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파스타 이름 아니었어?
볼로냐, 파스타 이름 아니었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파스타 이름. 볼로냐 스파게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볼로네즈 소스가 유래된 도시, 바로 볼로냐다.
볼로냐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전주 같은 도시, 맛의 도시, 미식의 도시이다.
그리고 유럽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학, 볼로냐 대학교가 있는 곳.
그 대학 출신 유명한 사람을 꼽자면, 단테, 코페르니쿠스, 철학자 에라스뮈스, 그리고 기호학 교수로 재직했었다는 움베르토 에코 등.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대학이 있는 곳, 바로 이탈리아 북부의 내륙의 도시, 볼로냐다.
또 하나, 볼로냐는 주랑 회랑의 도시다.
첫 번째 사진과 같이 생긴 긴 터널과 같은 복도인 회랑 그리고 줄줄이 세워져 있는 주랑들.
모든 건물마다 회랑이 있어 비가 와도 우산이 없어도 걱정 없이 거리를 다닐 수 있고, 뜨거운 한여름의 해도 피하여 시원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볼로냐다.
저렇게 긴 회랑의 길을 걷다 보면, 주랑 기둥 어느 한 곳에 소크라테스라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을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리고 전 세계 각종 다양한 전시 페어가 열리는 도시이기도 하다. 페어의 도시, 볼로냐 컨벤션 센터에 가보면 그 규모와 크기에 입이 벌어지면서 왜 이곳에서 페어가 열리는 이유를 체감할 정도였다.
도서, 화장품, 자동차, 피혁,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가 매년 개최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나의 여행의 주된 목표가 되었던 국제아동도서전도 매년 열리는 국제 페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볼로냐는 큰 관광 도시라기보다, 작지만 매년 전 세계적으로 열리는 전시 참석자들과 관련자들이 끊임없이 오고 가는 도시로, 작지만 글로벌한 느낌, 작지만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 같았다.
그 작고 붐비는 도시에서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긴 회랑은 볼로냐의 어디에서나 어느 건물에서나 볼 수 있다. 볼로냐 대학교를 가던 길목으로 기억된다.
일요일이라 볼로냐 대학교의 개방은 안되었다. 사전에 조금 더 알아보고 갔었더라면 일정을 바꿨을 건데,
아침 일찍 일어나 분주히 준비해서 갔는데, 볼로냐 대학교의 문만 바라보고 나왔다.
첫 일정의 아쉬움, 그러나 자유여행의 묘미가 처음부터 우리에게 일어난 것이지.
예측 불가의 돌발 상황. 꼼꼼치 못했던 여행계획에 의한 돌발상황.
이것은 우리 여행의 돌발 상황의 시작에 불과했다.
성 페트로니오 대성당. 볼로냐의 수호성인인 '성 페트로니오'에게 봉헌된 성당이라고 한다.
나의 첫 유럽 여행이자 첫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난 첫 성당.
가톨릭 신자이 나로서는 가장 뭉클하고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외관의 아름다움부터, 규모는 생각했던 것보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압도되는 아름다움이었다.
성당을 잠시 나와, 볼로냐 중심 광장에 있는 두 개의 탑을 마주했다.
볼로냐의 상징인 두 개의 탑. 탑층 꼭대기에서 라푼젤이 머리라도 늘어뜨려 내려올 것만 같다.
우리는 볼로냐 마조레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볼로냐의 또 다른 상징인 성 루카 성당엘 갔다.
성 루카 성당은 약간의 산, 언덕 위에 있는 성당으로 걸어선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마조레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 투어 겸 성 루카 성당으로 바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 주일 미사 중이어서, 나는 일행과 잠시 떨어져 주일 미사를 드렸다.
이탈리아에서 맞이하는 주일이라. 그리고 미사 참례.
나에겐 더없는 큰 감동이자 은총의 순간이었다.
미사를 드리고 나오면서 바라본 볼로냐의 풍경.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 같다. 날씨도 완벽했던 날.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주신 분께도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성 루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와 우리는 본격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큰 관광 거리를 보는 것보다, 현지 사람들의 삶, 먹거리, 쇼핑 거리를 둘러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했던 오후였다.
이탈리아 어느 식당엘 가나, 누구라도 즐기는 스플릿츠, (아페롤 스플릿츠). 칵테일 음료수인데, 알코올 5% 정도 되는 , 그러나 그렇게 취하는 정도도 아닌, 식사 때마다 가볍게 한잔씩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렇게 여행 첫날이 지나갔다.
생각해 왔던 이탈리아, 유럽 감성을 물씬 느꼈던 하루였고,
그러나 생각보다 딱딱하고 불친절했던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던 하루였다.
그렇지만 너무 맛있었던 음식, 커피, 그리고 아페롤 스플릿츠에 시차 적응에서 오는 여행 첫날의 피로함이 모두 사라졌을 만큼 , 우리의 첫날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