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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과 콜린스 May 20. 2024

시리즈 <The8Show>감상_1: 화면비와 영화관

1편에서 남긴 경고메시지

<The8Show>_2024__★: 3.5/5


시리즈 <The8Show>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치를 떨며 보았다.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탄탄해서다. 잔혹동화처럼 묘사된 암울한 8층 사회는 치를 떨게 할 만큼 몰입됐다. 누군가는 암울한 현실을 왜 넷플릭스에서 보아야 하냐 물을 수 있지만, 예술은 세상엔 이처럼 고통스러워하고 이처럼 암울한 삶을 사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면에서 시리즈의 존재 가치는 지켜진다고 보았다.

원작 각색 범위는 딱 좋았다. 필요한 것을 넣었고, 빼도 될만한 것은 뺐다. 복잡한 건 과감하게 단순화시켰지만, 꼭 필요한 대사들은 원작과 그대로 사용했다.

게임 진행 방식은 웹툰 <파이게임>에서 차용했으나 개인 상금 이용 가능 법칙과 여러 상황은 <머니게임>에서 가져오기도 했다.

캐릭터 설정은 The 8 Show의 최고 장점이면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8명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원작과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많은 각색이 이루어졌다. 또 원작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결말에 대해선 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리는데, 개인적으론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은 화면비와 영화관이다.

The 8 Show에 참가하기 전, 일상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은 1대 1(4대 3...?) 화면비는 굉장히 신선했다. 감독은 쇼룸에 들어오기 전, 각자 자기 위치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들을 고전 영화 같은 좁은 화면비 속에 가둔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영화관으로 위장된 쇼룸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넓은 화면비로 해방된다. 왜 게임에 참가하기 전 주인공들을 좁은 화면비에 가둔 것일까? 또 쇼룸은 왜 영화관의 탈을 쓰고 있을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우리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주인공들이 각각 사회적 약자, 실패자 내지는 소외계층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저마다의 고충으로 떠밀리듯 리무진에 탑승해 영화관으로 도착한다.

영화는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이다. 이곳에서 영화는 8인의 게임 라이브이다. 영화관은 가상 세계, 즉 쇼룸과 이어주는 일종의 통로가 된다. 붉은 장막을 넘어서서 쇼룸에 들어가면 그곳은 모두 진짜인 척하는 가짜들로 가득하다. 빔프로젝터로 만들어진 가짜 수영장,  가짜 핫도그 등등.... 하지만 주인공들은 이 가짜 공간에 와서야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확천금의 기회를 얻는다. 그들을 옥죄던 화면비는 이곳에 와서야 눈에 익는 황금 비율로 넓어지고 빛, 화질, 채도 등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정리를 하자면 주인공들은 삶에 치여 도망치듯 영화관에 도착해 쇼룸이란 가상공간에서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인데. 이것은 바꿔 말하면 실패자, 소외자들은 현실에서 구제받지 못하며, 그들이 희망과 기쁨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은 현실이 아닌 오직 가상세계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관련된 장면을 하나 더 말해보자면 시리즈 극 초반 3호가 사채업자들을 피해 도망가는 시퀀스를 볼 수 있다. 운 좋게 드라마 촬영 현장에 섞여 사채업자를 따돌린 3호는 한 스태프에게 "이 동네에서 왜 이렇게 촬영을 자주 해요?" 하고 묻는다. 그 이유는 3호의 동네가 가난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촬영을 자주 한다는 의미는 그만큼 동네에 대한 관심이 많다 또는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말일 것이다.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말은 가난한 현장을 보며 일종의 흥미, 동정과 안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들이 그럴까?

해당 촬영 시퀀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바로 The 8 Show를 보는 당신들?


The 8 Show는 쇼룸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기생충> <오징어 게임>보다 훨씬 잔인하고 적나라한 방식으로 실패자, 소외자의 삶을 묘사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물들이 현상을 겪을때 우린 공감하고 이입한다.


화면비와 영화관은 경고이다.

"The 8 Show의 주인공들은 가상에서만 희망을 가지고 큰돈을 가져요.

당신은 The 8 Show라는 가상현실을 보며 즐거워해요.   

이 시리즈는 당신이 공감을 느낄 때 당신을 불쾌하게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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