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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콜린스 May 03. 2024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보았다.

PTSD에서의 자구(自救). 가장 미학적인 '소녀를 구하는 아저씨'

<너는 여기에 없었다>_2018__★: 4/5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줄거리 요약


(호아킨 피닉스)는 청부업자다.

그는 돈만 주면 폭력을 기꺼이 사용하는 사람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린 시절의 가정폭력과 군인 시절 목격한 학살의 PTSD를 앓고 있는 사람이다.


어느 날 지역 상원 의원 알버트의 딸 니나(예카테리나 삼소노프)가 납치되고, 조는 그녀를 구출하란 의뢰를 맡는다.

프로답게 니나를 구출한 조는 알버트와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약속 장소에서 알버트가 투신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곧이어 약속장소에 괴한들이 들이닥치며 니나는 또다시 납치당하고 조는 사투 끝에 극적으로 탈출한다.


다음날,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던 조는 자신에게 의뢰를 맡겼던 파트너 존을 찾아갔지만, 그는 이미 처참하게 죽어있었다. 집으로 향한 조는 어머니 또한 죽어있는 걸 발견한다. 조는 집안에 잔당들을 처리하며 니나와 관련된 더 큰 음모의 내막을 알게 된다.


조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니나를 구하기 위해 이 사건의 원흉인 주지사 윌리엄스의 별장으로 향한다. 경비원들을 해치우며 니나의 방으로 갔지만 그곳엔 윌리엄스의 시체뿐이었다. 조는 다른 방에서 무사한 니나를 발견하고 두 사람은 별장을 탈출한다.



소녀를 구하는 아저씨 중 가장 미학적이었던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어쩌면 뻔한 내용인 '위기에 처한 소녀를 구하는 아저씨'란 스토리로 70회 칸 영화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엔 스토리와 개연성 없는 장면들이 곳곳에 깔려있다.

초코바 때문에 총을 맞은 중동 아이.

밀실에서 단체로 목숨을 잃은 여인들.

가정폭력의 현장.

습관처럼 자살을 시도하는 조가 그것이다.


해당 장면들은 사실 조가 겪는 PTSD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면으로, 관객의 몰입감을 끊는다 생각할 수 있지만, 되려 인물에게 이입하는 측면에서 아주 큰 역할을 갖는다. 해당 장면을 통해 우리는 조의 행동과 감정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되고, 영화 마지막 조와 니나의 해피엔딩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극대화된다.


물론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력도 큰 역할을 했지만, '소녀를 구하는 아저씨'를 다루는 영화 중 <너는 여기에 없었다>가 가장 미학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앞서 말한 인물 표현 방식과 인물 간 관계에 있다.


PTSD의 원인은 주로 가정폭력과 전쟁 또는 테러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주인공 조는 이 모든 것을 겪었던 사람이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자기 부인을 심하게 때리는 사람이었다, 그럴 때면 조는 옷장에 틀어박혀 마치 어머니의 비명소리를 막듯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가장 심했던 날, 그의 아버지는 망치로 자기 부인을 때렸다.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던 어린 조는 시간이 흘러 망치를 무기로 사용하는 청부업자가 되었다.


청부업자가 되기 전 조는 군인이었다.

파병 시절, 조는 한 중동 아이에게 초코바를 줬다. 그런데 조가 보는 앞에서 아이는 곧바로 다른 아이에게 총을 맞고 초코바를 빼앗긴다.

또 다른 작전에서 조는 밀실에서 목숨을 잃은 동양계 여인들의 시체를 마주하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현재, 길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다른 동양인들 얼굴 위로, 조는 과거의 기억이 오버랩된다.


조는 과묵하다. 허공을 응시하며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길 때도 많다. 조의 과거와 관련된 장면들이 나오면 나올수록, 그가 단순히 멍 때리고 있는 게 아닌, 과거의 기억들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는 습관처럼, 또 일종의 취미처럼 자살 예행연습을 한다.


이런 조에게 니나 구출 의뢰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는 어머니의 시체를 호수에 수장하며 자신도 물속에서 생을 마치려 한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니나가 아른거리자 다시 니나를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이제 조와 니나는 복합적인 관계가 되었다.

니나를 구하지 못한다면 조에게 니나는 또 하나의 끔찍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조는 니나를 착취하는 윌리엄스의 집으로 향했다. 경호원들을 쓰러뜨리고 니나가 있어야 할 방문을 열었지만, 그곳엔 윌리엄스의 시체만 있을 뿐 니나는 없었다.

이때 조는 커다란 슬픔에 잠겨 옷을 찢고 오열하며 말한다.


"난 나약해"


과거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에 책임을 자책하는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새로운 아픈 기억이 될 니나 때문일까. 조는 한동안 슬픔에 잠겨 자신을 책망한다.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간 조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PTSD에 시달린다.


정처 없이 걷던 조가 다른 방문에 들어서자, 그곳에서 니나는 피 묻은 손으로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접시 옆엔 피가 흥건한 칼이 놓여 있었다.


니나는 고통 속에서 자조했다.

자신을 착취하는 윌리엄스의 목을 직접 베고 고통에서 스스로를 구해낸 것이다.

니나는 기억으로 고통받는 조까지 구한다.

방에 들어서는 조에게 니나는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요 조 (It's okay. joe)"


니나의 대사는(It's)는 무엇을 가리킬까? 자신이 괜찮다는 말이었을까? 이제 모든 상황이 괜찮아졌다는 말이었을까?

조에게 이입한 채 영화를 감상한 탓인지, 니나의 말은 조를 향한 위로의 말처럼 들렸다. 덕분에 조는 물속에서 육지로 떠오르듯,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부유한다.


영화 마지막, 카페에서 니나의 말대로 조는 아름다운 나날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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