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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류 Nov 06. 2024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불의는 참지만 불이익은 못 참는 성격이라 누가 그랬다. 내가 그렇단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약간 그런 성격인 듯하다.


여행 중 카페를 안 들릴 수가 없다. 

점심을 먹고 나름 SNS에서 유명하다는 카페를 찾아 시골길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  마침 카페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작은 카페였고, 주차할 곳도 넉넉지 않은 마당인데, 주차장 입구에 떡 하니 깜빡이만 켜놓고 서있는 딱정벌레 차 한 대가 있었다.

번호판을 보니 '렌터카'는 아니었고, 여기 현지인인가 싶었는데, 아니 하필 주차장 입구에 세워놓고 다른 차들은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뭐 하는 사람인가 생각했다.


나는 클랙슨을 크게 울렸다. 빵~ 빵~ 

두어 번 크게 울리니 가게 안에서 어느 젊은 사람이 급하게 나오더니 차를 빼더라.

그런데 어느 정도 후진을 하더니 나와 같은 선상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창문을 내리고 얘길 했다.

"아니 가시는 거예요? 주차하실 거예요?"  

나는 약간의 격앙된 목소리로 젊은 친구에게 말을 했고

그 친구는 "아니 차를 빼셔야지 제가 지나갈 거 아녜요" 그러더라.

내가 보기에 충분히 본인 차를 후진해서 옆길로 나갈 수 있는데, 굳이 나의 움직임을 기다린 것이었다.

그래서 호기롭게 그 좁은 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어라~ 딱 한 군데 남은 공간은 전진 주차는 불가, 후진주차를 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겸연쩍게 나는 다시 후진을 해서 빠져나왔다.


길 가에 어쩔 수 없이 주차하고 카페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작았고, 앉을 테이블도 없었다. 

카페에서의 웨이팅이라니 말도 안 되는 순간이었다.

2인용 테이블 두세 개는 이미 다른 손님들로 채워져 있었고, 입구 쪽 6인용 정도 되는 넓은 테이블에 겨우 2명이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카페 사장은 우리의 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이렇게 왔으니 테이크 아웃이라도 하자 싶어서 그 큰 테이블 귀퉁이 빈자리에

잠시 앉아 있었는데, 그 카페 사장님이 '나가서 웨이팅'하라는 것이었다.

응? 나가라고? 어디서?

웨이팅 하라고 하면 최소 카페 앞에 의자라도 있어야지... 아무것도 없는 빈 데크에, 비도 부슬부슬 왔던 날이었다.  순간 기분이 너무 안 좋아졌다.

주차장에서의 딱정벌레 차 주인 젊은 친구부터 카페 사장님까지...

순간 나의 '불이익'에 대해 화가 났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딴 데 갑시다~나가자'라고 좀 큰소리를 내며 문을 확 열고 나가버렸다. (작은 카페에서의 나의 목소림은 울림이 되었다)

그리고 차 안에서도 계속 그 딱정벌레 차 주인과 카페 사장님에 대해서 흥분된 어조로 나의 불이익에 대한 화를 표출해 버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 우연히 들르게 된 다른 크고 예쁜 카페로 가 커피와 맛있는 빵으로 마음을 달랬다.

어느 정도의 카페인과 달달한 당이 내 몸에 흡수되어 심호흡을 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아까 그 딱정벌레 젊은 청년도 아마 카페 웨이팅을 해야 했었고, 주차할 자리도 없으니 그냥 깜빡이 켜놓고 잠시 차를

세웠었을 것인데, 외지 관광객인 투박한 부산 사투리의 아줌마가 차를 빼라 마라 했으니, 그 사람도 어쩜 기분이 상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이 여행하는 친구들에게도 나의 '성질머리'를 보여줬으니, 잠시 나의 부끄러움이 커피잔에 담겨있었다.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이 다르다고 한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부딪혀 밖으로 나아갈게 아닌, 그 소용돌이에 잠시 내 몸을 맡겨 그 바람이 나를 지나가게 하자. 잠시의 불이익으로 오는 화를, 잠시 내맡겨 지나가게 하자고 작은 다짐을 다시금 해본다. 


* 요즘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게 해 주시는 가브리엘 신부님의 말씀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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