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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콜린스 May 15. 2024

영화 <파운더>를 보았다

자본엔 윤리라는 선이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몸집을 키울 뿐

<파운더>_2016__: 4/5


영화 <파운더>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운더>는 맥도날드가 어떻게 세계적인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성공을 위한 끈기를 강조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주인공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이 끈기와 노력으로 전국에 맥도날드를 세우고 그것을 완전히 소유하며 목표를 달성할 때면, 그가 많은 것을 위배했다는 생각과 함께 불쾌함마저 느꼈다.


<파운더>는 맥도날드의 역사를 자세하고 리듬감 있게 표현함과 동시에 두 그룹 간의 갈등을 그려냈다.

첫번째 그룹은 레이 크록과 그의 새 부인이 되는 조안 스미스(린다 카델리니)로 이들은 끈기와 야망의 그룹이다.

반대로 두번째 그룹은 맥도날드 형제(닉 오퍼맨, 존 캐럴 린치)와 레이의 원래 부인이었던 에델 크록(로라 던),  또 사교 모임 사람들인데. 이들은 먹고살 만한 현실에 안주하고 골프나 치고, 여행이나 다니며 지금 삶에 만족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그룹이다.

두 그룹은 레이가 프랜차이즈 맥도날드 1호점을 차릴 때, 메뉴판에 코카콜라 로고를 넣으려 할 때, 맥도날드 프랜차이즈화에 속도를 가할 때, 운영비 절감을 위해 밀크셰이크 파우더를 사용하려 할 때 충돌을 빚는다.


맥도날드 형제의 목표는 그들이 처음 매장을 차릴 때 세웠던 설립 이념을 지키는 것으로, 그 핵심은 가족적인 식당이다.

이들은 하루빨리 공사를 마치고 수익을 내야 하는 레이를 돕기는커녕 안전 점검을 이유로 공사를 지연시킨다. 메뉴판에 코카콜라 로고를 넣자는 의견에도 '그것은 맥도날드의 이념을 어기는 상업적인 것'이라며 거절한다. 프랜차이즈화에 속도를 올릴 때는 제품 품질 관리를 우려하며 레이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밀크셰이크 파우더 사건에선 그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른다.


레이의 목표는 끝없는 성공이다.

성공을 위해서 그는 매장을 하루빨리 하나라도 더 오픈해 수익을 내려 한다. 그는 메뉴판에 코카콜라 로고만 넣으면 굴러들어 오는 꽁돈이 운영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제품 품질 관리를 위해 레이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야망 있고 절박한 사람을 모집했다. 매장 운영비는 레이의 발목을 잡았는데 그중 아이스크림 냉장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아이스크림 없이 파우더로 밀크셰이크를 만들어 판다면 운영비가 크게 절감될 것이었다.


레이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는 그가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각종 어려움에 투쟁하며 끈기 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몰입하여 영화를 보다 보니 중후반까지는 자연스럽게 레이를 응원하는 편에 서서 맥도날드 형제를 일종의 빌런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레이와 대척점에 있는 그룹이라고 해서 모두 빌런으로 볼 수는 없었는데 레이의 부인 에델 크록 때문이었다.

에델의 목표는 남편이 이제 그만 만족하고 자신과 시간을 보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껏 레이의 야심을 위해 희생했다. 영화 초반 밀크셰이크 머신을 팔기 위해 전국을 다니는 레이의 모습과 그가 전에는 종이컵, 접이식 테이블을 팔았다는 정보는, 과거 그녀가 오랜 시간을 혼자 쓸쓸히 보냈음을 알려준다. 또 레이는 에델에겐 매우 중요한 사교 모임을 점주 모집이란 핑계로 아무런 상의 없이 탈퇴해 버린다. 이럴 때마다 에델은 불만 품은 표정을 짓긴 했지만, 그렇다고 레이의 발목을 잡진 않았다. 오히려 그녀만의 방식으로 레이를 돕기도 했다. 하지만 레이가 원하는 배우자는 단순 부부 관계가 아닌 자신의 사업적 파트너였다. 결핍을 느꼈던 레이는 점주를 모집하던 중 아름다운 외모와 자신 같은 야망을 가진 유부녀 조안을 알게 되고 결국 에델과 이혼 후 조안과 재혼한다.


이혼 신청 이후 레이는 본격적으로 맥도날드를 소유하려 든다.

전국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됨과 동시에 부동산 회사와 맥도날드 법인을 세운 레이는 단숨에 대기업 사장이 되었다. 반면 매장 하나만을 열심히 운영했던 맥도날드 형제는 레이에게 있어 단순한 점주에 불과했기에 레이는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과거 형제와 체결한 계약서를 백지화 시킨다. 이때 레이와 맥도날드 형제가 수화기 너머로 설전하는 장면은 마치 몸집이 커다란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으려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맥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쓰러져 입원하자 병문안 온 레이의 모습은 패잔병들의 모습을 구경하러 온 정복자의 느낌을 주었다. 정의의 편과 빌런이 뒤바뀌는 순간이다.

레이는 그렇게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 하지만 레이의 행동은 정의롭거나 멋지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그는 맥도날드라는 브랜드를 자본주의를 활용해 원래 주인에게서 빼앗았으며, 긴 시간 자신에게 희생한 부인에게 식사 자리에서 심드렁하게 이혼하자 말하는 비정한 사람이다. 그런데 영화는 레이를 마지막까지 '역경을 이겨내고 목표를 성취한 영웅'과도 같은 연출로 묘사한다. 여기서 <파운드>의 레이는 단순히 끈기, 야망만을 상징하는 인물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돈을 상징하는 인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 과거 원시 시대엔 힘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힘이 더 강한 사람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의 것을 빼앗았다고 손가락질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빼앗은 것으로 구성원을 먹이고 입히며 인정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며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힘을 함부로 사용해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은 법과 질서와 윤리를 위배한 행위가 됐다. 그렇지만 현대에도 원시 시대의 힘처럼 무소불위한 것이 있으니 자본이다.


자본은 언제나 선을 넘는다. 자본은 전통적인 윤리, 규칙, 상식, 규범, 정신을 밟고 그 위에 선다. 그 큰 특징 중 하나는 빼앗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다는 것인데 영화 속 레이가 딱 그렇다. <파운드>를 보고 '아 나도 레이처럼 목표를 위해 끈기 있게 나아가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다수가 뜨거운 마음으로 맥도날드의 성장을 지켜보다 결말에서 사실 빌런은 레이였구나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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