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공저, 디플롯 출판
나태주 시인의 "오래 보아야 예쁘다." 글처럼 우리가 자주 보는 반려견은 마치 가족과 같이 느껴지게 된다. 이렇듯 개는 사람과 친화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서 야생의 늑대와 달리 번성하고 있다. 적어도 종족 번식에서는 야생 늑대의 강한 힘보다는 개가 지닌 사람과의 친화력이 더 효과를 거둔 셈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절대로 다정하지 않고 전문적이며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자기가축화"는 예전 늑대를 비롯한 야생종이 오늘날의 반려견과 같이 사람에게 길드는 과정에서 외모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인간에게도 나타나서,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서는 공격성과 같은 동물적 본능이 억제되고 다른 사람과의 친화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아울러 우락부락했던 과거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둥근 얼굴형을 지닌 오늘날 호모사피엔스의 외모를 갖추게 되었다. 자연생태계에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기존의 "적자생존"의 원칙과 다른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역사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 책에서 "다수가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으므로 인류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고 이 협력에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포용성이 있는 대표적인 동물로 "보노보"를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종족을 배척하는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는 외부의 암컷을 받아들이고 감싸주는 친화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글쓴이의 “오레오”와 같은 반려견은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지가 살아남는 데 중요함을 알려준다. 친화력, 즉 다정함을 바탕으로 한 상호 신뢰는 다른 사람과 마음으로 연결될 수 있게 하며, 이것을 바탕으로 축적된 지식을 세대를 이어 물려주어 번성할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이 자연에서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다수보다 힘도 약하지만 어렵게 습득한 지식을 후세에 전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포용성을 바탕으로 모여 살며 친화력으로 사회연결망이 확장되면 각종 기술을 비롯한 지식과 문화의 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도시와 국가 같은 더 밀도 높은 집단을 이루어 살며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키고 번성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을 다정하게 만들면 살기 좋은 사회가 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는 게르만족의 우수함을 내세우며 우생학을 바탕으로 유대인을 학살했다. 다정한 사람들만 모여서 범죄 없이 서로 돕고 살아가면 좋겠지만 그것은 자칫 과거 우생학의 사례처럼 위험한 발상이 된다. 이미 관용을 실천하는 사람들한테는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관용의 교육이 효과가 있다. 그러나 나치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사회지배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교육이 오히려 상대방을 적대하는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서로 증오하는 인종 사이에 우호적으로 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차라리 서로 분리된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 보아야 예쁘다”라는 시 구절처럼 계속해서 서로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다. 학교와 같이 다른 집단 사람들과 자주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사회적 유대감이 더 많이 형성되며 타인의 생각에 대한 감수성도 강화될 것이다.
우리는 인류의 역사에서 소위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는 인종이 다른 인종을 박해하며 우생학적으로 학살하는 사례를 이미 겪었다. 한 집단의 구성원들이 외부 집단을 비인간화하며 짐승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최악의 폭력행위를 유발하게 된다. 이런 역사적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상대방과 서로 접촉하고 교류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포용성을 바탕으로 한 친화력과 관용의 교육을 통한 사람의 "자기가축화"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을 통해 인류는 지식을 전달하는 선순환 고리로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우수한 지능이나 강한 힘보다도 부드러운 다정함이 오히려 강하며 결국엔 인류가 계속 살아남아 번성하는 방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