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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Apr 20. 2022

내 삶이 하나의 노래라면


 나는 한 노래의 가사를 달달 외울 때까지 반복으로 듣는 편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전체적인 멜로디가, 두 번째 들었을 때는 가사를 느낀다. 그 이후로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쉽게 듣기 어려웠던 화음이나 베이스 소리까지 낚아채어 듣게 되고, 가사의 숨겨진 뜻까지 알게 된다. 3분의 짧은 노래는 3시간의 여운을 남긴다.


내 삶이 하나의 노래라면, 그 가사가 어느 정도의 깊은 뜻을 가지고 있을까. 그 가사가 재미없고 진부한 것은 아닐지. 너무 직관적이어서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닐지.


또 어느 부분까지 흘렀을까. 듣기 좋은 후렴부일까, 후렴부를 향해 가는 벌스(Verse)일까, 아니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이 정점을 향해가는 브릿지일까.


내 삶이 때로는 적절한 은유로 가득한 시적인 노랫말을 가졌으면 좋겠다. 너무 뻔하지 아니하고, 그렇지만 너무 어렵지 아니하고, 내가 지나오는 길의 숨은 의미를 눈치챘을 때 거친 닭살이 돋게끔. 그리고 그 여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끔.


왜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으면 안 되니까. 내가 거쳐오고 있는 잡초 밭이 은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의미 없는 잡초 밭일까 봐 두려우니까. 나는 정신적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이것들이 그저 신나는 후렴부의 매력을 돋우기 위한 초반부이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지루한 리듬으로 가득하다가 허무하게 끝나버려 기억도 나지 않는 노래가 아니기를.


그러나 결국 작곡과 작사는 스스로의 몫일 것이다. 고조로 기대감을 선사하는 것, 반전으로 소름을 선사하는 것, 노랫말로 여운을 선사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역할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밝아 보여야 할 부분을 위해 어두운 부분을 노래해야 한다. 작고 어두운 방에서 초라하게 누워있는 모습으로 3분 같은 30년이 지나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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