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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할아버지, 그 길이 아니에요.


강남역에서 교대역 쪽으로 걷던 느린 잰걸음의 할아버지가 나한테 묻는다.


"양재역 어디로 가야 돼?"

"이리로 가시면 교대구요. 저쪽으로 가시면 강남역인데, 그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쭉 가시면 양재입니다. 좀 멀어요."


내 대답이 맘에 안 드시는지 한참 대답 없이 쳐다보신다.


"멀어?"

"네. 아니면 강남역에서 지하철 타세요."

"강남역이 어딘데?"

"방금 보여드린 저쪽이요. 저 사거리에 강남역 있어요."


또 한참 말씀이 없으시다.


"지하철?"

"네."


인사도 없이 강남역 쪽으로 종종종 느리게 열심히 걸어가신다.

난 그 할아버지를 잠시 시야에서 놓쳤고, 3분쯤 후에 다시 교대 쪽으로 열심히 느리게 걸어가시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당신이 걸어가시는 길이 양재로 가는 길이라고 믿으셨거나, 당신은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셨겠지. 길에 서있는 젊은 사람에게 바랐던 유일한 대답은 "그 길이 맞습니다" 였겠지.


뭐,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다. 다들 그렇다. 익숙한 모습이다.




이미지 출처: 카카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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