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머리 위로 새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그가 움푹 파인 두 눈을 꿈뻑이며 말한다.
"내 이종사촌이 어디에서 높은 자리를..."
"육촌형님이 육군 원스타를 하셨는데..."
"동창 놈이 삼모 그룹 재경 부사장을 했는데..."
그렇게 대화 내내 8할은 들었던 남의 이야기.
"어렸을 적이 우리 집에 머슴이 몇이나 있었어서..."
"집안에 거지들이 먹을 것을 구걸하러 오면 아버지가 예를 갖춰서 모시면서..."
"아버지가 나서면 온 동네 사람들이..."
나머지 2할은 어렸을 적 향수 이야기.
그의 재미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수십 년간 들어왔는데, 오늘은 불현듯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본인이 직접 이루어낸 이야기가 없다. 본인의 실패 스토리와 성공스토리가 없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중심으로 내가 어떤 것을 했고 그로 인해서 어떤 일이 있었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다.'가 아니던가.
그는 인생을 참 고단해도 열심히도 살았다. 그렇게 지낸 세월이 어느덧 70년이 넘었다. 그걸 듣는 뚱한 표정의 중년의 나도 이제 청년을 뗀 지 오래다. 청년 딱지를 뗀 내 가슴속에는 뜨거운 어떤 것이 오른다. 내 스스로 내 실패스토리와 성공 스토리를 쌓아가자. 그러면 더 나은 월요일이 오겠지.
아버지, 언제 그러셨죠 본인의 삶은 실패했다고. 아니에요. 저희를 위해서 희생하신 거죠.
제가, 저희가 그 꿈 이루어 드릴게요.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몰라요. 건강하세요. 그리고 함께 봐요.
더 나은 월요일을 위해.
안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