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았던 로마의 휴일
항상 꿈꿔 왔었습니다.
매일같이 당신이 계시는 그곳에 가보기를 언제나 꿈꿔왔습니다.
하루도 잊은 적이 없을 정도로요.
저의 첫 유럽이자 첫 이탈리아 여행이었습니다.
어쩌다 저질러 버린 일주일의 여행.
여행을 계획할 때도 꿈만 같았고, 비행기 타는 그 순간부터 내리는 그 순간도 그리고 일주일 매일이 행복했고 꿈같았습니다.
아직도 마음과 머릿속은 생생한 그곳의 풍경들로 매일, 매 순간 스쳐 지나갑니다.
돌아온 지 겨우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어쩜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지난 일요일 오후 한국에 도착 후 잠깐의 휴식 뒤, 월요일 정상 출근하여 현업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시차가 7시간 정도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시차가 여행과 놀기에선 그렇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는데, 회사에 출근하니 그 7시간의 시차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네요.
일 하기 싫은 마음이 더해져 그런 걸까요.
많이 편찮으시고 위독하셨던 교황님께서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 하셨는지, 지난주 바티칸 주일 미사 때 순례객들을 보러 광장에 나오셨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만약 내가 며칠만 더 머물렀었다면, 어쩜 교황님을 멀리서나마 뵐 수도 있었을 건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눈물이 또 울컥 나오더라고요. 뉴스 화면에 나오는 교황님이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던 희년의문, 그리고 성전 정문을 보면서 '며칠 전 나도 저기 있었는데, 나도 저기 지나갔었는데'라는 생각에 또 눈물이 잠시 고였었습니다. 그리고 미사를 드렸던 그 시간이 스쳐 지나가면서 잠시 기도를 드렸더랍니다.
이것도 일종의 여행의 후유증일까요.
몽글몽글, 말랑말랑, 뜨거워지는 감정, 한편으로는 아쉬우면서 마냥 행복하기만 한 감정.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 이런 감정은 처음 접한다고나 할까요.
이때까지 다른 여러 나라를 수어번 여행해 봤지만, 이렇게나 후유증이 이상하리 만큼 큰 건 처음입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산재되어 있는 회사 업무와 주일학교의 일들, 그리고 올해 다시 시작하는 성경 그룹공부 숙제 등, 주어진 현실의 짐들에 버거운 마음이 앞서지만, 이 모든 일들을 로마의 휴일, 꿈같았던 시간들의 몽글몽글한 기억의 힘으로 당분간 버티며 지낼 듯합니다.
꿈같았던 로마의 휴일, 너무 감사했습니다.
또 안부 전하겠습니다.
4월의 어느 날, 글라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