시간이 없으니까 앞뒤만 살짝 바꾼건데 뭐. 그리고 봐요, 그 놈도, 나 애비가 아니다.. 라고는 안하잖아.
서장 그치? 아니었으면 펄펄 뛰었을건데? 그러니까 어떤 때는 묵비권이 마음은 놓여. 잔머리는 굴리고 있어도, 일단 지은 죄는 있는거 거든.
조팀장 그리고 솔직히 좀 잘못되어도, 이석호는 뒤가 빵빵한데 뭐가 걱정이야?
서장 그러니까 더 걱정이지. 자기 아들 내세워서 망신 시켜봐. 너 짐 싸야 돼.
조팀장 내가 왜 싸, 형님이 싸야지? 빨리 하라고 안달복달 한 게 누군데..?
서장 강진우랑.. 하도 자신있어 하니까 그랬지. 피해자 부상도 심하고, 시간이 없잖아. 여차하다 폐혈증 오면 순식간이야. 아유, 괜히 이석호 큰일 내는 거 아닌가 몰라. 진우 시킬 걸 그랬나.
조팀장 빽도 없는 애를! 안돼! 이석호는 사고 쳐도 건져 주지만, 진우는 없어.
서장 거봐, 너 지금 걱정되지? 찔리는거야. 어디 결과도 안 나온 걸 가지고 구라를 쳐 가지고..
조팀장 진지한 논의 끝에, 휴머니즘에 근거한 합리적 동의하에, 이석호가 단독으로 지른 겁니다. 피해자가 또 의식 잃었다니까, 바로 튀어 나가대요, 한시간만 달라고. 그렇게 언론 플레이 안 한다고 빼더니, 지가 직접 기자들 다 불러모으고.. 가끔보면, 사명감은 있어? 아주 이기적인 놈은 아니야.
서장 너 이거 책임져. 뻥카인거 알려지면, 나 검사장님 못 봐.
조팀장 대신 잘되면, 한턱 내?
서장 아우, 몰라. 잘 된 다음에 얘기해. 간부라는 것들이 짜고 치고..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야, 근데 DNA는 왜 이렇게 오래걸려? 국과수 다 소풍갔어?
CUT TO 똑똑 석호 들어오고
조팀장 어이고, 이 팀장! 어서 와, 수고했어.
석호 문제가 생겼습니다.
서장 (깜작) 왜? 애 아빠 아니래?
석호 ?... 아, 아니요, 그게 아니고.. 가평 건이요.
서장 가평? 류시환이?
석호 경기청 구영석 경위한테 전화가 왔는데.. (앉으며)
조팀장 어, 영석이. 그 자식 왜? 사건 안 맡는대?
석호 최초 신고자 황지석 순경이라는 사람이... 없는 사람이랍니다.
서장 ? 없다니..? 뭐가 없어?
석호 작년에 입대해서, 현재 충청도에서 복무중인 군인입니다. 주민번호를 도용한 것 같습니다.
조팀장 이게 무슨 소리야... 남의 주민 번호로 경찰에 들어왔다고?
석호 경찰 학교를 나온 기록도 없습니다. 시보로 1년 있었다던 홍천강 개야 지구대에서도, 근무 사실 없는걸로 확인했습니다.
서장 경찰 시보도 거짓말.. 공문서 위조야? 경찰이.. 아니지, 경찰을, 경찰인걸로 위조해서, 경찰에 들어왔다고?
석호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조팀장 설마.. 그걸 몰랐을까?
석호 내려가봐야겠습니다. 두 사람이 맡을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서장 시환이는? 알아?
석호 운전 중일거라 일부러 연락 안했습니다. 일단 들어와서 지율이는 좀 쉬게 하고, 류 형사하고 처음부터 다시 짚어볼까 합니다.
조팀장 그거 참.. 요상하게 가네. 단순 가출이었잖아. 종교 따라 가출.. 되게 흔한 건데, 왜 이렇게 꼬여?
서장 애들 지금 어디야?
석호 거의 다 왔을겁니다. 3시까지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조팀장 보고)
조팀장 나? 왜?
석호 .. 경기청 구영석 경위말입니다, 확실한 사람입니까? 류형사 얘기랑 많이 달라서..
조팀장 뭐 생긴건 전과 30범인데, 진실해. 믿을 수 있어. 뭔데?
