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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콜린스 Jun 16. 2024

<인사이드 아웃> 최고의 순간들

빙봉에 대한 추모와 인사이드 아웃 2 관람 포인트

<인사이드 아웃> 2013 ★:5/5

<인사이드 아웃 2> 2024 ★:4/5


<인사이드 아웃>와 <인사이드 아웃 2>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 영화를 물으면, 나는 머릿속 10개쯤 되는 후보 군에서 고민을 거듭하며 시상식을 진행한다. 선정 기준은 그 시점에 내가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지, 어떤 감정을 많이 느꼈는지인데, 그것이 어린 시절이나 그리움, 가족에 관한 추억이라면 질문에 <인사이드 아웃>이라 대답한다.


인사이드 아웃 1의 모든 세계관은 충격적이었다. 캐릭터화된 감정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각각 의미가 담겨 있어 나에게 위로가 될 때도, 비수가 될 때도 있었다. 바보섬이 무너질 땐 씁쓸했고 가족섬이 흔들릴 땐 제발 저 섬이 지켜지길 바랐다.


1편의 주인공은 감정들이지만 씬스틸러는 빙봉이었다.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지만, 빙봉은 우리에게 있어 어쩌면 피카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무튼, 기억의 쓰레기장을 탈출하기 위해 빙봉은 기쁨 이를 위해 희생하며 자기 대신 라일리를 달나라에 데려다줘라 말했다. 해당 장면은 많은 생각을 남긴다. 나의 빙봉은 내 내면에 남아 있는가? 어떤 빙봉은 소멸했고, 또 어떤 빙봉은 남아있다.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빙봉이 만일 과거 소멸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면 내 기쁨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길을 헤매거나 또는 기억의 쓰레기장을 탈출하지 못하고 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결국 영화는 빙봉의 희생 없이 기쁨이가 온전할 수 없다 말한다. 서른 살 마흔 살이 되어서조차 피카츄를 나의 환상 친구로 둘 순 없다.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는 추억의 한편으로 두고 나이에 맞는 다른 빙봉을 찾거나,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인격체를 찾아 친구 삼아야 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빙봉이 사라질 때마다 소중한 것을 잃은 것 같고 자신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빙봉의 희생을 성장이라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기쁨을 찾는다. 마치 갑각류가 탈피하듯, 뱀이 허물을 벗듯이 말이다.


기쁨이와 슬픔이가 합작한 기억 구슬의 등장과 함께 라일리의 일탈은 마무리되며 영화가 끝난다. 이후 복합 감정은 무수히 많아지며 라일리는 한 차례 더 성장한다.


2편은 그로부터 2년 뒤의 라일리를 보여준다. 속편은 어쩔 수 없이 같은 세계관으로 이전과 같은 환호를 받아낼 수 없다. 때문에 픽사는 사춘기라는 특수 상황과 새로운 감정들을 상황실에 집어넣는다.


1편의 라이벌 구도가 기쁨이와 슬픔이었다면, 2편의 라이벌 구도는 기존에 라일리에게 있던 보편적 감정들과 사춘기와 함께 새롭게 생긴 복합적 감정들이다. 새로운 감정 무리 중 대장은 불안인데 불안이는 보편적 감정들을 유배 보내고 상황실을 독재하며 라일리의 신념을 재건한다.


가장 좋았던 연출은 불안이의 진두지휘 아래 상상 작가들이 무수한 그림을 그려내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해당 장면은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올리게 했다. 대형 스크린으로 명령을 내리는 불안이는 빅브라더이고 상상 작가들은 추종자들처럼 불안이의 명령을 따라 부정적 미래를 그림으로서 라일리에게 걱정과 근심을 안긴다. 이런 감정 독재를 파괴한 것은 기쁨이였다. 기쁨이는 상상 작가들을 설득해 부정적인 미래 대신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게 한다. 행복해진 상상 작가들은 더 이상 불안이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마치 애플의 1984 패러디 광고처럼 스크린을 향해 물건을 집어던지고 배게 싸움으로 자유를 만끽한다.  


1편의 하이라이트는 복합 감정의 출현이었다. 2편에도 복합 감정을 주제로 핵심 장면이 존재했고 특히 당황이와 슬픔이의 시너지가 좋았다. 하지만 당황+슬픔 시너지 외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감정 간의 시너지가 없었다는 건 아쉬웠는다. 소심이가 여러 번 불안이를 두둔하며 "저 친구와 잘 맞을 것 같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둘 간의 시너지가 딱히 없었다는 점과 분량이 가장 없었던 부러움의 캐릭터가 너무 아쉬웠다. 부러움이 불안이를 조금 더 자극하고 불안이에게 동기 부여를 심는 것은 어땠을까?


2편의 상황실에서 감정들만큼이나 중요했던 요소는 신념 나무다.

기쁨이의 주도로 만든 신념은 "난 좋은 사람이야" "난 용감해" 같은 긍정적인 내용이었지만, 불안이의 신념 나무는 단호한 어투로 "난 부족해"라고 외쳤다.

사실 두 신념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긍정만으로 만들어진 신념과 자신에 대한 부정만으로 만들어진 신념 모두 자신과 다른 이에게 해로움이 될 것이다.

영화 속 완성형으로 묘사 된 신념은 다양한 주장을 모두 말하는 신념으로, 잊혀졌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서로 다른 감정들이 포옹하며 체온을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하나의 감정에 치우쳐진 사람의 주장보다 여러 감정을 두루 살피는 사람의 주장에 사람들이 동의를 보내듯 해당 장면에 대한 설득력은 강했다.


새로운 신념이 만들어진 뒤 감정 컨트롤 패널이 기쁨이를 먼저 불렀던 장면은 놀라웠다. 영화는 "라일리가 너(기쁨)를 필요로 하고 있어"라며 대사로 상황을 설명해주는데, 해당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라일리가 이제껏 상황실 내부 감정들의 주도로 심적 변화를 겪었다면, 이후로는 라일리 본인이 내면의 주체가 되어 필요한 감정을 불러낼 낼 수 있게 된 것에 있다. 이제 라일리는 감정에 휘둘리거나 지배되지 않고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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