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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May 11. 2022

나는 물 위를 떠다녀


 나는, 뭐랄까, 항상 물 위에 떠있는 느낌이야. 바람에 따라 물결이 흔들리면 거기에 맞춰 몸의 방향을 돌려. 이 방향의 도착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사실 나침반도 없어 내가 어느 곳을 향하는지도 잘 몰라. 밤이 찾아오면 달빛에 비치는 거꾸로 선 나무들을 보는 게 낙이야. 눈 감았다 뜨면 내가 어디에 있을지도 알 수 없어 두렵지만, 늘 새로운 곳에 가는 것 같아 조금은 설레기도 해.


무슨 소린가 잘 모르겠지? 그냥 하염없이 물 위를 떠다니는 유리병 같달까. 조금  차이가 있다면 꿈을 가지고 있는 유리병이라는 거? 언젠간 어느 바다에 다다르리라 생각은 하는데, 떠올려 봐. 아무도 끌어주지 않는데 그저 하루 종일 바람이 그쪽으로 불기만을 바라고 있는 거. 마치 고깃덩어리가 눈앞에 보이는데 목줄에 묶인 개처럼.


그냥, 그렇다고.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바라고만 있는 것 같았어. 뭘 하고 싶다 생각은 가득한데 아무 조력이 없는 것만 같아 무기력해지는 역설. 행운이든 뭐든, 뭐라도 힘차게 잡고 끌려갈 수 있는 몸이 되고 싶었어. 요행까지도 아니고, 그냥 물에 잠기지 않을 정도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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