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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콜린스 May 12. 2024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를 보았다

범죄의 탈을 쓰고 풀어낸 땅과 얽힌 갈등.

<로스트 인 더스트>_2016__★: 4/5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과 미국 역사는 땅을 뺏고 빼앗기며 시작된다.

중세엔 아스텍, 마야, 잉카 문명 원주민들이 유럽 정복자들에게 땅을 빼앗겼고, 서부개척 시대에는 인디언 부족들이 피해자가 됐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일반적인 서부 범죄 영화 같지만, 은행 강도라는 스토리 내면엔 힘 있는 자가 약자의 땅을 침탈하는 과거와 현재를 내포한 영화다.  


영화는 하워드 형제가 은행을 털면서 시작한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은행 3곳을 연달아 털고 카지노에 가서 돈세탁을 한다.

형제를 잡기 위해 두 레인저(경찰)가 수사에 나서는데 한 명은 은퇴를 앞둔 베테랑 레인저고, 다른 한 명은 아메리카 인디언과 멕시코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레인저다.


형제가 은행을 터는 이유는 자신들의 농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들의 어머니는 은행에 작은 빛을 졌다. 빚을 갚지 못하고 어머니가 죽자 은행은 유산인 땅을 압류하려 했다. 그 땅엔 석유가 매장되어 있었다. 하워드 형제는 석유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빚을 갚을 형편이 아니었기에 은행 돈을 털어 은행에 진 빚을 갚는 아이러니한 작전을 펼친 것이었다.


형제의 강도 작전이 꽤 영리했던 탓에 두 레인저는 별다른 소득 없이 뒤늦게 사건 현장만 쫒기 바빴다.

베테랑 레인저 마커스(제프 브리지스)는 종종 동료 알베르토(길 버밍햄)를 놀렸다. 해당 장면을 조마조마하게 보았는데 그 이유는 마커스가 알베르토의 인종을 놀림감 삼았기 때문이었다. 가톨릭 신자인 알베르토가 목회 방송을 보자 마커스는 너는 인디언이니까 저런 거 볼 시간에 연기 피우고 춤추면서 침대 주위를 돌지 그러냐고도 하고, 자기가 다음 범행 현장을 정확하게 예측하자 이런 게 백인들의 직감이라는 말을 하며 알베르토의 심기를 건드린다. 참다못한 알베르토도 팩트를 가지고 반격을 한다.


'이 땅은 원래 우리 조상 것이었어요. 백인들의 증조부들이 빼앗기 전 까진요. 그런데 이제 후손놈들이 착취를 하죠, 군대가 아니라 저 개자식들이요'


알베르토는 은행을 가리켰다. 마커스는 언짢은 표정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순간 영화는 시간과 방법은 다르지만, 강자가 약자의 것을 빼앗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말했다.

하워드 형제 중 형인 테너(벤 포스터)가 카지노에서 코만치족 인디언과 시비가 붙는데. 여기서 과거의 인디언(코만치족) 과 현재의 경제적 약자인 테너를 동일 시 하는 장면도 나온다.


인디언

코만치가 무슨 뜻인지 아나? 영원한 적이라는 뜻이지.

테너

누구의 적?

인디언

모두의 적이지

테너

그럼 나는 뭐가 되는 줄 아나?

인디언

적이지

테너

아니. 그럼 나도 코만치다.

범죄물이라기엔 <로스트 인 더스트>의 범죄 장면은 적은 편이다.

대신 하워드 형제에게 처한 어려움과 형제를 쫓는 두 레인저의 대화가 영화를 채운다. 텍사스 대 평원을 담은 장면도 많았는데 드넓은 땅은 압도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면서도, 곳곳에 자리 잡은 석유 채굴기와 대출 간판은 이 땅에 사는 미국 서민들도 다른 나라 서민들과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은 현대 자본 고충의 발상지이기도...


형 테너의 희생으로 토비(크리스 파인)는 빚을 갚고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 전염병 같은 가난을 끊어낸 토비는 재산을 지킬 수단으로 조금 전까지 농장을 빼앗으려 했던 은행에 신탁을 든다.

토비는 총으로 돈을 빼앗아 자신의 땅을 지켰지만, 인디언의 후손 알베르토는 테너와의 총격전에서 목숨을 잃는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현대적 서부극의 매력을 담은 스토리 탄탄한 범죄 영화로 즐기기에도 부족함 없었고, 땅을 둘러싼 갈등에 시달리는 약자에 대한 현실적 묘사에도 설득 됐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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