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주 짧게 장사를 했었습니다. 그때 남겼던 글입니다. 부제 <너도 장사해볼래? 바삭바삭 맛있는 치킨이야기>
무척이나 더웠던 몇 해 전 이맘때쯤의 일이다. 토요일 아침 가게 문을 열고 오픈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청년이 들어온다. 오늘의 개시 손님이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왔다. 폭염경보의 무더위를 뚫고. 들어오자마자 에어컨 앞에서 땀을 닦아 내린다. 손부채질 몇 번 하고 숨을 고르더니 카운터 앞으로 다가와 묻는다.
“치킨 한 마리 포장할 건데요. 지금 시간에 생맥주도 가능하나요? 몇 분 정도 걸릴까요?”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는데 말투는 공손했다. 너무나도 온화했다.
“네, 알겠습니다. 여기서 앉아서 기다릴게요. 혹시 물 좀 얻을 수 있을까요?”
이런 손님들은 장사의 고된 함과 스트레스를 싹 잊게 해 준다. 그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되레 힘을 준다. ‘이 맛에 장사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이럴 때다.
기분이 좋아 양념소스를 서비스로 하나 더 넣었다. 그는 나갈 때도 역시나 멋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너무나네요. 맛있게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한 시간이 지난 열두 시. 이번엔 젊은 부부가 찾아왔다. 순살을 주문하고는 20분 후 다시 온다 했다. 이 사람들도 말투가 어찌나 이쁘던지. 눈웃음은 또 얼마나 곱던지. 나는 치킨을 건네며 이 부부를 문밖까지 나가 배웅했다. 나도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싶었다.
손을 잡고 걸어가는 부부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3초 안에 첫인상이 결정된다는 말이 진짜구나. 역시 사소한 거 하나, 작은 손짓과 표정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품을 알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 청년과 부부는 닮았다. 선하게 생긴 사람들.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손님을 보는 것처럼 손님들도 나를 보겠지. 그리고 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겠지.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커왔을까.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을지 모른다. 틀린 답이, 잘못된 길이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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