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네나그네 Mar 04. 2022

나는 라디오 PD다.

내향형 PD 

 

 “PD면 카리스마가 있어야 해. 말 한마디로 압도할 수 있어야 해.”

제작자 되고서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한때는 그것이 맞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책임을 져야 하니깐. 그렇지만 나의 위신을 꼭 그렇게 무섭게만 쌓아야 할까?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는 것은 “ NO” 다.  나는 내향형이다. 소규모의 사람들과 있을 때, 혼자 있는 순간에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다. 살면서도 내향형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사회성은 꼭 사람들 앞에서 유창한 말을 해야만 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한때는 그렇다고 생각을 했고,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는 허탈감을 느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취직이 되고 나서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PD는 먼저 말을 걸고 능력 있게 출연자의 능력을 끄집어내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라 여겼다. 현재 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위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러다 일상적인 녹음을 하던 날이었다. 부조정실에 출연자와 나, 둘이서 창을 하나를 두고 녹음을 진행했다. 문제는 노래가 나가는 도중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을 계속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초반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그냥 노래만 들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왜 아무렇지 않았을까? 나는 그전까지 내가 생각해놓은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PD는 이래야 해. 방송제작 환경은 이래야 해.”라는 편견이 있었다. 이 편견이 어디서 온 것일까. 흔히 드라마,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 그리고 나의 섣부른 확신의 합작품이었다. 



 

  이후 ‘정말 방송 시간 내용, 시간만 잘 지키자’라는 생각만 가지고 일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긴 했지만 적어도 집에 돌아와 허탈감이나 쓸데없는 감정 소모는 줄어들었다.  살다가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지금은 아니다. 실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상 이야기에 나를 맞출 필요는 없다. 지금처럼 제작자로서 출연자들과 웃으며 방송에 진심으로 임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신뢰도 능력도 자연스레 쌓이리라. 내향형 PD. 오늘은 나를 드러내는 이름표로 자신 있게 드러내고 싶다. 

* 사진 출처

픽사 베이

https://pixabay.com/



* 안녕하세요. 자네 나그네입니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이번 주 글은 예정보다 늦게 올렸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라디오 PD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