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Yun Jun 20. 2019

열등감을 겸손으로

자신을 믿으세요

스무 살 작곡 일기.

그 첫 악장.


이제 겨우 한 걸음 나가려고 하다 보니 세상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넓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은 다 나보다 더 실력이 월등했고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가지고 있었던 느낌은 열등감과 두려움. 잊어버리려고 노력했지만 가면 갈수록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5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저 정도까지는 갈 수가 없구나.




"그냥 빨리 쫓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처음으로 전문 작곡가들과 그들이 있던 프로모션 채널을 찾아갔을 때, 그들이 보내 준 수많은 조언들 속에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가야 할 어마어마한 길이 놓여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주저앉았다. 아, 그동안 열심히 했던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그 이후로부터 나는 그들의 조언과 수정사항을 받아들이고 밑도 끝도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턱턱 막히는 정신적 숨을 참으면서 몇 시간 만에 곡 수정을 완료하고 다시 프로모션 채널에 보냈을 때에는 전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아까보다는 괜찮은데, 아직도 거의 그대로인데요?"


그러고는 또다시 조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쏟아지는 나만의 훈련 코스를 밟아야 했다. 나는 또 정신없이 몇 시간을 더 달렸다. 믹싱을 수없이 시도하고 악기 소리를 바꿨다. 어떻게 하면 소리가 더 좋아질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음악에 가지고 있었던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단위로 수정하고 채널에 보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힘든 작업 과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는 무조건 달리고 달렸다. 그러다가 채널 주인인 안나(Anna)도 지쳤던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요. 천천히 해요. 시간 기한도 없는데요, 뭘."


그때 내 마음속에서 이런 절규가 외쳐졌다.

"그냥 빨리 쫓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어딜 빨리 쫓아가? 다른 질문이 마음속에 울렸다.

"저 전문가들 실력요. 하루빨리 저 정도로 잘하고 싶어요."


제대로 작곡을 하면서 느낀 내 첫 열등감이었다.




"저 이제 시작했는데요, 뭘"

열등감을 가진 채로 주저앉은 사이, 나는 나 자신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과연 나는 정말 작곡을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내 곡을 보내주었더니 그들에게서 작은 응원이 메아리쳤다. 내 친구들과 가족들이 작곡했던 곡들을 좋아하고, 작은 팬들이 생기면서 서서히 동기부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곡이 마음을 움직인다고 말했다. 곡을 어떻게 잘 만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감정을 녹아내려 곡을 작곡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생각이 마음에 와 닿자마자 스스로 믿음을 가져야 했다. 언젠가는 꼭 채널에 올라갈 곡을 작곡할 것이라고. 하지만 억지로 할 생각은 없었다. 힘들면 쉬고, 작업을 하고 싶은 날에만 했다. 그만큼 정말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고, 학교 일까지 겹치면서 더 많은 날들을 가끔은 허투루 보내야 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안나를 생각해서라도 천천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조금씩 조금씩 수정을 하면서 채널 커뮤니티에 업데이트를 하자 점점 다른 작곡가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격려의 박수와 진심 어린 조언을 보내주었다. 그리고는 항상 나에게 언제부터 작곡을 시작했느냐 물었다. 스스로 작곡한지는 2-3년, 이론을 공부하지 않은 채로 작곡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자 꽤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그러면서 전문가가 금방 될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내가 맨 처음에 느꼈다시피 그럴 일은 없었다. 5년 동안 작곡을 해 와도 많은 걸음을 걷지 못했고, 앞으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내 앞에 있는 머나먼 작곡의 길이 천천히,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걸어야 할 하나의 모험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작곡가들이 앞서서 있지 않은, 나만의 길. 그 때 내가 한 말이 이것이다.

"저 이제 시작했는데요, 뭘."


작곡가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무슨 소리냐며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겸손할 필요 없다고 했다. 그때, 나는 그 힘을 느꼈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그 열등감이 오히려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힘으로 바뀐 것을. 겸손이 생겼다. 작곡가들과 더욱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결국은 이루어내었다.



나는 스무 살의 한국인 작곡가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compose-in-20


브런치 펜네임은 사각사각. 예명은 Jessie Yun.

필름 학생. 영화 작곡가. 성우. 무엇이든 도전하려고 하는 창작인. 5년간 음악 제작, 2-3년간 스스로 작곡.

포트폴리오 : https://jessieyun.portfoliobox.net

사운드 클라우드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y_composer

뉴그라운즈 : https://jessieyun.newgrounds.com

트위터 : https://twitter.com/JessieYun4real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스무 살 작곡가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