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유난히'란 단어는 반갑기도, 때로는 무섭기도 한 단어가 되었다. 당초 우울증이란 것과 뗄 수 없는 질긴 놈이거든. 그 단어가 검은빛을 띨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얇은 바늘로 심장을 콕 찌른 것처럼 마음이 따갑고 어디서 사기를 당하고 온 사람처럼 발걸음이 무겁고.
반대로는 딱히 좋은 소식이 없어도, 혹은 소위 '대박'까지는 아닌 좋은 일이 있기만 해도 미소를 감추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분 좋은 하루가 있다. 물론 우울증을 길게 앓아온 나에게 전자의 경우가 더 흔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요점은 그 유난한 하루가 앞으로의 며칠의 날들을 결정한다는 것. 사물도 그렇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것도 관성을 가지는 듯하다. 순간적으로 밀려 들어와 분에 넘치는 감정들은 그 감정을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의 삶이란 유난한 하루들이 빚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따라 무서운 하루가, 오늘따라 기분 좋은 하루가, 우리를 앞으로 계속 밀어주는 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낭떠러지로 미는지, 낙원으로 미는지 그 방향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유난함은 곧 우리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좋든 나쁘든, 순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복받치는 것은 삶을 실감하게 해 주니까. 낯선 기분과 감정에 집어삼켜지지 아니하고, 그렇다고 방치하지도 아니하고.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삶의 무게를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