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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cha Apr 26. 2024

크레센도가 아닌 데크레센도 여행, 터키 이스탄불 1

음식을 위해 이스탄불까지 날아왔는데, 집 앞 터키 레스토랑이 더 맛있었다

우리 집 앞에는 아주 맛있는 터키 레스토랑이 있다 (참고로 그냥 맛있는 곳이 아니라, 아주 아주 맛있는 레스토랑이다). 터키 음식은 고기와 향신료를 좋아하는 나에게 아주 매력적인 음식이라, 꽤 많은 터키 및 페루비안 레스토랑에 가 봤는데, 딱히 기교를 부리지 않고 딱 기본적인 양고기나 닭고기 요리를 잘하는 곳은 아무리 찾아봐도 바로 집 앞 터키 레스토랑이다. 그곳에서 지금까지 20번도 더 넘게 양고기와 닭고기를 먹으면서, 터키 현지 음식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졌다. 터키 현지 시슈 케밥은 더 맛있겠지? 현지 아다나 케밥은 더 육즙이 가득하겠지? 하고 말이다. 그래서 터키 이스탄불 여행을 가기로 했다. 솔직히 애초부터 블루 모스크나 아야소피아는 별로 관심 없었고, 오로지 음식만을 위해 여행을 결심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가지 음식을 제외하고는 실망이었다. 심지어 그 세 가지 음식은 런던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렇지만 항상 그렇듯, 실망하는 여행은 있어도 후회하는 여행은 없었다. 


시작은 이스탄불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택시였다. 터키의 택시 사기는 유명하기도 하고, 또 한국의 경우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하는 양심 없는 기사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영어권이 아닌 나라를 여행을 할 때에는 항상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택시 어플을 알아보고 다운로드하는 편이다. 그래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에서 사용하는 택시 어플인 BiTaksi를 다운로드하여 오더를 했고, 기사님이 친절하게 택시 타는 곳을 메시지로 알려주신 덕분에 무사히 기사님을 만났다. 신기했던 점은, 영어로 메시지를 보내면 자동으로 터키어로 번역해 주어서, 기사님과 아무 문제 없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문제는, 기사님이 너무 위험하게 운전을 하시는 것이었다. 상상 초월의 속력으로 운전을 하면서 계속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영상을 시청하셔서, 손에 진땀이 났다. 정말 다행히도 사고 없이 무사히 도착을 했지만, 너무 아찔한 기억이라 택시는 최대한 타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체크인을 도와주었던 직원분이 이중 결제를 요구해서 또 손에 진땀이 났다. 예약 시에 이미 결제를 한 내역을 보여주었는데도, 계속 결제를 요구해서 결국 다른 직원분이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택시와 호텔 체크인까지, 이스탄불의 첫인상은 '아찔함, 당혹스러움'이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너무 배고팠던 우리는, 미리 저장해 둔 맛집에 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근처의 구글 평점이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놀랍게도, 첫날 저녁이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가 되었다. 


이스탄불에서의 첫 끼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 Erhan Restaurant

약간 늦은 저녁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꽤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주인 분들이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긴장이 사르르 녹았고, 식전 빵과 샐러드가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첫 끼니인 만큼 다양한 것들을 주문해보고 싶어서 기본 샐러드, 차지키 소스, 버터 쉬림프, 이스켄데르 케밥, 크이말르 피데를 주문했다. 사실 이스켄데르 케밥을 제외하고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었지만, 따뜻한 분위기, 친절함, 깨끗함, 그리고 따뜻한 음식들이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다. 레스토랑 주인 분의 딸이 5살 정도로 보였는데,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옆에서 재잘재잘 말을 걸어서, 그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식사를 마치니 따뜻한 차이 티를 주셨다. 차이 티와 바클라바 두 조각 씩 나눠 먹으니, 아! 드디어 이스탄불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행복해졌다. 티를 홀짝홀짝 마시며 다음 날 가고 싶은 레스토랑을 찾아보았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아주 많아서, '우리 즉흥적으로 정한 메뉴가 이 정도로 괜찮으니, 이제부터 크레셴도겠지!'라고 생각했다. 

따뜻한 차이 티와 바클라바

우리가 이틀 동안 머물렀던 호텔은 호텔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의 음식들과 뷰가 유명한 호텔이었다. 이스탄불에서의 아침 식사는 어디를 가던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면 뷰가 좋은 깨끗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곳에 이틀 치 예약을 했는데, 이 선택은 성공이자 실패였다 - 너무 만족스러워서 이틀만 예약한 것이 아주 후회되었다! 아침 식사는 메뉴 중에서 마음껏 주문하면 되는 방식이었는데, 우리가 먹었던 메뉴는 따뜻한 차이 티와 오렌지 주스 한 잔, 통깨가 많이 뿌려져 있는 시미트 빵과 사워도우, 메네멘, 1인 2 카이막과 꿀 (1번씩 리필은 필수), 그리고 과일 약간이었다. 레스토랑 전체가 통유리창으로 둘러 쌓여있어서 선글라스를 낀 채로 아침 식사를 해야 했는데, 그 마저도 햇빛을 잔뜩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카이막은 런던에서도 조금 먹어봤지만 딱 클로티드 크림과 크림치즈 그 사이 즈음 어딘가였고, 꿀과 조합이 좋아서 시미트와 아주 양껏 먹었다. 

조식이 너무 만족스러웠던 이스탄불에서의 첫 호텔, 아카디아 블루

약간 배가 부를 때 즈음이면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그러면 바로 눈앞에 왼쪽에는 아야소피아, 오른쪽에는 블루 모스크가 보이는데, 사진에는 반의 반도 담기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그렇게 느긋하게 1시간 반 정도 아침식사를 하고 나면 이스탄불 곳곳을 걸어 다닐 체력이 준비된다. 본격적으로 우리가 저장해 둔 레스토랑에 찾아가서 이것저것 먹어볼 시간이다. 

사진에 담기지 않는 조식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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