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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Yun Aug 11. 2019

모방으로 배우는 작곡

<어벤저스> 메인 테마 모방하면서 느낀 점

스무 살 작곡 일기.

그 두번째 악장.


많은 신인 영화 작곡가들이 가지고 있었던 공통적인 특징들은 모두 하나씩 영화 OST 원곡 리메이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영화 작곡가가 되고 싶었지만 "무조건 그게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스타일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게 하는 장애물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또 실제로 리메이크 하나 없이 EliteProductions의 마인크래프트 영화에 작곡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원곡을 모방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모방해 본 어벤저스 메인 테마곡을 가지고 알란이 저에게 알려준 간접 작곡 강의를 한번 살펴봅시다.


(일기이기 때문에 어감이 바뀌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방 곡 유튜브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K8YCBkHUXXU


작곡가 알란의 간접적인 강의

원곡에는 유명한 작곡가들의 스타일이 있다. 그것을 모방해서 나만의 스타일을 없앤다는 것이 아닌, 그들의 스타일을 간접적으로 학습해 내 곡들에 적용한다는 것에 있었다. 5년간의 작곡 활동만에 나는 어벤저스 메인 테마곡을 모방하기로 결정했다. 이 테마를 굳이 정한 이유는 단순히 모방하기 쉬울 것 같아서, 테마곡이 짧아서 등 내 편리에 걸맞은 이유들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쉽지만은 않았다. 악보 없이 100% 귀로 모방하려고 하니 더더욱 어려웠다. 멜로디나 선율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쉬운 멜로디, 복잡한 '백앤드'

일단 알란 실버스트리(Alan Silverstri)의 어벤저스 테마에는 모든 것이 '시그니처'였다. 맨 처음에 나오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부터 호른 멜로디까지. 그 익숙한 시그니처 멜로디는 금방금방 모방했지만, 그 뒤에 서 있는 다양한 악기들. 바이올린, 글로켄슈필, 드럼, 비올라. 그 뒤에 있는 '백엔드'들은 멜로디를 완벽하게 받쳐주었는지 귀로 모방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 단순한 멜로디 뒤에 숨겨진 복잡한 톱니 같은 구성. 악기에 어떤 음을 연주하느냐에 따라 전체 소리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음 하나하나 놓을 때마다 땀을 흘려야 했다. 게다가 딱 알맞은 악기 소리가 없어서 최대한 비슷한 걸로 찾아야 했다.

결국, 원곡을 수백 번 수천번 들으면서 노력한 끝에 악기 소리는 어느 정도 잡아내서 구현할 수 있었다. 여기에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실제 영화 음악에서의 악기 편성과 모든 음들은 굉장히 복잡하단 것이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단순하지만 정신없는 구성, 가상악기로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임팩트

메인 테마라서 그런지 하나의 심플한 멜로디가 계속 반복이 되지만 빌드업(Build-up)을 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을 한 알란의 작곡 능력이 돋보였다. 첫 선율이 4번 반복해서 끝나면 갑자기 다른 섹션 구성으로 넘어가 실제 오케스트라만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악기 기술들을 선보인다. 다른 멜로디가 끝나다 싶으면 갑자기 2마디가 추가되고, 빌드업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임팩트 있는 엔딩이 펼쳐진다. 문제는 실제 오케스트라에서 나오는 소리를 가상 오케스트라가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을 해보는 것은 신인 작곡가들의 꿈이기도 하다) 물론 내 가상악기에는 웬만한 기술들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실제 오케스트라만의 임팩트는 역시나 가상악기로 절대 모방할 수 없었다. 실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을 보는 그날까지. . .


멋진 멜로디를 작곡하는 방법

알란의 멜로디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어벤저스의 그 웅장한 느낌을 살려냈고 기억에 오래 남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가장 단순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는 멜로디들이 평생 남는다. 예를 들면 「반짝반짝 작은 별」, 「떴다 떴다 비행기」도 굉장히 단순하다.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나도 오래 불리는 이유는? 방금 언급한 두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작곡한 곡들 중에서도 사람들이 "항상 기억에 남는다, 선율이 좋다"고 하는 멜로디 대부분은 굉장히 단순하다. 곧 출시되는 미첼 브룸(Mitchell Broom)이라고 하는 멋진 작곡가와의 컬래버레이션 곡을 나중에 언급할 기회가 온다면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다.



여러 가지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작업한 끝에 드디어 오늘 완성하게 되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작곡가들의 스타일을 연구하는 목적으로 모방 곡을 더 많이 만들어보았으면 한다.




브런치 펜네임은 사각사각. 예명은 Jessie Yun.

영화 작곡가. 성우. 무엇이든 도전하려고 하는 창작인. 5년간 음악 제작, 2-3년간 스스로 작곡


웹사이트 : https://www.jessieyun.com/?lang=ko

사운드 클라우드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y_composer

뉴그라운즈 : https://jessieyun.newgrounds.com

트위터 : https://twitter.com/JessieYun4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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