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월 Jul 20. 2022

[CTD] 회의적인 회의

L 회사 다닐 


- 주간회의

정말이지 회의의 지옥이었습니다. 월요일이면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6-7시에는 출근해야 주어진 주간 회의 자료들을 돌릴 수 있었어요. (데이터를 돌린다고 자료를 돌린다고 표현했었어요.) 덕분에 일요일은 말 그대로 월요병으로 누워만 있었죠. 그때의 제 젊은 나날이 무척이나 아깝습니다. 그러고서 회의라도 생산적이면 모를까요. 임원들의 일방적인 고성과 욕설 그리고 강의가 펼쳐지죠. 사업부별로 회의가 종료되면 오후 2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때라도 업무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복귀하고 나면 팀장은 아까 혼났던 회의를 다시 팀별로 합니다. 다음 주에 덜 깨지기 위함이었죠. 그러나 어디 통할까요 매주 되풀이될 뿐. 그때의 회의는 말 그대로 회의적일 뿐만 아니라 업무에 도움 되는 내용이 몹시 드물었습니다. 게다가 어떤 일이든 경험하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주의인데,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역시나 지나고 보니 다행히도 시간을 줄이기 위한 엑셀 실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던 시기였죠.


- 월간회의

그때는 운도 나빴습니다. 신입사원 때부터 적자 사업부에 배치를 받았는데 회장과 적자사업부 대면보고가 월단위로 생겼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죠. 회장과의 월간 보고 전에는 벌벌 떨어대는 사업부장들과 일주일 전 혹은 며칠 전에 예행연습 회의를 합니다. 자료를 만들고 만들다 회사에서 자기도,  사우나에 가서 씻고만 오기도 했더랬죠. 그렇지만 당시 회의에서는 브리핑이라든지 보고 방식이라든지 하는 처세술을 배웠습니다. 정말이지 그만두고 싶은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악착같이 버티고 버텼어요. 힘들어서 그만뒀다는 세간의 인식을 받기가 너무 두려웠거든요. 그러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텐데요. 만약 그때의 저를 보게 된다면 참 많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너무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고 할 만큼 했다고. 그러던 찰나에 두 군데 회사에서 오퍼를 받고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어떤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지나서 다시 돌이켜 보면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H모 회사 다닐 적

첫 회사보다 더 오랜 시간 다니기도 했고 그래서 더 다양한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팀에서는 큰 루틴 회의가 없었습니다. 회의자료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이직을 해서인지 얼마나 행복했게요. 그러나 엑셀을 통한 자료 회의보다는 디자인 미팅과 논의들이 참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극과 극의 문화 속에서 적응하느라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눈밖에 날 정도는 아니라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다른 정량적인 KPI가 있는 팀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아주 루틴하고 간결한 회의체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목표를 함께 타기팅하고 한 방향으로 향할 수 있었죠. 서로 파트의 진도율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리더의 중요성과 그런 리더의 회의체가 참 중요하다 배웠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복도 잠시. 너무 성과가 좋았던 나머지 해당 TF는 예정된 기간보다 빨리 종료를 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또 다른 사업부로 옮기게 되었죠. 옮기고 보니 저는 다시 어설픈 자료의 늪으로 빠졌어요. 고생했던 가락이 있는 터라 확실히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예전 경험에 비하면 별것 아니더군요. 그렇게 하나하나 제 입지를 넓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회의라는 것은 어느 회사를 다니건 심지어는 회사가 아닌 다른 사회 조직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죠. 회의 준비도 마찬가지  것이고요.  필요한 방식의 의사소통이지만 잘못 활용하면 독이   도있지요. 어떤 조직의 책임자가 되었을때  회의라는 것을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지 생각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같습니다. 회의를 어떻게 할지 회의하는 것이 말이죠.


안월.



매거진의 이전글 [CTD] 젊음의 기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