석호 그날 미키씨 교통 사고가, 구 경위 말로는, 119에 신고 들어온 기록도 없고, 청평 경찰서도 개입 의혹에 대해 펄펄 뛴답니다. 들어본 적도 없다고.
서장 뭐라는 거야? 사고가 났으니까 사람이 죽었잖아? 경찰이 갔는데, 아무 기록이 없다고?
조팀장 이상한데..? 그렇다고 시환이가 거짓말 할 놈은 아니고.. 가서 애들 만나봐야겠다. 종교 따라댕기더니, 귀신이 들렸나?
서장 (폰 보며) 야, 근데, 지금.. 오늘은 이 팀장이 자리 비우기가 좀 그런데..
조팀장 왜요? 아, 저기 병원 일 때문에?
서장 아, 벌써 여기저기 연락 오고 난리야. 봐라, 이거.. 병원에서도 왔네. 통화 좀 하자고. 자네한테도 연락했다는데? 안 받았어?
석호 문자만 보냈습니다. 수술 스케줄 잡고,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
조팀장 크하.. 세게 나가네. 잘했어! 그래야지. 나이 어리다고 경찰이 설설 기면 안 돼.
서장 (찌릿) 협력 관계야, 싸움 붙이지 마.
조팀장 윗분들은 협력이구요, 아랫것들은 치열해요. 골프 한번이면 또 하하호호 할 걸 뭐.. (서장 꾹참) 가평은, 내가 영석이를 통화해볼테니까, 이 팀장은 병원 일 먼저 마무리 해. 방송에서 이정도 띄워줄 때, 확 뽑아야 돼. 대신, 자네 얼굴이 많이 팔렸어. 조심해.
석호 제가요? 뭘...
조팀장 진짜 기자들보다, 유투버들.. 걔네 조심하라고. 지금이야 대부분 피해자 편이지만, 봐라, 좀 지나면 국제 결혼에 부정적인 사람도 많고, 매매혼이네, 너네 나라 가서 치료해라, 경찰이 국민 편 안 들고 어쨌네. 시끄러울거야.
서장 자네가 앞에 나선만큼, 말한마디, 손짓 하나도 조심하라는 거야. 사건과 별개로 이상한거 떠드는 인간들 많아. 괜히 흠 잡거나 시비 걸어도, 두 번 생각해. 아님, 생각을 하질 말던가.
석호 주의하겠습니다
서장 알지, 자네야 잘 하지. 어쨌든, 오늘은 자리 좀 지켜. 그리고, 병원에서 수술하자 그러면, 바로 달려가고. 언론이 주목하는 이상, 거기에 맞게 이리저리 좀 보여주는 것도 있어야지. 수술 상황 지켜보고,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피해자 건강합니다.. 한마디 보태줘. 야, 나야말로 다행이다, 이팀장이 있어서. 물론 이런 걸 원한 건 아니겠지만, 이것도 공부야, 시험이고. 마무리만 잘 해.
석호 예. 그럼 가평 일은.. (전화 지이잉... 보면) 예, 류형사. 도착했어요?
시환 차 지금 돌렸습니다. 다시 갑니다. 문제가 생겨서요..
CUT TO 세사람 ??
씬 32 디졸브/ 경기청 사무실.
춘천 방송 뉴스 나오고, 구영석, 인상 팍 쓰고 티비 노려보면
기자 ... 사건 발생 4일째, 아무것도 없는 이런 산 속에서, 버려진 사고 차량이 발견되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소화기 분말을 잔뜩 뒤집어 쓴 채, 누군가가 일부러 숨겨 놓은 듯,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 변조/ 산책 나왔다가, 여기가 안개가 많아요. 맨날 가는 길인데, 못보던 차가 서 있더라고. 전에는 내가 안개 때문에 못봤나 했는데.. 사람은 안보이고, 근데 봐요, 여기가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아니라니까. 이게 다 그냥 풀밭인데, 이건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거지. 숨겨 놓은 거.. 이상해서 와봤더니 이렇게 허연게 막 뿌려져있고, 무서워서 내가 바로 신고했어, 안에 시체라도 들었나.../
기자 차량 소유주는 전 가평 군수를 지낸 한 모씨의 손자로,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임야 역시, 그의 부인인 김 모씨의 소유로 확인되었습니다. 손자인 35살 한 씨는 현재 강원경기 지역 유명 일간지의 기자이며, 저희 취재팀의 인터뷰 요청을 연이어,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역 경찰의 조사가 마무리 되었다는 이유로, 한 여성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번 교통사고와는, 절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저희 춘천 방송 뉴스는. 이번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고 손을 놓고 있는 무능한 지역 경찰을 대신해, 사고 현장과 차량을 대신 감식해 준, 한 현직 경찰관의 증언을 입수했습니다.
