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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이네집 Aug 28. 2020

재난의 시기에 ‘안녕’을 말하기

- ‘안녕 안녕’ <글·그림 이모토 요코>을 읽고

그림책 ‘안녕 안녕’ <글·그림 이모토 요코, 문학동네>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에, 여름내 쏟아진 폭우에 재난으로 기억될 2020년이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밖으로 나가는 일도 두려운 일상이 되고, 사람과의 부대낌이 감염의 확산이 될까 먼저 염려되는 날들이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우리는 어쩌면 방독면을 쓰고 다니던 미래의 모습을 그린 영화처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잃고 나서야 새삼 깨닫는다. 


재난의 시기를 보내며 이모토 요코의 ‘안녕 안녕’을 펼친다. 이 그림책은 빨간 장화를 신은 노란 줄무늬 고양이가 “놀다 올게요!” 하고 집을 나가는 첫 장면으로 시작한다. 처음엔 인사하기도 받기도 어색해 했던 꼬마 고양이는 모르는 너구리 아줌마에게 “귀여운 고양이야 안녕!” 인사를 받고 당황해한다. 안녕이란 인사에 대답도 못했던 꼬마 고양이는 안녕이란 인사가 기분이 참 좋다는 걸 느끼곤 이제부터 나도 “안녕!”하고 인사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다양한 동물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돼지에게, 오리에게, 여우에게, 민들레에게, 두더지에게, 나비에게 “안녕!” 혹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수많은 존재를 두려움 없이 만나고 스스럼없이 인사하는 그림을 보며 ‘안녕’이라는 말의 소중함을, ‘안녕’이라는 말의 기분 좋음을 함께 느낀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고,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전 세계적 전염병이 코앞까지 왔다는 공포가 우리를 짓누르는 이 때에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안녕이란 인사가 진심으로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안녕이 나의 안녕과 이어져있으므로, 당신이 안전하고 안녕하기를, 우리가 이 재난을 함께 극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꼬마 고양이의 안녕이란 인사를 나도 건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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