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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다 Mar 28. 2021

걸그룹 전성시대와 함께 시작된 다이어트

마름보다 건강의 잣대로


 “텔 미, 텔 미, 테테테테테테 텔~미”
“너무 짜릿짜릿 몸이 떨려 지지지지지지~”


 어느 날, 낯선 노래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원더걸스라는 신인 걸그룹이 발표한 ‘텔미’라는 곡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길을 걷든 티비를 보든 어디서나 원더걸스의 노래가 들렸다. 원더걸스의 화려한 성공을 시작으로 소녀시대, 애프터스쿨, 카라 등 걸그룹 전성시대가 펼쳐졌다. 그 당시 미디어에서는 실제로 전혀 통통하지 않은 걸그룹 멤버에게도 ‘꿀벅지’, ‘통통하다.’ 등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수식어들을 갖다 붙였고, 스키니진이 유행하면서 점점 더 마름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다.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멋진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들이 멋져 보였고, 마르고 늘씬한 그들이 예뻐 보였다. 나도 그들처럼 예쁘고, 마르고 싶었다. 그러면서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걸그룹들의 영상과 인터뷰를 찾아볼수록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날씬해지고 싶었다. 살을 빼고 싶었다. 165cm에 48kg이 되고 싶었다. 미디어에 나오는 많은 걸그룹들은 다 저 키에 저 몸무게라고 하니 말이다. 마치 마른 것이 ‘예쁨’의 절대적인 기준인 것처럼 일단 살을 빼고 싶었다.


 지금처럼 다이어트에 대한 니즈가 없던 시절이라 제대로 된 다이어트 상식도 방법도 없었다. 네이버에 검색하다 보니 고구마가 다이어트에 좋다더라, 토마토가 칼로리가 낮다더라는 하는 말들을 보게 됐다. 어린 나는 그런 정보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 날부터 나의 주식은 고구마와 토마토뿐이었다. 하루에 고작 고구마 한두 개와 토마토 두세 개로 버텼다. 한참 성장기에 하루 종일 500칼로리도 안 먹다 보니 살은 미친 듯이 빠졌고, 정확히 한 달 만에 45kg이 되었다. 약 5-6kg이 빠진 것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등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 따위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은, 그저 살기 위해 최소한의 칼로리만 주어지는 몸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 일수였다. 눈감았다 뜨면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만큼 했으면 그만할 법도 한데, 깡마른 나를 보며 예뻐졌다고 부러워하는 친구들의 반응과 제일 작은 사이즈가 헐렁하게 남는 느낌이 좋아 반년을 넘게 거의 먹지 않으며 마른 몸을 유지했다.


 반년쯤 지나면서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고 일어나면 베개에 머리가 한 움큼씩 빠져 있었다. 항상 머리숱이 많아서 걱정이었던 내가 머리 빠지는 걸 걱정하기 시작했다. 제발 밥 좀 먹으라는 엄마의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먹기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 툭하면 물건을 집어던지고 울고 악을 썼다. 조금이라도 많이 먹은 날에는 손가락을 집어넣어 억지로 토를 했다.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 갔다. 고작 중학생이었는데 말이다. 부모님은 내가 사춘기를 격하게 겪은 정도로 기억하지만, 지금의 내가 생각할 땐 극심한 다이어트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했고 남들의 시선과 기준에 맞춰 나를 변화시키려고 부단히 애썼다. 나답지 않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봐달라고 아등바등 대고 있었던 것이다. 미디어에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말도 안 되는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했다. 그 기준이 맞는지 틀린 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어떤 가치가 내 인생에서 소중한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마름’에 집착했던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마름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불편한 스키니진보다 헐렁한 와이드 팬츠가 유행을 하고, 플러스 모델들도 각자 자리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여전히 마름에 대한 열광은 식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 기사에서 어린아이들이 ‘프로아나’라고 자신들을 지칭하며 거식증을 동경하고 깡마른 몸을 추구하는 사회적 현상이 있다는 내용을 읽었다. 그 기사를 읽으며 다이어트가 인생의 전부였던 나의 중학생 시절이 생각이 났다.


거식증을 주제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to the bone’


 스스로 괴로워하며 억지로, 억지로 마름을 추구하는 많은 분들께 지금도 충분히 예쁘고, 있는 그대로가 너무 소중하다고, 건강을 잃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마름’의 잣대보다 ‘건강’의 잣대가 더 우선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외적인 예쁨보다 내적인 건강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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