(자막: 형사팀 류 모 경위 /서울. 전 과학 수사대)
시환 /목소리, 변조없이 깨끗한 음성 그대로/ 머리카락이요, 이게 그릴 안쪽에 붙어있었어요. 단순히 뒤에서 들이받았다면, 피해자의 머리카락이 나올수가 없어요. 피해자는 최소한 앉아있거나, 엎드려 있었어요. 차량과 피해자 사이에 여러차례의 접촉이 있었다,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죠. 교통 사고로 위장한 살인 사건...
CUT TO 서장실. 석호, 서장, 조 팀장 모니터 응시
조팀장 이거...? 류시환 목소리지? 얘 뭐야?
서장 쉿.. 잠깐, 잠깐..
CUT TO 뉴스화면
기자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모 기자는, 그날 밤, 자신의 차량을 운전한 사람이 대리기사 권모씨라고 주장했는데요, 자신은 술에 취해서, 사건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잠을 잤다며 증거로 영수증을 제시했지만, 이 증언 역시 허위로 밝혀졌습니다.
/INS/ 영상 속 한성훈과 이 양, 모텔 로비
기자 저희 춘천 방송에서 단독 입수한 모텔 CCTV 입니다. 술에 취해 몸도 가누기 힘든 한 모씨가 한 젊은 여성과 모텔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잠시 후, 약 15분도 지나지 않아 한 씨는 혼자 밖으로 걸어 나옵니다. 그리고 보시는 것처럼, 자신의 차를 몰고 주차장 밖으로 나갑니다.
/INS/ 카메라 사고 차량 훑으면
시환 목소리만 (소화기로) 지문이나 운전자의 흔적을 없에려한 티가 나는데, 토치로 일부러 탄 것처럼 조작한거에요. 보세요, 그을림 반응이 전혀 나오지 않는데다가... 차량 화재의 경우는, 차체보다도 창문이나 문 이음새의 고무 패킹이나 시트가 먼저 손상되는데, 녹거나 열손상을 입은 흔적이 전혀 없어요.. 대시보드에 올려놓은 주차권이에요... 종이 재질인데도 하나도 안 탔어요..
CUT TO
기자 제가 지금 들고 있는 이것이 (손에 주차권 세장), 감식 경찰관이 지목한 주차권입니다. 아무리 봐도, 화재 차량에서 나온 것 같지 않게 깨끗합니다. 이 주차권은, 사고 당일 낮에 차주인 한모씨가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모 업체의 지하 주차장 주차권으로, 3장 모두, 한씨의 법인 카드로 결제되었습니다.
/INS/ 병원, 환자 침대 <권형진> 이름표. 입원중인 대리기사 뒷모습, 벽에 걸린 티비 보며 전화기 만지작
기자 사고차량의 운전자가 입원중인 대리기사 권씨가 아니라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비닐백 안에는, 차량의 조수석에서 나온 토사물이 담겨있습니다. 저희 춘천 방송은, 사고 직전, 차주인 한 모씨와 모텔까지 동행했던 20대 여성 이 모양을 만나, 자신이 그날 밤 조수석에 타고 있었으며, 모텔로 가던 도중 차량 문을 열고 구토한 적이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INS/ 인터뷰
기자 차는 누가 운전했어요?
이 양 (음성 변조) 한 ** 기자님이요.
기자 대리기사 안 쓰구요? 술을 많이 드셨던데?
이 양 너무 늦어서 길에 차 하나도 없다고, 가까우니까 그냥 가도 된다고 했어요
기자 모텔로 가는 거 알고 있었어요?
이 양 아니요, 집에 데려다 준다고 그래서 탔어요.. 제가 폰에 다 녹음 했거든요
CUT TO
기자 동승자 이모양의 녹음 파일입니다.
/INS/ 녹음파일
여: 집에 가야되요, 너무 늦어서 걱정하세요
남: 데려다 줄게, 가까워. 가자
여: 진짜 운전 하시게요? 취하셨어요.
남: 코앞인데 뭐, 이 시간에는 길에 아무도 없어../
기자 (목소리) 두 번째 녹취는, 모텔방 안에서의 대화입니다
/INS/ 녹음파일
여: 집으로 가야된다구요
남: 누가 너 어쩐대? 야이씨, 너 토한 거 옷에 다 묻었어 냄새 나..
여: 그러니까 집에 갈거에요, 비켜요
남: 이 시간에 무슨 집에를 가? 샤워나 하고 나와
(실랑이, 문 쾅, 야, 문 안열어?? 쾅쾅쾅...)
기자 이거는 무슨 소리에요?
이 양 제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궜어요. 무서워서.. 몇번 두드리다가 그냥 나가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얼른 카운터 내려가서, 택시 불러달라고 해서 집으로 도망 갔어요...
CUT TO
기자 잠시, 차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의 조부는 전직 군수를 지냈으며, 청평-가평 지역의 부흥에 크게 일조를 해왔습니다. 그가 소유한 <푸른 개발>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인간의 쉼터’라는 광고문구로 유명한데요, 2005년에 있었던 호명호수 개발을 비롯해, 경기도 최대 규모의 골프장을 소유한 KP 푸른 리조트,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귀목봉 카지노 부지 매입까지, 버려지다시피했던 산지들만 골라, 황금알이 쏟아지는 옥토로 바꾸어왔습니다.
<푸른 개발>은 외지 자본을 끌어들이고,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극찬도 있었지만, 부지 매입과 업체 선정에 얽힌 각종 비리와 부정한 행위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현재 푸른 건설은 가족 기업으로, 한씨의 자손들이 실절적 운영을 하고 있으며, 사망 사고를 낸 한 모 기자 역시, 이 건설 업체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중 한 사람입니다.
(사진) 지금 보시는 이 발자국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한 족적입니다. 이것 역시, 현장을 감식했던 류 모 경위에 의해 발견되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INS/ 녹음파일
시환 목소리 족적이요, 밑창 줄무늬 없는 거.. 프랑스에 벨루티가 제작하는 홍창.. 서울에 특급 백화점 몇 군데하고, 수원에 하나 있어요. 아주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을 써요, 한 3백..? 중고도 백은 넘고, 신발 주인은 좀 젊은.. (소리 줄어들고)
기자 삼백만원짜리 고가의 송아지 가죽 구두를 신고, 잡초밭이나 다름없는 갓길 옆 살인 현장에 있던 젊은 남자. 그는 그날 밤, 이 고급 외제차를 가지고 무슨 짓을 했을까요? 시청자 여러분, 다음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이번 영상에서 들으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아시거나, 저 뒷모습이 누구인지, 재차 확인해 주실 분은, 지금 바로 저희 춘천 방송 뉴스팀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그 날, 그 밤에 있었던, 사고 현장입니다.
/INS/ 제보영상, 깜깜한 밤, 수풀 속
한성훈 (술에 취해 비틀비틀, 남자 뒷모습, 차량 불빛 앞을 비추고,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발로 툭툭) 살았냐고? 야, 일어나봐? #$&%%$ 죽었나본데? 아이 씨, %^^&54%^%.. 전화.. 누구? .... 아, 아버지.. 그래, 전화해야겠다.. (전화) ... 아이 왜 전화를 안 받아.. $%#&^& 경찰 불를까? 안돼지... $%^3... 그러니까, 왜 죽고 지랄이야..
CUT TO
기자 영상 속 남자, 이 목소리, 고가의 명품 구두. 그리고 구입한지 일년도 지나지않은 고급 외제차를 폐차해야할만큼 소화기로 훼손 시켜 유기한 사람. 증거는 모두 한 사람을 가르키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도, 사고 은폐와 조작에 대해서는 수사를 시작하지 않은 채, 단순 교통 사고, 그것도 대리 기사에 의한 교통 사고라며 용의자를 감싸고 있습니다.
/INS/
(시환 목소리) 왼쪽 오른쪽 할 것 없이 골고루 혈흔이 보여요. 한번만 받은 것 같지가 않아요. 범퍼랑 차체 아래쪽에서도 혈흔 반응이 있구요. 그냥 뒤에서 받은게 아니라, 넘어진 사람을 차로 밟고 넘어갔을수도 있어요... 학대, 고문, 어쩌면 지나친 장난... (술김이길) 바래야죠. 맨정신에 그러는 놈이면 그건 .. (소리 작아지고)
기자 지금까지 춘천 방송, 하승원이었습니다.
CUT TO 서장실. 망연자실 세 사람
서장 저 자식이.. 왜 남의 사건에 가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